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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분당고 교장]"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 교육이 발전할 것"
[대학저널 특별 인터뷰]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2018년 02월 21일 (수) 10:55:03
   
▲곽상훈 분당고등학교 교장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대학저널>이 '고교 교장에게 듣는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고교 교육의 현장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교육과 대입의 발전방향을 모색합니다. 3월호에서는 곽상훈 분당고등학교 교장과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이 기사는 월간 <대학저널> 3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

먼저 <대학저널> 독자들에게 교장 선생님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대학저널>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분당고 교장 곽상훈입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육담당 장학사로 근무한 뒤 2007년 분당중앙고 교감을 맡았습니다. 이어 불곡고 교장을 거쳐 2015년부터 분당고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분당에서 분당고의 명성은 어느 수준입니까?
"처음에는 분당이 비평준화 지역이었습니다. 당시 분당에서 서현고와 분당고의 명성은 대단했습니다. 경기도 지역은 2002년 평준화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분당고가 가장 선호하는 학교의 하나로 꼽힙니다. 심지어 분당고에 떨어지면 울고, 분당고에 합격하면 한턱을 냅니다. 최근 분당이 교육과정을 특화하는 학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분당고는 물범이 바다를 헤엄쳐 나가듯이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학부모들이 예민하게 눈치채고 자녀들을 분당고에 지원시키고 있습니다."

분당고의 변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올해 교장 임기 8년차입니다. 앞으로 교장 임기가 8년 남았습니다. 사실 교장으로서 젊은 나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14년 분당중앙고가 수능 만점자 3명을 배출했습니다. 그 기반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불곡고가 분당에서 가장 좋은 입시 성과를 낸 것도 교장 근무 당시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분당고가 분당 지역에서 트렌드입니다. 대표적으로 분당고 교장으로 부임한 뒤 PDS를 개발, 도입했습니다. PDS는 'Pathways-map Design System'의 약어로 학생들의 성장기록을 담을 수 있는 진학설계 시스템입니다.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목표가 무엇이고, 현재 상태는 어떻고, 3년간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이고, 지금 이 정도까지 공부했고' 등을 PDS에 기록합니다. 

교사들은 모두 PDS 기록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사들이 학생들을 만날 때 초점 있는 지도가 가능합니다. 학생들의 생각을 알고 교육 방법, 수준, 속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도 교사들의 초점 있는 지도를 PDS에 기록합니다. 지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기록이 최대 이슈 아닙니까? 분당고 교사들은 PDS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가는 방향으로 지도한 뒤 지도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합니다.

특히 지도는 적기에 이뤄집니다. 교육방법의 하나로 교사들한테 적시성을 강조하는데 교육은 유보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1년 전 잘못을 지금 언급하면서 지도하지 말고, 1년 전 그때 바로 지도해야 합니다. 또한 다양성과 함께 통일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지도를 하되 교육 방향과 학교 목표에 맞춰 지도를 통일시키는 것입니다. 일관성도 중요합니다. 이랬다저랬다가 아니라 교육이 계속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적시성, 다양성과 통일성, 일관성이 제가 강조하는 교육방법입니다."

그렇다면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
"'시우지화(時雨之化), 줄탁동시(啐啄同時)'입니다. 시우지화는 '때 맞춰 내리는 비가 초목을 키운다'는 뜻입니다. 바로 교육에 적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교사는 과목과 수업뿐 아니라 학생들이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것을 계속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분당고 교사들은 학생들이 인사하지 않으면, 인사하라고 가르칩니다. 잘못된 모습을 보면 그 자리에서 지도합니다.

줄탁동시는 부화를 위해 안에서 병아리와 밖에서 어미닭이 동시에 알을 두드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관심, 열정, 감식안을 가져야 합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알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분당고의 교육 비전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 세상을 움직이는 인재'인데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유치원부터 사교육에 의존합니다. 고교 졸업하고, 대학 진학하고, 회사에 들어가도 부모가 도와주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졸업식 때 학생들에게 '졸업하더라도 스스로 살아가는 힘만큼은 졸업시키기 않겠다. 여러분이 가지고 가라'고 주문합니다."

학생 지도를 위해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교사들에게 정답지를 갖고 살지 말라고 말합니다. 교육은 준비한 것을 주는 게 아닙니다. 교육 대상과 수준을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교사가 교육을 준비해도 상황에 맞춰 교육을 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글귀가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입니다. '도라고 하는 도는 진정 도가 아니고, 이름이라 하는 이름은 진정 이름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항상 새롭자는 의미입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정해진 답대로 가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의 생각과 기분 등을 생각하지 않고, 교사가 정한 기준대로 교육하면 성과가 없습니다. 교사들이 분당고에 새로 부임하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단 한 가지만 지켜 달라. 분당고에 다 지우고 오라. 분당고 학생의 수준과 꿈을 기준으로 출발하라'고 당부합니다."

왜냐하면 학부모들도 PDS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이 PDS를 보면 학생의 성장 과정과 학교의 노력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외부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을 1주일에 몇 시간 가르쳤는지만 보입니다. 그러나 분당고는 학생들이 PDS에 수업내용과 활동을 기록합니다. 따라서 실제 국어, 영어, 수학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PDS에 나타납니다. 나아가 PDS 기록이 학생부 기록과 자기소개서 작성, 즉 대입 준비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학종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지만 분당고는 모든 학생들을 끌고 갑니다. 이러니 어떻게 학부모들이 학교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PDS를 도입했지만 PDS 도입 이후 학부모들의 태도가 가장 많이 달라졌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새로운 시도와 교육철학 등을 들으니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당 지역이 학부모들의 요구나 민감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분당고는 민원이 한 건도 없습니다.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들을 신뢰합니다. 공교육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입시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분당고는 그런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 핵심이 PDS입니다.

PDS가 공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중학교에 소문이 나면서 학생들이 분당고에 오기를 희망합니다. 오히려 분당 지역 학생들이 떨어질 정도입니다. 평준화 지역에서 기이한 현상입니다. 분당고가 평준화 지역에서 성공 사례입니다. 분당고가 PDS를 도입한 것처럼 학교가 노력하면, 학교 교육의 질이 달라지고 공교육이 내실화됩니다. 전국에서 많은 학교들이 PDS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분당고를 방문합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매년 교장 연수 때마다 PDS를 보고 갑니다.

결국 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교장이 방향과 방법만 알려주면 교사들은 역량을 발휘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만, 이륙한 뒤에는 순항합니다. 교장의 몫은 올려주는 것입니다. 날아가게 하는 것은 시스템의 몫입니다. 그러나 올려주는 힘이 너무 힘들다고 놔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분당고가 좋은 사례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교사들은 힘듭니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뢰를 받습니다. 분당고 교사라고 하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육과정 담당 장학사로 근무하셨습니다. 교육과정 담당 장학사로서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장 부임 이후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도하는 것이 눈에 뜁니다.
"자사고가 주요 대학 진학률이 높습니다.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자사고와 일반고의 교육과정 기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기초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인데 대학은 사실상 국어, 영어, 수학이 지배합니다. 고교에서 3년간 배워야 할 국어, 영어, 수학 단위가 총 180단위입니다. 그런데 2011년 기록을 보면 자사고 평균은 110단위, 일반고 평균은 80단위 정도입니다. 대학에 보내려면 자사고에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2014년부터 자사고와 일반고 기준이 같아졌습니다. 하지만 자사고에 계속 보냅니다. 교육과정을 살펴보지 않고 일종의 관성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학부모들에게 교육과정을 보라고 강조합니다. 지금 분당 지역 학부모들은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학교를 선택합니다. 좋은 대학을 얼마나 보냈는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과 교육시스템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교사들의 문화를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실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들의 문화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당고에서는 학교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분당고는 PDS를 기반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도했고, 교육과정과 대입이 연계되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무엇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교사들의 문화를 조성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과거 완료나 현재진행형으로 보면 직업과 학과를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형으로 보면 역량을 가르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지금 교사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교사들과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 미래사회, 인공지능 관련 책을 읽고 영화를 본 뒤 수업시간에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학부모들도 흔쾌히 동의했고,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분당고는 정규 교육과정의 경우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하지만 그 외 교육과정의 경우 폭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1년 동안 방과후에 기업가정신 과정을 운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강조합니다. 미래를 새롭게 보면 희망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렇게만 가준다면 지금까지 어려움들도 극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입니다."

   
 

정성민 기자 js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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