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려대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이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서울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대학가 성의식 부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1일 학내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에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 대자보에는 인문대 A반의 남학생 전체 채팅방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성희롱성 발언이 전면 공개됐다.


학소위는 "카톡방에서 행해진 언어성폭력의 수위가 매우 높다는 점과 고려대 카카오톡 성희롱 사건(이하 '고대사건')의 피해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일부 가해자들의 반성의 여지없는 태도는 피해자들이 사건이 공론화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대자보에 따르면 남학생 8명은 채팅방에서 2015년 2월부터 8월까지 동기 여학생들을 포함해 다수 여성들을 언급하면서 성희롱, 여성혐오적 발언을 하거나 외모를 비하했다. 공개된 내용에서 남학생들은 같은 반 동기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린 뒤 '박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배고프다'는 말에 "○○(동기 여학생 이름) 먹어"라고 말했다. '동기가 늦는다'고 말하자 "으휴 XX(동기 여학생 이름)이 정말 묶어놓고 패야함"이라고 말하는 등 여성혐오적 발언을 했다.
이들은 일반 여성들에 대해서도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 이들은 "(과외 요청이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은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라…고딩이면 좋은뎅", "여자가 고프면 신촌주점 가서 따라", "슴만튀(가슴 만지고 튀기), 슴가펀치", "명기삘" 등의 발언을 했다.
이번 단체 카톡방의 대화 내용은 한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남학생이 동기 여학생 한 명에게 실수로 단체 카톡방을 보여주면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이거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올 듯", "진짜 남톡 우리끼리만 좀, 개방하면 사살"이라고 하는 등 대화의 내용이 알려질 경우 불러올 사회적 파장도 예상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일의 피해자들은 지난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고 지성이라는 서울대, 그것도 인간의 존재를 논한다는 인문학도들이 다른 인간을 조롱하고 도구로 삼는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단순히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일반적인 남성들이 가해자와 같은 취급 받아 매도당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서울대 학소위와 대책위는 가해자들의 반성과 사과, 가해자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인권센터에서 조사중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 등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고려대도 남학생 8명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1년간 교내 여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담패설 등 언어 성폭력을 일삼았은 것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고려대 대책위에 따르면 언어 성폭력 사실은 카카오톡 대화방에 회의를 느낀 한 남학생이 피해 여학생 가운데 한 명에게 해당 대화 내용을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대화 내용에는 '아 진짜 새따(새내기 따먹기) 해야 하는데' 등의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단체 대화방 성희롱 사건은 특유의 ‘폐쇄성’과 대학생들의 '성숙한 성(性)의식'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성숙한 성의식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는 성인이 되면서 별 생각 없이 성희롱과 언어성폭력을 일삼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성교육을 포함한 제대로된 시민 교육을 받아야만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는 걸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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