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메리토크라시' 저자 이영달 교수
[IN-ter-VIEW] '메리토크라시' 저자 이영달 교수
  • 백두산 기자
  • 승인 2021.09.30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는 미래교육으로…산학일체 시대 준비해야"
이영달 교수가 메리토크라시 출간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영달 교수가 메리토크라시 출간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정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이영달 교수의 저서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는 경영학자의 시각에서 국내 교육에 대해 바라보고 있다. 방대한 자료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교육의 흐름을 통찰해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 교수는 “대학 혁신의 주체는 대학이나 정부가 아니다”며 “기업대학이 대학혁신의 촉발점이 될 수 있게끔 정부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 메리토크라시 출간을 축하한다. 경영학자로서 교육 관련 책을 출간한 이유는.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가정적인 배경과 관계없이 무상으로 교육환경이 잘 갖춰진 학교를 설립하고 싶었다. 나중에 사회에 기반을 잡고 나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대학에서 현실을 바라보니 학생 때 바라본 교육의 현실과 교수로서 바라본 현실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외국 대학과 간극은 격차가 극심했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글을 자주 올렸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이번 기회에 집필까지 하게 됐다.”


- 메리토크라시의 의미는.

“메리토크라시는 본래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집필한 풍자 소설 형식의 정치 사회 에세이 ‘메리토크라시의 부상 1870~2033’에 처음 소개된 용어다. 한국에서 주로 능력주의로 번역되지만 본래 뜻을 살리자면 업적주의나 공로주의가 정확하다. 이 용어는 원래 영국의 ‘THE-11 plus’라는 제도 때문에 나온 말이다.

11살의 나이에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시험 결과와 진학하는 학교가 달라지는 영국의 모습과 사회적 이동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동력 역할을 해야 할 교육이 역설적으로 사회 계층화와 불평등을 야기하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보여주고자 풍자적 소설 형식의 책을 쓴 것이다.

책 메리토크라시를 쉽게 풀어보자면 ‘실력과 매력이 학력과 재력을 이기는 시대’라는 변화상을 담고 있다. 업적과 공로라는 것은 실제 만들어내는 퍼포먼스와 실제로 기여한 공로, 공헌한 부분들이 보상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잘 적용되는 영역이 프로 스포츠와 기업 세계다. 이들은 보여진 결과물을 토대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들은 이미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도 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담아 책을 쓰게 됐다.”


-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미래 교육으로 가야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교육의 방향성이라 하면 국가적 측면에서 수월성과 포용성, 다양성, 혁신성을 의미한다. 국가 교육이 잘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4가지가 균형 잡힌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현재 한국 교육은 포용성만 강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학들이 취업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사실 미래 교육은 시험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자기 삶을 위한 교육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 토대(파운데이션), 기업가형 전문가, 현실에 기반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육의 초점이 개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모든 학생 성공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 제정된 모든 학생 성공법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졌다. 모든 학생 성공법 이전이 20세기형 교육이 남아있는 형태였다면 2015년 모든 학생 성공법 이후에는 21세기형 교육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현재 미국의 교과서는 모든 부분이 디지털화하면서 코딩이 돼 있다. 교과서뿐만이 아니라 커리큘럼도 본인 적성에 맞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 한명 한명의 발전을 돕는 형식이다. 우리나라 교육도 결국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 ‘교육부와 대학 모두 미션과 비전이 없다’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교육을 위한 적절한 미션과 비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연방 교육부의 미션은 명확하다.
‘경쟁력 있는 교육을 받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게 성인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즉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 미국 연방 교육부의 미션이다. 영국도 비슷하다. 자기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모두 성인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국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교육을 위한 미션과 비전도 중요한데 그에 앞서 교육의 균형을 우선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공교육 경쟁력이 낮은 편임에도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탁월하다.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에서 미국 교육에 대해 낮게 평가하는 배경은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때문이다. 한국 순위가 상위권인데 반해 미국은 6, 7등 정도로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의 함정이다. 평균이 아닌 상위 30%를 끊어서 보면 미국이 세계 1등이다.

그리고 대학을 보면 미국 대학들은 공립이든 사립이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품질 관리가 된다. 이런 체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대학 규모가 작아야 한다. 미국 유명 대학들의 경우 하버드 대학 정원은 1천명 내외 수준이고, MIT는 더 적다. 규모가 커지면 질적 관리가 쉽지 않다. 결국 국내 대학들도 정원을 줄이고 교육 품질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


- 기업과 대학의 경계가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미래 대학은 어떤 모습이라 생각하나.

“교육을 학교 울타리와 교육이라는 범주에서만 보지 말고 기업과 산업, 경제와 국제적인 관계 속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실제 세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대학들도 보다 다원화 될 필요가 있다. 가령, 미국에서 건축분야는 쿠퍼 유니언이, 임상 의학 분야는 락커펠러 대학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국내에서는 잘 모르는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현장 중심 교육을 통해 졸업 후 취업을 하면 바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연봉도 높다. 그래서 이제는 산학협력의 시대가 아니고, 산학일체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런 대학들의 예로는 미국의 올린 칼리지와 영국의 다이슨 공대 등을 들 수 있다.”


- 최근 교육계에 ‘공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금 우리의 공정 이슈는 과정의 공정을 말한다. 과정의 공정은 절차상의 공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짜 공정은 기회의 평등이다. 우리나라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미국의 모든 학생 성공법과 같은 제도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개인화된 학습과 교육을 법률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들은 본인만의 커리큘럼을 구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그 외의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인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다양성을 국가가 보장한다. 그리고 대학의 경우에는 차터스쿨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장학금을 등록금 수준이 아닌 생활비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국내 대학에도 빨리 도입돼야 기회의 평등을 통한 공정이 이뤄질 수 있다.”



관련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