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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세밀한 재정지원이 아쉽다"
[기자수첩]편집국 유제민 기자
2016년 10월 17일 (월) 17:42:55
   
 

[대학저널 유제민 기자] 얼마 전, 충남 지역에 소재한 A대학에서 진행하는 졸업작품 전시회를 방문해 현장을 취재했던 적이 있었다. 행사장에 전시된 작품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것임을 알 수 있었으며 학생들끼리 제작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은 작품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열정이 스며있는 작품들을 바라보는 기자도 흐뭇한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행사 참관을 안내한 대학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쉽다는 듯이 '이 작품들은 행사가 모두 종료된 후에는 해체될 것'이라고 말해 기자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졸업작품 제작에 사용된 부품과 재료들은 내년도에 다시 사용돼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선배들이 제작한 작품에서 해체한 부품을 가지고 후배들이 다시 졸업작품 전시회를 준비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해당 대학 관계자는 예산 부족을 들었다. 매년 졸업작품 전시회에 사용될 부품을 새롭게 마련할 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20여 회 정도 졸업작품 전시회를 치렀으므로 지금까지 해체한 작품들을 잘 보존했더라면 학교의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은 기자 역시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해체된 작품들이 남아있었더라면 학교 구성원들은 물론 기업체·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실력과 열정을 확인시킬 수 있는 좋은 전시물이 됐을 것이다.

전북지역에 소재한 B대학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매년 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회를 개최하는 이 대학 산업디자인 관련 학과는 전시회 종료 후에는 작품을 모두 폐기처분 한다고 밝혔다. 학과 관계자는 "보존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학생이 직접 가져가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지원이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게 된다. 표면적으로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이니, 대학특성화사업이니 하며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일으켜 대학 측에 커다란 지원을 해주는 듯이 보인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지원받아 각자의 비전을 세우고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정부와 대학이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정부측에서 그를 위한 지원에 나서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다만 교육부가 진행하는 재정지원 사업들이 너무 큰 줄기만 맺으려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을 거둘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부는 좀더 세밀하고 합리적인 눈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재정지원 사업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지의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해당 대학이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과 비전, 그리고 추진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지원이라는 형식과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생각하는 지원이란 오로지 대학의 체질을 바꿔놓기 위한 대규모 사업밖에 없는 것 같다. 지원단위를 더욱 세분화하고, 정말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아쉽다. '정부는 무엇 때문에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심도있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부득이하게 졸업작품을 해체할 수밖에 없다는 A대학의 사례는 정부의 재정지원 정책 방향에 부족함이 있다는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몇 달 동안의 고생 끝에 직접 완성한 작품이 해체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 관계자들은 잠깐 시간을 내서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현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훌륭한 작품들이 예산 문제로 보존되지 못한다는 현실은 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유제민 기자 yj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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