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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교육법”
[베스트 티처] 김재호 영락고등학교 교사
2018년 10월 29일 (월) 18:39:08

논술은 ‘글쓰기’가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력 판단’
“대입논술, 학생 스스로 준비 가능해”

   
 

[대학저널 최진 기자] 영락고등학교 김재호 교사는 28년째 고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1996년 아직 한국에 논술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소개되기 이전부터 논술 가이드북을 만들고 교사들을 가르치면서 대한민국 논술 교육을 준비했다. 논술 분야로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등에서 진학지도 교사로 활동했다. 김재호 교사를 통해 논술이란 무엇이며 대학입시(이하 대입) 논술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봤다.

논술, ‘글쓰기’보단 ‘논리적 사고력’ 평가
김 교사가 논술을 접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국어교사였기 때문이다. 논술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국어의 작문과 논술의 개념정리가 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논술도 작문이니까 국어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논술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논술교육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게 됐다. 논술이 글쓰기 실력을 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을 판단’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논술 강의와 동영상 만들고 첨삭지도 방법을 연구해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논술 가이드북이 나왔고 분석 자료도 많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전무했죠. 그래서 자료집을 만들고 동영상을 찍어 논술 알리기에 힘썼습니다. 나중에 논술거점학교가 운영되면서 그 자료가 사용됐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논술을 교육하면 이 선생님들이 거점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형태였습니다.”

논술수업, 학생들 지성적 사고 키우는 것
그는 논술이 집중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학습법이라고 했다. 하나의 논제를 분석하는 것에도 충분한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게다가 논술을 교육한다는 것은 첨삭지도가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양에 있어 중노동과 같다고 했다.

“힘들게 논술 교육을 준비하는 상황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싫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교사생활에서 정말 큰 의미가 있는 노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교 교사는 30분만 교재연구를 해도 일주일동안 아무런 공부나 연구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자칫 교직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논술은 세상의 다양한 주제를 깊이 다뤄내기 때문에 논제를 풀기위해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야 했고 필수적으로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힘들면서도 교육자로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는 논술이 개인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글쓰기가 아니라고 짚었다. 사회현상과 문제에 대한 철학적 원론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논술이라고 했다. 특히 논술은 논제에 대한 논리적 근거와 분석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논술수업은 학생들의 지성적 사고를 향상시키기 때문에 세상을 논리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교육방법이라고 했다.

“저는 교육의 역할이 ‘책임 있는 지식인’, 지성인을 길러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지성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역할인데, 논술은 고도의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교육방법이기 때문에 교육역할 측면에서 매우 필요한 교육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입논술, 점수 획득하는 올림픽 태권도
김 교사는 논술로 대입의 문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진로진학을 맡게 됐다. ‘기왕 논술을 시작했으니 학생들의 대입까지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논술과 대입논술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는 태권도를 예로 들었다.

“올림픽 태권도와 행사시범 태권도는 다 같은 태권도지만 형태는 다릅니다. 올림픽은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라 큰 동작이 필요 없지만, 행사시범 태권도는 크고 화려한 동작으로 채워집니다. 논술도 마찬가지죠. 대입논술은 올림픽 태권도와 같이 화려함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력을 평가받아 점수를 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김 교사는 논술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논술로 대학을 가지 않은 상황이라도 대학 교육과정에서 그 쓰임새가 높다고 했다. 주제를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해 풀어내는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각종 보고서나 발표, 시험 등에서 남다른 통찰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입시제도 가운데 논술만큼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없다고 했다. 생활기록부와 수능, 적성고사 등도 사고력을 평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중에는 고도의 사고력이 길러진 지성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야 합니다. 고도의 사고력을 키워낸 인재들이 사회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려면 그에 맞는 교육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대입이라는 사회문제로 교육의 다양성이 밀려나는 것이 한국교육의 현실입니다.”

대입논술 준비하는 방법
김 교사가 소개한 대입논술 준비방법은 이렇다. 주요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와 답안지를 대학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보한 후 논술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논제를 푼다. 이후 답안을 보면서 학생들끼리 서로 첨삭지도를 해주는 방식이다.

그는 논제 풀이에 대한 과정과 방법을 대학에서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학생들끼리 논술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논술 가이드북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논술의 기본 개념을 정리한 후 반복훈련을 통해 논리적·철학적 사고력을 증진하는 것이 대입논술 준비법이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모의논술을 대학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능으로 따지면 모의고사 같은 것인데, 훨씬 접근성이 좋죠. 몇 번의 모의논술을 통해 실전경험을 쌓고 감을 익힌다면 논술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특히 대학에서 논술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학생이 직접 준비할 수 있습니다.”

논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해결 가능
그는 자연계 논술과 인문계 논술도 나눠 설명했다. 우선 자연계 논술은 학생의 기본적인 수학능력이 탁월해야 한다고 했다. 모의고사에서 가장 고난의도 문제를 풀어보려는 지적인 노력이 있을 정도로 수학을 좋아하고 또 잘해야 한다고 했다. 과학의 경우 물리나 화학, 생물 가운데 자신이 탁월하거나 특별한 과목이 있다면 논술을 준비할 것을 권했다.

인문계 논술의 경우 고도의 논리적 사고력을 요구한다고 했다. 지문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고도의 사고력, ‘왜’ 라는 질문에 원인을 찾아갈 수 있는 추론능력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글쓴이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방법까지 논술사고력에 포함된다고 했다. 김 교사는 논술이 오랜 준비과정과 논제를 풀어내는 많은 시간투자가 요구되지만, 사교육에 의존해야만 하는 교육은 아니라고 했다.

교육본질 차원에서 논술 재조명돼야
그는 논술이 학업에 정진할 학생들에게 고도의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훈련이라는 점에서 매우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주입식으로 일방통행 되는 한국 교육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시경쟁이 만연한 한국 교육계가 논술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을 극복하고 논술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더욱 노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졸업한 제자들이 학교에 찾아오면 확실히 논술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20살 청년에게서 나오는 막말이나 비속어, 과격한 표현보다는 논리적인 흐름을 생각하면서 대화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도 자신들이 논술교육을 받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한국 교육이 논술을 단순히 대입제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 차원에서 접근해 논술교육이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진 기자 cj@d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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