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교육 논란이 뜨겁다. 일본 정부의 망언으로부터 촉발되어, 욱일기로 장식한 대학생 홈페이지, 야스쿠니 '신사'를 '젠틀맨'으로 아는 학생들에 대한 보도가 나오더니, 한 아이돌 가수의 ‘민주화’ 발언에 이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종편 방송과 일베 사이트 논란을 거치면서 역사교육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심지어 TV 예능 프로그램들까지 직접 역사를 교육하겠다고 나섰다.
역사교육 논란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역사교육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유신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국사를 ‘국책과목’으로 강조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까? 6차 교육과정에서 역사는 사회 교과의 한 부분이 되었고, 7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역사 수업 시수가 1시간 줄었다.
2005년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계기로 역사교육 강화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국사교육발전위원회’라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 나섰다. 2007년 개정교육과정은 위원회의 건의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를 전면 부정하고 2009년 개정교육과정을 내놓아 역사교육의 틀을 완전히 어그러뜨려버렸다.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부랴부랴 고등학교 한국사를 필수화한다는 ‘역사교육강화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수능 필수화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의 역사교육 부실화 논란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9년 개정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와 ‘2014년 수능 개편안’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5천 년 역사를 한 학기 만에 속성으로 배우는 경우가 생겨났고,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10과목 중 2과목만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역사 과목은 선택받지 못할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한국사 과목의 수능 필수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정말 역사교육 정상화에 효과적일지 좀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관심을 억지로라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수능 필수화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다른 교과의 반발이 거셀 것이며 수능 체제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한국사가 수능 필수화 된다고 해서 당장 우리 학생들의 역사 지식이 크게 향상되고 역사의식이 바로 서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지 않아도 대입에 종속되어 수많은 내용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역사 수업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수능 필수화가 고등학교 역사 수업을 더욱 왜곡시켜, 학생들이 역사를 지금보다 더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무원 임용 시험에서 한국사가 필수였을 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틀리도록 하기 위한’ 문제를 만들어내서 많은 고시생들의 원성을 샀던 예를 생각해보라.
이런 우려 때문에 많은 역사 교사들은 수능 필수화 대신, 정상적인 역사 교육을 이수했으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시험을 본다든지, 아니면 모든 대학, 모든 과에서 한국사 내신 성적을 필수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만 고등학교 역사 수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흔히 역사는 인문학이라고 한다. 역사 속 인간들의 다양한 선택을 탐구하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나의 정체성,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목이다. 국어와 마찬가지로 한국사가 강조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세계화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영어만 강조할 뿐 세계사가 이렇게 홀대받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부르르 끓어 넘치다가 그 순간만 지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역사교육 논란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도 몇 차례나 반복된다면 이건 코미디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주변국의 망언이 우리 역사교육을 이나마 유지시켜줬다는 자조적인 냉소마저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는 다를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최소한의 고민조차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번만은 역사 교과 독립 등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 부끄러운 반복의 사슬을 끊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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