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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학이 '미투(Me Too)'에 응답하라"
[기자수첩] 편집국 유제민 기자
2018년 02월 21일 (수) 16:53:04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미투(Me Too)' 바람이 불고 있다. 서지현 검사가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밝힌 이후, 사회 각계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나도 당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 이어 문화예술계를 강타한 '미투' 운동은 어느새 교육계까지 번졌다.

   
 

현재 미투 운동과 관련해 가장 많은 이슈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청주대다. 청주대 연극학과 재학생·졸업생들로부터 이 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던 배우 조민기 씨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조 씨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청주대는 "해당 학과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도 이번 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 씨뿐 아니라 청주대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투 운동의 확산 전에도 대학가에서는 여러 차례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며 '지성의 전당'이란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얼마나 더 많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교수-학생 사이에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절대적인 '을'의 위치에 있는 학생의 처지가 원인이 된다. 성적, 논문 평가, 취업 등에서 교수의 권한과 영향력은 막대하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 지도를 빌미로 학생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는 등 추행을 가하기도 한다. 또한 '웃자고 하는 소리'라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교수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학생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또 선후배 간 성폭행·성추행 사건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군기', 즉 서열문화가 한 몫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선배가 후배에 대한 성폭행·성추행을 자행하기도 한다. 피해를 당한 후배들은 '후배는 선배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규율 때문에 속앓이만 한다. 행여 용기를 내 학교에 피해 사실을 밝히더라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으면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짚어봐야 할 점은 또 있다. 대학 당국의 무관심과 방조가 사건을 묵히고, 키우지는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조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들이 피해를 받는 동안 대학 당국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거나,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개선이 시급한 문제다.

불쾌하고 낯부끄러운 성폭행·성추행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를 위해선 대학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가해자와 주변인들의 태도, 그리고 피해자 보호 시스템 미비 때문이다.

미투 운동에 이제 대학이 응답할 차례다. 대학은 교내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만일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반드시 가해자를 색출해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윤리 장전'을 선포, 성폭행·성추행 사건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뒤늦게라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보복의 우려를 무릅쓰고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는 그들의 용기가 매우 가상하고, 또 고맙다. 부디 미투 열풍이 계속 확산됨으로써 교육계와 대학가에,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병폐를 뿌리째 뽑아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제민 기자 yjm@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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