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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녀가 어떤 나무인지 먼저 살펴야”
[부모의 공부기술] 자녀 서울대, 서울시립대 보낸 장수연 씨
2018년 08월 28일 (화) 09:24:09
   
 

[대학저널 최진 기자] 자녀가 조금이라도 잘못된 모습이 보이면 빨리 ‘가지치기’를 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교육을 ‘관망’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가지치기’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자녀가 어떤 나무인지를 먼저 살폈던 어머니가 있다. 장수연 씨는 자신의 관심이 아이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던 학부모다. 시험점수를 묻기 보다는 아이의 관심사를 먼저 살폈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자녀는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장학생으로 선발돼 대학 진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관망’의 부모 공부기술을 <대학저널>이 소개한다.

“나는 아이들을 평생 가르칠 수 없다”는 자각
장수연 씨는 두 아들이 유년기를 지나면서 한 가지 남다른 고민을 했다. ‘부모가 자식 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느냐’는 것과 ‘부모가 알려주는 교육은 모두 바른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장수연 씨는 부모의 앞선 과욕과 조바심이 부모에게는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어도 자녀가 부모의 틀을 벗어나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주길 원해 야단을 치지만, 결과적으로 자녀의 행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이러한 교육철학을 토대로 장수연 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책이었다. 장수연 씨는 자녀들이 각각 7세가 되기 전까지 매일 밤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줬다. 어머니를 통해 매일 책을 접한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면서 스스로 독서하는 습관을 지니게 됐다. 그러자 장수연 씨는 책을 읽어주는 엄마 대신, 책을 배달해주는 엄마가 됐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읽을 책을 고르도록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읽을 만한 다양한 책을 빌려와 집에 놓으면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읽도록 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읽는 책들을 체크해보니 소설이나 동화보다는 자연과학이나 산수 같은 이과계통의 책을 주로 읽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아이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책을 빌려다 놓았습니다.”

이후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엄마에게 묻기보다는 책을 통해 답을 얻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결정하던 ‘독서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학습 주도권’으로 이어졌다. 이 주도권은 자녀들이 대학을 진학할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습관을 기른 아이들이었지만 ‘쓰기’는 연습은 돼 있지 않았다. 아이들은 받아쓰기라는 생애 첫 시험 성적표를 장수연 씨에게 들고 왔다. 듬성듬성 사선이 그어진 시험지를 봤지만, 장수연 씨는 오히려 시험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내비쳤다.

“받아쓰기를 종종 틀려오곤 했는데 단 한 번도 아이들이 보여주기 전까지는 점수를 묻지 않았습니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시험점수에 신경 쓴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영향이 미칠까싶어 더 무심한 척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시험을 치르더라도 그 주도권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싶어 공부하고 배운 것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시험을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죠.”

약속 지키는 ‘기본적인 삶’이 학업과 진로 돕는다?
이토록 자신의 영향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것을 꺼렸던 장수연 씨였지만 모든 것을 관망하진 않았다.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인 약속을 지키는 일에는 엄격하게 대처했다. 장수연 씨는 규범과 약속을 지키는 것을 ‘기본을 지키는 삶’이라고 했다. 장수연 씨는 이 ‘기본을 지키는 삶’이 아이들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했다.

“‘무단횡단을 하지 않기’, ‘아무 곳에나 쓰레기 버리지 않기’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당연히 가르치는 기본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본을 지키는 삶이 학업이나 아이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것’ 모두 ‘무단횡단을 하지 않기’처럼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기본을 지키는 삶’은 학업에 묻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 아이들의 진로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바로 기본에 대한 가정의 방침입니다.”

“아이를 키워보면 알겠지만, 모든 것을 다 교육적으로 가르치고 행동하기는 힘들죠. 그런데도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말과 행동을 예민하게 신경을 씁니다. 다행히 지금도 아이들은 외출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종종 주머니와 가방에서 쓰레기를 잔뜩 꺼냅니다. 외출을 했다가 쓰레기통이 없으면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그것을 집에서 버리는 거죠. 그때마다 속으로는 참 뿌듯합니다.”

이어, “‘아이들 앞에서는 물 한잔도 함부로 못 마신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부모의 일상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교육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야단치면서 ‘너’의 문제라고 할 수 없죠. 아이의 잘못된 모습이 보인다면 부모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정해진 규범과 약속을 지키는 부모의 행동은 아이들을 수업시간에는 공부하도록 만들고 친구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만듭니다. 이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도록 가르친 것이 제 교육의 전부입니다.”

“진학상담은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입시전문가에게”
장수연 씨의 자녀는 모두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지역 영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중고등학교 모두 집에서 가까운 일반 학교에 다녔다. 그는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대학진학을 위해 의도적으로 먼 곳의 학교를 통학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를 고민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학교에 다니며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인이 되는 것이죠.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떠올릴 때 대학진학 때문에 먼 곳을 통학하며 힘들었던 기억보다, 가까운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건강한 추억이 많은 그런 밝은 기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미래에 있어서도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장수연 씨는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는 자신이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공공기관부터 학원과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입시자료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모든 자료를 분석할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부모들 역시 자녀의 ‘대학입시’라는 관문이 처음이거나 몇 차례 경험이 없는 미숙한 상태기 때문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 씨가 내린 결론은 학교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에는 두 자녀를 향한 장수연 씨의 남다른 고민과 교육철학도 녹아있었다.

“대학교 입시설명회나 교육부 인터넷 자료, 학원에서 진행하는 전화 상담도 결론적으로는 아이의 성적, 등급 같은 것을 묻고는 진로를 권했습니다. 방법과 질문은 다양했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하나 같이 우리 아이들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우리 아이들을 모르는 곳에서 이야기하는 곳들이었죠. 내 아이들을 숫자와 등급으로 판단해 대학과 학과를 정해준다는 것이 어느 순간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모르는, 알려고 관심도 없는 곳에다가 아이들의 미래를 부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들의 설명에 내 아이들을 맡긴다면 ‘나도 내 아이들을 등급이나 숫자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지낸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 진학상담을 했습니다. 입시상담 창구 중 유일하게 우리 아이들을 알고 만나봤던 창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부모인 저처럼 아이들의 대학 당락까지도 발을 동동거리며 걱정을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내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내 아들을 가장 많이 걱정하는 입시전문가인 담임 선생님과 진학상담을 했습니다. 모든 궁금증은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봤고 담임 선생님의 입에서 답을 얻었죠.”

대학입시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교육
자녀 삶을 뒤에서 ‘관망’했던 장수연 씨의 교육법은 다행히 만족스럽게 끝났다. 상위권 대학을 진학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두 아들은 각각 기숙사와 자취로 대학진학과 동시에 독립했다. 장수연 씨의 소회는 이렇다.

“아이들이 독립하면 청소년 시절은 사실상 아이들과 보내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대학입시로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고 왔을 아이에게 집은 늘 편안한 휴식처라는 것을 선물하고 싶었죠. 이런 욕심이 없는 부모는 없습니다. 다만 조바심과 부모로써의 의무감에 쫓겨 제일 중요한 아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은 누구보다도 자식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굳게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믿음을 자주 표현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것이 교육의 모든 것을 요약해주는 한마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씨의 교육은 끝나지 않았다. 장수연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선배 어른으로서 자녀들에게 보여야 할 교육은 입시가 끝나도 아직 한참 남았다”며 웃었다.


최진 기자 cj@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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