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고등학교 1학년인 정진영(가명) 군은 학교라는 단어보다 학원과 과외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고 남는 시간에는 과외를 받기 때문이다. 정 군에게 학교는 학원에 가기 전, 과외를 받기 전 잠시 머무는 곳에 불과하다.
#2. 평소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해온 초등학교 6학년의 엄마인 김소희(가명) 씨는 결국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아이가 치른 기말시험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김 씨는 "학교에서는 시험 범위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치르고, 수업내용도 선생님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시험조차 어렵게 내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사교육공화국,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단어다. 사교육은 공교육을 위협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고 학교보다는 학원이, 학교 교사보다는 학원 강사가 더 신뢰를 받는 현실이다. 꿈과 희망, 미래와 비전을 찾아야 할 아이들이 입시와 성적에 매달려 지쳐 가고 있다. 교육이 살고 나라가 살기 위해 사교육공화국의 오명은 속히 벗어나야 한다.

■사교육시장 규모 연간 20조 원대, 국민 10명 중 7명이 사교육 경험=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사교육비(명목) 총 규모는 19조 원, 1인당 사교육비(명목) 규모는 23만 6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이지만 2014년 교육부 예산이 54조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총 규모는 교육부 예산의 약 40%에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사교육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학생과 학부모 등 총 9086명이 설문에 답한 가운데 응답자의 70.7%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사교육의 유형은 학원(53.7%)이 가장 많았고 학습지(21.1%), 개인과외(11.3%) 순이었다. 아울러 통계청이 발표한 '2012 한국 사회지표'에서도 전체 청소년의 사교육 참여율은 69.4%에 달했다.
■사교육에 멍드는 공교육="사교육 시장은 존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김권섭 전 전국대학교입학처장협의회 회장)
사교육은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 왔다.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을 하며 전인적 인재 양성에 기여해 온 것이 사교육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사교육에 따른 폐해와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교육, 즉 학교교육이 흔들리는 것이다. 학원 수업과 과외 강의에는 집중하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은 지루해하기 일쑤다. 학교 교사의 꾸중에는 반발하는 학생들이 학원 강사의 질책에는 고개를 숙인다. 학교수업은 못 믿어도 '점수 따는 비법을 알려 주는' 학원 수업과 과외는 신뢰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행복교육누리,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 지난해 '제32회 스승의 날과 제61회 교육주간'을 맞아 실시한 '교육공동체 인식조사'에서 '대학입시와 관련해 학교, 학원 중 더 신뢰하는 곳'을 묻는 질문에 고교생들의 경우 51.5%가 학교를 신뢰했고 학부모는 56.3%가 학원을 더 신뢰했다. 교사들은 학교가 신뢰받고 있다는 비율이 더 낮아 35.6%에 그쳤다.
또한 사교육은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유전합격, 무전불합격', 즉 '돈이 있으면 합격하고 돈이 없으면 불합격한다'는 말로 바뀌어 회자될 정도다. 지금은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교육을 결정하는 시대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의 사교육비 충당을 위해 투 잡을 하고 있다"며 "다른 아이들이 모두 학원을 가고 과외를 받는데 내 아이만 뒤처질 수 없지 않느냐.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벌주의가 만들어낸 사교육이라는 공룡="좋은 대학을 나와야 취업을 할 수 있는 학벌 위주의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내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부모들의 교육열은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직장인 A 씨)
사교육의 비대화는 무엇보다 학벌주의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진학은 곧 출세와 성공의 상징이다. 국제중과 특목고 진학의 종착점 역시 명문대 진학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명문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사교육으로 발걸음이 몰려 든다.
최근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아시아의 대입 마니아'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어섰으며 한국인은 개인 소비의 12% 가까이를 교육에 쏟아 붓는다"면서 "사교육시장 규모는 국내 총생산(GDP)의 1.5%에 달하며 사교육 강사 수도 정규 교사 수를 웃도는 등 교육에 대한 한국의 '범국민적 집착(national obsession)'이 청년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교육공동체 인식조사'에서 '교육이 고통이 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즉 '학력위주 교육풍토를 인성중심교육으로 전환하자'는 데 교사 44.8%, 학부모 42.5%, 학생 21.4%가 각각 가장 많은 비율로 응답했다.
거대해진 사교육을 바로 잡고 공교육과 사교육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즉 학벌주의로 인해 입시가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사교육에서도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입시중심의 교육을 '새로운 무언가'로 바꿔야 한다.
이와 관련 ‘교육공동체 인식조사'에서 '교육이 고통이 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인성교육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인성교육이든, 창의교육이든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필수 과제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감사와 사랑이 넘쳐야 할 학교와 교실이 교육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만큼 현 정부와 교육당국은 행복교육을 실현할 정책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고통 해소를 위해 인성교육을 강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가정, 학교, 사회는 물론 정부도 교육의 패러다임을 인성교육으로 대전환하는 데 동참할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