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태풍이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퇴출대학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명단이 발표됐다. <대학저널>은 특별기획으로 대학 구조조정 실태를 집중 조명해봤다.
우후죽순 늘어난 대학 수, 학령인구 감소 시대 ‘위기’
대학 구조조정은 주무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이하 교과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은 통·폐합과 부실대학 퇴출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 마디로 대학 수를 줄이는 것이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수는 얼마나 될까?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김태완)이 발표한 ‘2012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현재 4년제 대학은 201개 교, 전문대학은 142개 교가 있다. 교육대학과 산업대학을 제외한 4년제 일반대학의 경우 1970년 71개교에서 2012년 189개교로 증가했고 전문대학의 경우 1970년 65개교에서 2012년 142개교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대학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김영삼 정부 때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에 기인한다. 대학설립준칙주의란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대학설립을 허가한 제도로 1996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실제 4년제 일반대학만 해도 1970년 71개교, 1980년 85개교, 1990년 107개교에서 2000년 161개교로 대폭 증가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이른바, 부실대학들도 속출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학령인구(學齡人口, 학령 아동의 총 인원수) 감소 시대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등록금 의존율이 전 세계적으로 높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 돼 대학이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학교 재정과 경영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도 신입생 충원 미달로 경영부실이 심해지고 심지어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대학들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한 ‘대학 수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통·폐합과 퇴출이라는 큰 줄기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교과부에 따르면 사립대 기준으로 고려대와 당시 전문대학이던 고려대 병설 보건대학이 고려대로 통합한 것을 비롯해 2005년 이후 총 18개 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이 9개 대학으로 통·폐합됐다. 국립대의 경우 2004년 이후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등 18개교가 9개교로 통·폐합됐다.
또한 2000년 광주예대, 2008년 아시아대, 2012년 명신대와 성화대학이 교과부 장관의 폐쇄명령으로 퇴출됐으며 선교청대와 벽성대학에 대해서는 학교 폐쇄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대학 스스로 폐교한 사례는 2006년 수도권침례신학교와 2012년 건동대가 있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학자금대출제한대학 발표
현 정부는 지난해 7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학자금대출제한대학→경영부실대학’ 등의 단계로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 명단이 지난 8월 31일 발표됐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는 평가지표에 따라 하위 15%에 해당되는 대학들과 평가지표를 허위로 공시, 적발된 대학들이 선정됐다. 또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는 후보군 가운데 절대평가지표 2개 이상 미충족 대학은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제한대출그룹으로, 절대평가지표 4개 미충족 대학은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최소대출그룹으로 각각 지정됐다. 절대평가지표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을 의미하며 제한대출그룹은 학자금 대출의 70%까지 그리고 최소대출그룹은 학자금 대출의 30%까지 대출이 허용된다.
부실대학 키우기는 정부의 실책, 부실대학 선정 ‘허점’
통·폐합과 부실대학 퇴출을 통한 대학 구조조정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학령인구감소 시대를 대비한 조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부실대학 키우기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사실은 짚어볼 대목이다.
즉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 수 증가로 대학 진학률 향상에 일조했다. 그러나 학령인구감소 시대를 예견하지 못하고, 무엇보다 경영 능력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일정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대학 설립을 허용한 점이 부실대학 키우기의 원인이라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학술4단체는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기관 수가 증가하게 된 원인은 교과부의 대학설립준칙주의 때문”이라면서 “대학설립준칙주의의 정책 목적은 실패했고 부실한 대학, 대학 비리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부실대학 선정에도 불구,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면서 정부가 부실대학 연명에 일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교과부로부터 2009년과 2010년 각각 경영부실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된 28개 대학 가운데 총 22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 따르면 일부 부실대학들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교과부는 대학구조개혁의 일환으로 학자금대출제한 및 재정지원제한대학 43개교를 지정, 발표했지만 이들 대학 가운데 14개교에 대해서는 지방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의 명목으로 3년간 총 400억여 원을 지원하고 있었다”며 “정부 재정지원을 받던 대학들이 1~3년 사이에 부실대학으로 지정됨으로써 사업 효과는 반감되고 막대한 정부예산만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발표한 43개 학자금대출제한 및 재정지원제한대학 가운데 재정지원을 받은 대학과 규모는 2008년 11개교·154억 원, 2009년 9개교·190억 원, 2010년 5개교·55억 원이었다.
부실대학으로 간주되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선정 방식에도 여전히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학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인 평가지표가 적용되다보니 현실과 동 떨어진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선정을 위한 평가지표로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장학금 지급률, 상환율, 등록금 부담 완화, 법인지표, 산학협력 수익률 등이 활용된다. 이 가운데 취업률이 20%, 재학생 충원율이 30%로 두 지표의 합이 50%를 차지한다. 물론 전체적인 평가지표가 미흡할 경우 하위 그룹에 속하게 되면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평가지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모순이 많다. 취업률이 대표적이다. 현재로서는 이공계열 등 취업에 유리한 학과 또는 전공을 다수 보유한 대학이, 인문계열과 예술계열 등 취업에 불리한 학과 또는 전공을 다수 보유한 대학에 비해 유리하다. 지금까지, 특히 예술계열이 주를 이루는 대학들이 정부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올바른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지표상의 논리로만 대학을 평가하지 말고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 정책, 대입에도 ‘영향’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대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 수요자에게는 보다 좋은 대학에 진학,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 여건이 부실한 대학은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정부 발표를 액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선정만 해도 ‘부실대학’으로 간주하며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가 없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평가지표가 현저히 떨어지는 대학들도 다수이지만 정부의 평가방식에 따라 본의 아닌 피해를 본 대학들도 있다.
또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선정되는 비운을 겪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명성을 회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경성대, 경남대, 대전대, 목원대, 상명대, 원광대 등이 대표적. 이들 대학은 지난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또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평가지표 개선을 통해 불과 1년 만에 부실대학 오명에서 벗어났다.
따라서 대학 구조조정 대상 가능성이 높은 부실대학을 유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 발표나 집단적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정확하게 대학을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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