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이 싹둑 잘렸다. 김병우 교육감은 총액 대비 가용예산의 20% 가까이 뒤엎어졌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일견 만 3∼5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요구를 따르지 않은데 대한 도의회의 반격으로 보인다.
5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전날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안을 심사, 42건 약 543억원을 삭감했다.
이는 예년 삭감 수준의 10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별 삭감 내용은 유치원 누리과정 297억원, 교원 인건비 200억원, 행복씨앗학교 관련 4개 사업 1억2천900만원, 특별교육재정 수요 지원 2억원, 연구시범학교 운영(고교 교육력 도약) 3억8천만원, 청소년오케스트라 지원 1억1천600만원, 교단 선진화 지원(노후 컴퓨터) 14억9천200만원 등이다.
공동 도서관 자료 확충(삭감액 2억5천200만원 전액), 홈페이지 관리(〃 4억4천500만원), 체조매트 구입(〃 1억5천만원 전액), 초등학교 옥상 정원 조성(〃 3억9천800만원), 충주학생회관보수(〃 3억6천700만원), 중앙도서관 도서 구입(〃 1억2천만원) 등 삭감 대상에 올랐다.
교육위의 대대적인 예산 삭감은 예고됐던 일이다.
교육위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한 수정 예산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형평에 따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깎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위는 누리과정 사업비 중 어린이집 예산 비율 만큼 유치원 예산을 삭감했다.
교육위는 교육청이 전년도 교원 정원 기준으로 편성한 교원인건비에 대해서는 매년 발생하는 불용액 등을 이유로 200억원을 내부 유보금으로 돌렸다.
애초 도의회가 요구했던 성과분석 연구용역비 일부 등 김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행복씨앗학교 예산도 무사하지 못했다.
문화예술 교육 강화를 위한 청소년오케스트라 지원 예산도 1억1천600만원이 깎여 2억600만원만 편성됐다.
교육위가 교육청 예산에 '칼질'을 서슴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교원인건비 등이 모자라면 나중에 추가경정예산에서 재원을 확보하더라도 일단 임시방편이라도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아 파국 위기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부터 살리라는 요구다.
정부가 충북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824억원 중 120억원을 우회 지원하기로 한 것도 고려했다.
윤홍창 교육위원장은 예산안 심사 뒤 "정부가 학교시설 개선비 명목으로 충북에 120억원을 지원한다"며 "이 금액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삭감액, 예비비 등을 더하면 어린이집 누리과정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내년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에 필요한 1천283억원을 모두 확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최대한 오랫동안 함께 운영할 수 있고, 관련 예산이 떨어지면 다시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기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교육위의 셈법으로 보인다.
교육위로서는 교육감들과 중앙 정부와의 갈등을 떠나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불안을 덜기 위한 최선을 선택을 했는지 모른다. 진보 교육감을 몰아붙이기 위해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교육청은 펄쩍 뛰고 있다.
정부의 누리과정 우회 지원금이 필요액의 14.6% 수준에 불과한데다 도의회의 제안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어서 교육현장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수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김 교육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용예산 안에서 쥐어짜다가 되지 않으니 마침내 경직성 경비에까지 손을 대 교원인건비와 유치원 누리과정을 뭉텅 잘라냈다. 교육청 본연의 소중한 교육사업들이 온통 누더기가 됐다"고 탄식했다.
그는 "이렇게 덜어낸 예산을 정부가 떠넘긴 어린이집 예산으로 돌리라는 것이냐. 선생님들 급료를 깎아 어린이집 보육비를 대신 내주라는 것이냐. 교육위원들의 크신 뜻이 무엇인지 털끝 하나 따라잡기 어렵다. 속기록이 나오는 대로 살펴봐야겠지만, 이해는커녕 울화통만 터질 것"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백척간두에 선 충북의 누리과정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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