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INSIGHT] 대학 폐교·청산 해외는 어떻게?...‘사회적 자원 활용’ 초점
[대학 INSIGHT] 대학 폐교·청산 해외는 어떻게?...‘사회적 자원 활용’ 초점
  • 임지연 기자
  • 승인 2021.07.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 미국, 경영부실 · 회생에 대한 단계별 조치 시행…폐교 세부 지침 제시
영국, 대학 · 학과 간 통폐합 추진
올해 2월 문을 닫은 서해대
올해 2월 문 닫은 서해대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4월 14일 발표한 ‘한계대학 현황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본연의 정상적인 기능과 역할이 어려운 우리나라 한계(限界)대학이 전국적으로 84개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영자의 비위나 도덕적 해이가 대학 부실의 원인이었던 지난 상황과는 달리 학령인구 감소 등 인구적·사회적 변화 요인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한계대학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계대학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높은 사립대학 비율과 인구적 · 사회적 변화 요인 등으로 한계대학 발생과 폐교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 등의 한계대학 관리와 폐교 대학 청산 방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 강력한 정책으로 한계대학 관리 · 폐교대학 청산 지원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지방 소멸, 수도권 인구이동 심화 현상을 20년 정도 앞서 겪고 있는 나라다. 저출산·고령화 등은 고등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고등교육 재정 악화와 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계층 격차, 고등교육으로 소요되는 생활비 부담, 대학졸업자 고용시장의 불안정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일본의 저출산·고령화는 학생수 감소로 이어져 지역 국·공립과 사립 고등교육기관의 대학경영 위기가 높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일본 역시 전체 고등교육기관 중 사립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82.4%(2018년 기준)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80%다.

이에 따라 일본 문부과학성과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은 지난 2007년 경영곤란 대학에 대한 사전 대응과 학생 보호 등 국가적 지원 절차를 마련, 일본의 고등교육 진학률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시점부터 발생할 경영악화에 따른 사립대학 파산과 대학 간 입학생 양극화, 지역사회 황폐화 등을 방지해 왔다.

또한 고등교육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투자 확대와 이를 위한 미래 구상 정책을 추진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지난 2018년 2040년을 위한 고등교육의 그랜드 디자인을 공표했고, 대학 연계·통합 촉진, 사립대학 학부 양도 원활화, 국·공·사립대학 단위 간 호환 등 전국적인 대학 재편을 지향하고 있다.

한계대학으로 진단된 대학에 대해서는 경영진단지표에 의해 정상상태와 경영곤란(Yellow zone), 자력갱생곤란(Red zone), 파산상태 단계로 나눠 단계별 조치와 컨설팅을 진행했다. 또한 단계별 퇴로 개방을 구축하고,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해 위기대학과 부실대학 폐교에 대해서는 학교법인 해산 법령인 사립학교법, 민사재생법 등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도 자력으로 경영 개선과 운영이 어려운 학교법인에 대해서는 다른 학교법인과 연계·통합, 합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합병에 의한 재건은 상호발전형과 위기회피형 크게 2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상호발전형은 각 대학의 강점과 약점을 융합하는 것이고, 위기회피형은 학교법인이 경영위기에 빠진 경우 동일법인 또는 관련법인 간 흡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같이 일본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개입해 한계대학에 대처하고 있으며, 학교법인의 경영부실과 부도덕, 법령위반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강력한 정책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했다. 기업에 적용되는 민사재생법에 의한 학교법인 파산은 중앙정부와 해당 지역 교육청, 법원이 파산 절차에 따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의 유휴자산에 대해서도 증여와 양도 등 법률적 검토를 통해 그 가치를 보존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한편으로는 사립 고등교육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발적인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 학교법인운영조사위원회 등에 세부 절차와 가이드라인 제시 등의 업무를 위임, 진행 중이다.


미국, 한계대학에 대한 엄격한 규정 제정과 모니터링 집행
영국, 경쟁력 확보 위한 대학 간 통폐합 정책 시행

미국은 사립 고등교육기관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비영리 사립 4년제 대학의 수입 중 등록금이 30~40%에 달해 대학 입학생 감소가 등록금 수입 감소와 재정손실을 유발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고등교육기관 764개가 입학생 감소 등에 따른 경영악화 등으로 폐교했다. 이 중 사립대학은 756개로 99%를 차지한다.

미국 고등교육기관은 연방정부(교육부)의 재정책임점수, 주정부의 성과기반 재정지원, 주 정부 요구사항과 기관평가·인증기관의 인증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교육 수요자 보호를 위해 한계대학에 대한 엄격한 규정 제정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대학이 위기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교가 진행되면 주정부는 연방학생보조국(Federal Student Aid)을 통해 폐교대학 정보, 전학, 성적증명서 발급, 학자금대출 면제 자격·반환 지원 등 학생 대응 방안을 제시해 학생 보호를 우선한다. 또한 비영리 사립대학이 폐교하면 대학 시설물과 운동장, 도서관, 예술품 등에 대한 법적 검토, 기부금 증여·양도에 대한 협의, 이와 관련된 보고·처분에 대한 승인 등도 담당해 진행한다.

이같은 노력에도 지역 4년제 대학이 파산해 폐교할 경우 연방파산법을 통해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극도의 경영악화와 자발적 폐교, 경영자의 비리·부정, 불법적인 학사운영 등의 사유가 아니면 대학에 대한 회생과 경영상태 개선, 기능 전환 등을 지원한다.

영국 대학은 유럽 대학과 같이 정부의 재정지원과 정책 관여로 운영되고 있고, EU·비EU 국가의 유학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학령인구 감소의 요인보다는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학 간 통폐합(College mergers plan)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폐교보다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대학 간, 학과 간 활발한 통폐합을 통해 교육자원과 연구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책임자는 ‘한계대학 현황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해외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을 단순 폐교·청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폐교와 통폐합, 합병에서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국, 영국보다 단기간에 한계대학과 부실대학, 폐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라며 “향후 정부와 대학은 청산·해산 작업 시 학생 보호를 위한 각종 대응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