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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
요즘 대학 캠퍼스를 보면 한 가지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어디에 취업하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는 점이다. 강의실에서는 전공 지식을 쌓고, 밖에서는 자격증과 스펙을 준비한다. 학생들은 누구보다 바쁘고 성실하지만, 정작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여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코딩, 데이터 분석, 실무 역량을 갖추는 데 집중한다. 물론 이는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다.
최근 한 대학 강의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학생들이 사소한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었다. 문제는 지식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운 데서 비롯된 갈등이었다. 결국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른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였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서툴다. 판단은 빠르지만 책임은 늦고, 주장은 강하지만 경청은 부족하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는 오히려 빈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대학 교육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는 교육이다. 인간을 이해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자신의 책임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동서의 고전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점을 강조해 왔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공동체를 세우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간 이해는 거창한 이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는 것, 다른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자신의 판단을 잠시 멈추고 질문해 보는 태도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이 쌓일 때 비로소 인간을 이해하는 힘이 길러진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지식을 대신 처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능력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미래 사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지만, 동시에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어야 한다. 기술과 정보의 시대일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는 더욱 중요해진다. 이제 대학은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지식을 가르치고 있는가를 넘어서, 과연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을 함께 가르치고 있는가.
지금이 그 질문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임종호 순복음언약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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