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며 얻어낸 박사 학위, “이젠 후배들 위해 노력”

김기연 | kky@dhnews.co.kr | 기사승인 : 2014-10-22 16: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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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에 박사 학위 받은 우석대 김영숙 박사, 후배 위해 장학금 1천만원 쾌척
“대학에서 받는 학문과 삶의 혜택 돌려주고 싶어”

“대학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 혜택을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우석대학교(총장 김응권)에 선뜻 장학금으로 1천만원을 내놓은 김영숙 박사(54). 우석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연구에 여념이 없는 김 박사가 대학에서 받은 혜택은 학문의 길보다 삶의 길, 그 자체였다. 장학금을 내놓게 된 것도 학문과 삶의 길에서 갈등하며 꿋꿋하게 꿈을 펼쳐나가는 후배들에게 다소 도움을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김영숙 박사와 우석대의 인연은 1999년 대학에 첫발을 내딛으며 시작됐다.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불혹이 가까울 무렵 우석대 조경도시디자인학과에 편입한 연유는 가정주부로서 시골에서 꽃밭을 가꾸며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에 대한 흥미가 붙자 대학 졸업 후 내친 김에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올해 8월에는 삶을 이겨낸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학위 공부가 한창이던 4년 전 그에게 찾아온 첫 시련은 갑자기 찾아 온 남편의 뇌졸중이었다. 병간호와 가사,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쉽지 않은 나날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입원해 있는 분당과 학교를 오고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생활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에게 찾아온 두 번째 시련은 난소암 3기 판정. 이미 말기에 가까운 상태였다. 병원에서는 암세포가 전이돼 치료가 쉽지 않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은 너무 무거웠고 삶에 대한 야속함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삶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금하고 있는 것, 공부였지 않나 싶습니다.”


그는 삶에 대한 끈을 공부와 연구에서 찾았다. 약물과 방사선 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학업을 이어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공부는 자신의 병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남편의 병세도 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호전되어 갔다. 공부에 대한 흥미는 더해갔다.


남편을 돌봐야 하는 간병인으로, 병을 치료해야 하는 환자로, 세 자녀의 엄마로, 대학원의 학생으로 1인 4역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조경기사, 식물보호기사, 자연생태보건기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부에 대한 결실은 올 8월, ‘조경식물 파초식재의 문화상징성과 그 유풍’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이루어졌다. 파초는 지식인들에게 사물의 이치를 탐구해 자신의 지식을 완전하게 한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온 식물이다. ‘덧없음’이라는 생멸무상의 불교적 의미와 파초 잎에 시를 써가며 연찬한 선비들의 모습 등 다양한 문화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그대로 녹여내기 위해 연구대상을 ‘파초’로 선택했는지 모른다.


“저에게 계획은 곧 두려움이죠. 제가 어떻게 계획을 세울 수 있겠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모든 일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는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의 삶은 곧 파초로 점철된다. 김 박사는 현재 연구활동을 지속하면서 전주의 한 건설회사에 소속을 두고 조경과 식재와 관련한 자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지만 이는 그의 삶에 있어서 이미 대수롭지 않는 하나의 소소한 일상일 뿐이다.


그에게 있어 공부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병마와 삶을 이겨내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대학에서 받은 큰 혜택이었다. 그런 까닭에 지금도 공부와 학업에 매진하며 무엇인가와 싸우고 있을 후배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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