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허준’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허준이 죽은 스승의 몸을 눈물로 해부하며 인체의 몸을 연구했던 장면이다.
그 당시의 윤리로는 사람의 몸에 칼을 댄다는 사실 만으로도 불경스럽고 끔찍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준의 피나는 노력과 연구의 산물로 ‘동의보감’이라는 동양의 뛰어난 의학 백과사전이 탄생하였다.
이처럼 과학자들의 실험은 종종 끔찍하고 두려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항상 윤리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과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존중되어야 하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그 과정에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켜가며 연구를 진행시켜서는 안 된다. 과학에 있어서 이러한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가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이고 그 중에서도 배아 줄기세포 연구이다.
현대 과학과 의학의 진보는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왔다. 특히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현대 의술로는 불가능한 난치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배아 줄기세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세포가 근육이나, 뼈, 뇌, 피부 등 신체의 어떤 기관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세포라는 점 때문이다.
배아 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인체를 구성하는 216가지의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될 수 있어서 ‘만능세포’라고 불린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뇌질환이나 근 위축증, 척수 손상, 당뇨병 등 현재로서는 특별히 치료약이나 수술 방법이 없는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환자 맞춤형 배아 복제 기술로 분화시킨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면역 거부반응 없이 환자를 낫게 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인성 치매를 포함한 알츠하이머로 고통 받는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을 예상한다면, 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 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미래에는 누구나 그 혜택을 보게 될 일반적인 의학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먼저, 복제 인간의 가능성으로 인한 생명 경시 풍조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인간 배아 복제 연구, 즉 체세포 복제 연구란 환자의 체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넣어서 치료목적의 배아 줄기 세포주를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자궁에 착상되면 9개월 뒤에는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인간, 즉 복제 인간이 태어나게 된다. 이 분야를 좀 더 발전시킨다면 사람은 언제든지 복제가 손쉽게 일어날 수 있고 그러한 행동들은 생명경시풍조라는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 사람을 죽여도 복제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사람의 난자를 이용해 배아 복제를 연구하는 경우 복제인간의 문제 외에도 여성의 몸을 실험 도구화하고 상품화한다는 점이다. 난자의 생성을 촉진하기 위해 호르몬인 과배란 유도제를 주사하고, 배란일에 맞춰 마취를 한 후 복부나 질을 통해 난소로부터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여성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다고 한다. 또 시술 후에는 복통과 우울증, 골반염, 신부전증, 불임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난자가 필요하므로 기꺼이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 뿐 아니라 가난한 여성들이 돈 때문에 난자를 파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과학은 계속 발전해왔다. 그 결과가 인류에게 편리함과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했고, 때로는 재앙이 되기도 했다. 어떤 생명과학자는 “생명공학은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전거 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그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멈추지 않고 굴러가는 자전거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가능한 한 생명윤리를 훼손하지 않고 투명하게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생명 윤리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과 논의를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연구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과학자들에게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이 연구가 윤리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 기술이 지닌 잠재적 위험에 대해 환기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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