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처우개선·전문직화 노력 선행돼야
입학사정관, 처우개선·전문직화 노력 선행돼야
  • 이승환 기자
  • 승인 2021.09.2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학사정관 다수 계약직, 고용·신분 불안정으로 전문성 담보 어려워
공정성 일환 제재 강화 움직임...취업제한·처벌 수준 "너무 과해"
입학사정관의 위상 강화, 전문직화 필요
수도권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온라인을 통해 대학입학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대학 입학 전형의 공정성 담보를 위해 입학사정관의 취업을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입학사정관들의 처우와 운용 개선이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일부 입학사정관의 일탈은 법으로 제재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계약직이 다수를 차지하는 입학사정관의 고용 불안정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으로 수험생 활동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비중이 커질 것에 대비해 입학사정관의 전문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6월 대학정보공시 전국 대학 입학사정관 현황 첫 공개

입학사정관 제도는 대학입시에서 성적 위주 선발을 탈피해 잠재적 능력을 토대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입학사정관은 대학입시에서 이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학생의 학업 성적뿐 아니라 소질과 경험, 성장환경,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업무를 맡는다.

입학사정관은 크게 채용사정관·교수사정관·전환사정관 등 전임사정관과 위촉사정관으로 나뉜다.

채용사정관은 대학이 전임으로 채용한 입학사정관이며, 교수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업무수행에 필요한 교육 훈련을 받고 상시 학생선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대학이 입학사정관 보직을 부여해 책임시수를 감면하고 보직수당 등을 지급하는 교수를 말한다.

전환사정관은 대학의 직원 중 전임사정관으로 발령된 입학사정관이다. 위촉사정관은 해당 학교의 교직원이나 다른 대학 교수, 지역사회 인사, 퇴직한 교직원 등 입학사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사 중 학생선발 기간을 포함해 일정기간 입학사정관으로 위촉된 사람을 뜻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6월 ‘대학 정보공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현황과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자 1명당 서류평가 건수를 처음으로 공시했다.

채용사정관 10명 중 4명은 계약직
고용불안 가중,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직업군” 인식

정보공시를 통해 드러난 입학사정관 운용 현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비중이 상당하다. 위촉사정관 비중이 전임에 비해 현격히 높은 것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6월 대학 정보공시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전형에 참여한 입학사정관은 9129명으로, 이 중 전임 입학사정관은 1198명, 위촉사정관은 7931명이었다.

사실상 학생 선발기간에만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하는 위촉사정관이 전임사정관의 7배가 넘었다.

전임사정관 중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계약직 비율도 상당했다.

전임사정관 1198명 중 계약직은 382명으로 31.9%를 차지했다. 채용사정관의 경우 계약직 비율은 더 높은 39.6%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계약직 즉 비정규직이 40%에 달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수치다. 비정규직도 단기계약직과 정년보장무기계약직, 프로젝트무기계약직, 박사급계약직 등 고용 형태가 제각각으로 신분이 불안정해 입시의 전문성과 신뢰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입학사정관 대부분은 대학에서 교수와 직원 사이 별도 계층으로 존재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에서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직업군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입학사정관이 대학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과 주인의식 등이 있을 수가 없다”며 “입학사정관이 보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평가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신분 불안 해소와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취업 제한·처벌 법안 발의
이직하는 입학사정관 다수는 계약직…“제재 과해”

이같은 상황에서 입학사정관 취업제한 등 현재 입지를 더욱 제약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교육부 차원에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입학사정관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7월 1일 현직 입학사정관과 퇴직 후 3년 이내 입학사정관의 사교육 관련 활동을 금지하고,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학사정관이 사교육 기관과 협력해 대학 입학정보를 제공하는데 대한 제재 수단이라는 것이 입법 취지다. 실제로 최근 한 언론에서는 갓 퇴직한 입학사정관이 입시컨설팅을 하는 부적절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8월 25일 열린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는 '공정성 향상을 위한 사회정책 보완방안 점검결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며 퇴직 입학사정관의 취업제한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및 학원법을 내년 상반기까지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입학사정관이 퇴직 후 3년 동안은 학원 취업뿐 아니라 교습소와 개인 과외교습도 금지할 방침이다. 기존 취업제한 대상은 학원 뿐이었지만 이를 확대한 것이다. 또한 학원법도 개정해 퇴직한 입학사정관이 학원을 설립하거나 취업하게 되면 부과할 행정처분 및 벌칙도 신설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처우 개선이나 정규직화는 고사하고 계약직으로 대학을 옮겨다니는 입학사정관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처벌 또한 가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이직을 고려하는 대부분은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입학사정관인데, 이들에게 취업 기한까지 못 박아 제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학에서도 차별을 받는 계약직이고 이직에 제한이 큰 입학사정관을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각종 제재로 입학사정관을 하려는 이들의 진입을 막게 되면 기존 입학사정관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결국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악화 대학, 입학사정관 정규직화 한계
전문직화로 입학사정관 위상 강화…“학종 신뢰도 제고될 것”

입학사정관 운용 개선의 시급한 과제는 정규직을 보다 확대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 수시모집의 특성을 살린 대표적인 전형임에도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대학 입장에서 갈수록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을 정규직으로 대거 채용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수혜 대학 확대 등 입학사정관 운용에 숨을 불어넣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 각 고등학교의 교육 결과를 정성적으로 판단할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입학사정관의 정규직화와 별개로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석·박사급 연구직 입학사정관의 채용과 양성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원준 수도권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입학사정관은 연구직 직원화가 바람직하다”며 “대학도 석·박사급의 인재를 영입해 향후 학생 선발뿐 아니라 대학입시 전반에 걸친 연구와 기획, 강의 등의 역할을 분담시키는 연구자급으로 활용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사정관이 연구원이나 교수 등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될 때 입학사정관에 대한 사회적 권위와 신뢰가 형성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도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