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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없이 만드는 교과서
[기자수첩]편집국 신효송 기자
2016년 10월 05일 (수) 16:54:11
   
 

교육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교과서다. 교과서는 교육을 위해 사용되는 학생들의 주된 교재로 학문, 지식은 물론 도덕적 가치와 윤리관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근간이 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 교과서와 관련해 최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9월 20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는 오는 2017년 3월부터 쓰일 한국사교과서의 원고본 공개를 거부했다. 편찬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져 공개 시 파장이 예상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유성엽 교문위 위원장은 “작년 국정화 발표 때는 집필 기준과 집필진을 공개해 투명하게 해나가겠다고 약속하고선 지금 와서 공개를 거부하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초등용 수학 교과서는 난이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지난 8월과 9월 초등 1, 2학년 개정 수학교과서의 설명이 부족하고 어려워 선행학습을 유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장검토본을 분석한 결과 일부 문제는 3학년이 풀어도 평균 30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사교육걱정은 주장했다.

성·소수자·국가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출간된 교과서도 문제가 됐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친화적교과서 개발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 초·중등 교과서 속 남녀 등장인물의 질적 불균형에 대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 예로 남성은 대체로 범죄, 부도덕, 예의 없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여성은 모범적이고 친절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너는 한국 사람도 아닌데 왜 여기 있느냐?’ 같은 다문화 가정 비하, ‘티벳의 장례문화’, ‘아프리카 조혼 풍습’ 등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한다. 

일부 단체들은 거리로 나와 교과서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미래를여는학부모모임’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성애 조장 교과서의 수정과 함께 채택 거부를 요구했다. 같은 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무리하게 교육과정 일정을 강행해 교과서 검증과 준비 과정이 부실하다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시기를 연기·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교육 전문가, 교사 심지어 일반시민들까지 나서서 교과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한 것은 교육부의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복면집필’이라는 말을 아는가? 이는 한국사교과서 집필진 명단과 집필기준을 철저히 비공개하는 방식을 비하하는 단어이다. 철통보안 속에 제작되는 한국사교과서는 11월 말이 돼서야 현장검토본 형태로 공개된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보급되는 시간까지 3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 문제점이 있을 시 제대로 수정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수정 의견 반영도 연구학교, 현장 교사, 전문가 등에게만 한정돼 있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의 교과서는 이렇게 만들어져 왔다.

교과서는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초·중·고 학생들의 필독서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핵심 교재인 만큼 교육현장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즉 교육현장에 관심이 있고 주가 되는 이들과의 소통도 필수가 돼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견해를 들음으로써 집필에 대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불통과 아집으로는 최고의 교과서가 완성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민과의 소통· 화합을 통해 한층 발전한 교과서가 탄생하길 바란다.


신효송 기자 shs@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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