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INSIGHT] 겸임·객원·대우·초빙…“교수가 너무 많다”
[대학 INSIGHT] 겸임·객원·대우·초빙…“교수가 너무 많다”
  • 백두산 기자
  • 승인 2021.06.29 06: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은 뒷전, ‘명함 장사’로 전락
애꿎은 강사·학생들만 피해…자정 노력 필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한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한 내용과 관련 없음.

“대학에 초빙교수와 겸임교수 등은 비용 절감과 교원확보율을 높일 수 있는 일종의 다목적 카드다. 강사법 개정 이후 까다로워진 강사 요건을 맞춰줄 필요도 없으며, 유명인을 대학에 데려오는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의 말이다. 교수 직함이 넘쳐나는 시대다.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대학교 ○○교수라는 사람들이 나와 격론을 펼치곤 한다. 퇴직한 고위공무원부터 정치인, 기업가,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교수 직함을 달고 나오지만 이들 중 교수 본연의 직함에 맞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학의 전임교원은 주당 9시간의 강의를 해야 하지만 겸임·초빙·석좌·대우·특임·명예·객원 등의 명칭을 단 비전임교원들의 강의는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다. 주당 강의는 고사하고, 한 학기에 특강 형식으로 한 두 차례만 강의하거나 아예 강단에 서지 않아도 ‘○○교수’ 타이틀을 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학은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교원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를, 유명인들은 교수라는 지위를 얻는다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그 결과 교수 명칭만 30개가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교수 직함의 남발의 피해자는 강사와 학생이 된다는 점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교수 명칭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대학원대학 등을 포괄한 고등교육기관 전체 교원 수는 22만1107명으로, 전년 대비 6만3423명이 증가했다. 증가한 교원의 96.2%는 강사로 6만987명이다. 지난 2019년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강사’는 겸임교원과 초빙교원, 기타교원, 강사를 합한 수치다.

강의 담당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4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서 2021년 1학기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67.1%로 2020년 1학기 66.7%보다 0.4%p 상승했다. 달리 말하면, 비전임교원의 강의 담당 비율이 약 33%란 의미다.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은 어떻게 구분될까. 최근 대학의 교수 명칭과 종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교수마다 역할과 임용 조건 등이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는 정교수와 부교수 등 전임교원과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대우교수 등 비전임교원으로 나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발표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운영 현황’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비전임교원 명칭은 초빙교수와 겸임교수, 대우교수 등 31가지다. 이후 숙명여대에서 대우초빙교수라는 직함을 만들어 비전임교원 명칭은 현재 32개로 알려져 있다.

비전임교원의 임용은 기본적으로 고등교육법과 교육공무원법 등을 따르지만 그 외 조건은 학교 학칙이나 재단 정관을 통해 조건이 강화되기도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전임교원의 경우 고등교육법과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 외에 나머지 기준은 각 대학의 학칙과 재단 정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취지와 달리 악용되는 비전임교원제도

비전임교원 유형이 늘어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교원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선 전임교원은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눠져 있다.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정교수와 부교수, 조교수로 승진이 가능하며, 정년이 보장된다.

반면 계약교수라고도 불리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승진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직급이 제한적이며,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비전임교원은 겸임교수와 명예교수, 초빙교수, 시간강사, 강사 등이 포함된다.

강사는 개정된 고등교육법(강사법) 시행 후 공채를 통해 임용된 강사이며, 시간강사는 강사법 이전에 시간강사로 계약을 체결해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다. 시간강사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되면 강사가 기존 시간강사의 의미를 대체하는 용어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임교원의 대표 유형인 강사(시간강사)는 일정 교과에 대한 수업만을 담당하는 교원으로 대다수 대학이 운용하고 있다. 겸임교수는 대학교수 자격이 있는 자로서 관련 교과나 업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교수로 임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려대의 경우 겸임교수 지원자격을 ‘고등교육법 제16조에서 정한 조교수 이상 자격기준에 해당되고,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등에서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서 순수 학술이론 과목이 아닌 실무·실험·실기 등 산업체 등의 현장 실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해 임용된 자’로 정하고 있다.

초빙교수는 국가기관·연구기관 또는 산업체 등에서 담당 교과목과 같거나 유사한 직무의 근무경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외국인 중 교수 자격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화여대 2021학년도 2학기 초빙교원 채용 공고를 보면, ‘조교수 이상의 자격기준을 갖춘 사람 또는 이에 준하는 해당 분야 경력을 보유한 사람이거나 특수한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한 사람’이라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학협력을 장려하는 정부 시책과 맞물려 산학협력중점교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산업체 경력자로서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과 연구, 취·창업 지원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산학협력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특임교수는 학교가 부여하는 특정 업무에 적합한 능력과 실적을 가진 교원이고, 기금교수는 각 대학의 기금교수운영규정 등에 의해 대학이 별도로 관리하는 기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전임교원과 같은 처우를 받으며 연구 또는 교육을 담당하는 계약 교수다.

한 대학 관계자는 “비전임교원제도는 당초 대학에서 특수한 분야의 학문을 담당하는 교수를 전임교원으로 채용할 수 없을 때 비전임교원으로 임용하는 등 긍정적인 취지로 도입됐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교수 직함 남발의 원인이 되는 등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사법 우회로로 활용되는 겸임·초빙교수

겸임교수와 초빙교수는 대학가에서 ‘꼼수’로 통하고 있다. 2019년 개정 강사법 이후 여러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강사와 달리 교원 확보율은 높아지지만 권한은 덜 줘도 되기 때문이다.

개정 강사법은 대학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3년간 재임용도 보장해야 한다.

반면 초빙교수나 겸임교수의 경우 조건이 훨씬 단순하다. 겸임교수는 순수 학문이 아닌 실무와 실기 과목을 맡아야 하며, 초빙교수는 특수한 교과를 가르친다. 문제는 과목에 대한 해석이 느슨하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대학에서 이를 악용할 수 있다.

더욱이 초빙교수나 겸임교수 등의 비전임교원은 강사와 달리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부여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임용 절차 보장과 방학 기간 임금 지급, 교원소청심사 청구권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

한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비전임교원 확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감축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비전임교원 확대가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년 트랙에 속한 비전임교원을 늘리게 되면 대학은 그들에게 낮은 보수를 지급하면서 전임 교원 확보율도 높일 수 있다. 또 계약 기간도 짧아 해고와 고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피해는 강사·학생의 몫

비전임교원은 정·관계 고위직이나 대기업 임원 출신 등 ‘경력관리용 교수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교수가 된 사람은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과 규제 등에서 도움을 받거나 대외적인 홍보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인물이 강단에 서게 됨으로써 이에 대한 피해는 강사와 학생이 받게 된다는 점이다. 강사들은 강사법 개정 이후 안 그래도 줄어든 강의 시수를 초빙·겸임 교수와 경쟁을 해야 한다. 전업 강사인 경우에는 말 그대로 ‘날벼락’ 인 셈이다.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이 입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기대한 수준의 수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 대학의 한 학생은 “기업에서 관련된 업무경력이 많다는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는데, 강의 시간 내내 교과서만 읽거나 현직 때 있던 일들만 얘기하다 끝난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이 강의를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임교원은 다변화된 시대적·사회적 수요 속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췄거나 특수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를 영입해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는 제도다. 다만 제도가 악용돼 ‘명함장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원칙 없이 교수직을 남발하면 대학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대학의 격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오병호 2021-06-30 19:35:27
성실하게 교수해주실분들은 안뽑고 당장에 유명세만 보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저는 정말 성실히 교수님 해드릴수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