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대를 죽이기 위한 폭탄돌리기밖에 안 된다."
이번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된 지방 어느 대학 관계자는 애써 이렇게 표현했다.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이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 지표가 떨어지면서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대학은 올해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2011년부터 소위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시작된 교육부의 '부실대학' 정책은 첫해 원광대, 경남대, 경성대, 상명대 등 굵직굵직한 사립대들이 포함되면서 '부실대학'으로 분류되는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지난해는 서울에 소재한 세종대와 국민대를 비롯해 배재대, 동국대(경주), 세명대 등 지방대학들이 줄줄이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결국 이들 대학들은 대부분 정원을 대폭 줄이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부실대학'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뗐다. 특히 경남대, 경성대, 원광대 등의 경우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면서 대학별로 30억 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받았으며 세종대와 국민대도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올해는 4년제, 전문대 포함 총 35개 대학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 이 중에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 14개교, 경영부실대학 9개교도 포함돼 있다.
4년제의 경우 서울 소재 대학은 성공회대가 유일하다. 안양에 소재한 성결대, 화성에 소재한 신경대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이다.
부산에 소재한 신라대는 3년 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잘 가르치는 대학', 이른바 ACE대학으로 선정했던 대학이다. ACE대학에서 불과 3년 만에 '재정지원제한대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이다.
'공무원사관학교'로 유명한 경북 영주 소재 동양대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됐다. 대학에서는 학생충원율과 취업률에서 많은 점수를 까먹었다고 분석했다. 교육 수요자가 많지 않은 지방소도시에 위치한 잘못(?)이다. 동양대는 '공무원사관학교' 등을 통해 나름대로 지방대의 활로를 찾아갔으나 이번에 재정지원제한대학이라는 날벼락을 맞으면서 올해 신입생 모집은 더욱 난망하게 됐다.
이번 발표를 보면서 교육부가 과연 지방대 육성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대부분 지방 중소대학들에게만 '폭탄'을 안긴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당초 어제(30일) '지방대육성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방대 살생부'를 발표하면서 '지방대 육성방안' 발표는 연기됐다. 같은 날 발표하기가 머쓱했던 모양이다.
대학구조개혁의 본질은 '정원감축'이다. 이번에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대학들은 어떤 식으로든 정원을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학 입학정원 감축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5년 뒤인 2018년에는 고교 졸업생 55만 명에 비해 대학 정원은 57만 명이다. 대입정원이 2만 명 많은 기형적인 구조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정원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방대학 부실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소재 대학들은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지방대학들의 정원만 감축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몇몇 지방대학들의 수도권 이전으로 '교육의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교육부 발표를 '지방대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결국 지방대학만 제재를 받게 돼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정원 감축은 뜨거운 감자다. 대학마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대학 구조조정의 근본문제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덕성여대 윤지관 교수는 "서울의 대형 대학들이 학부정원을 줄이는 체제 개편을 통해 구조조정이 지방에만 집중되는 것을 막고 지역거점대학 육성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지대 박정원 교수도 "모든 대학에 입학 정원 감축 비율을 공정하게 적용해 고통을 나누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대학별 모집 정원을 단계별로 20∼3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수도권과 지역, 국립대와 사립대, 인문계와 자연계 등 정원 규모를 줄일 대상을 놓고 대학 내 어마어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선도 대학들이 먼저 양보해 정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정책은 무엇보다 지방대를 살리는 데 방점을 둬야지 '무자비식 지방대 살생부'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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