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고유 유산이다”

신효송 | shs@dhnews.co.kr | 기사승인 : 2016-05-02 17:40:49
  • -
  • +
  • 인쇄
[특별기획]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전통문화유산 조사연구 위해 설립


20년간 43만여 건의 민간국학자료 수집, 자료연구·보급, 대중화에 앞장


2015년 진흥원 내 유교책판, 세계기록유산 등재 성공


우리 민족은 예부터 유학정신, 선비정신을 중요시하고 이를 꾸준히 이어왔다. 그 속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고유 역사나 남을 용서하고 인내할 줄 아는 덕목 등이 담겨 있다. 과거에는 민간단체별로 고유의 역사를 보존, 이를 후손들에게 계승해 왔으나 1970년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 결과 현대사회에서는 인간다운 삶, 도덕적인 모습을 찾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민간자료 또한 관리부실로 인해 소실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5년 경상북도 산하에 한국국학진흥원이 설립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전통문화유산의 조사연구를 통해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정신적 좌표를 확립해나가고 있다. <대학저널>이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보기 위해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을 방문했다.



민간자료 대거 수집, 연구결과 보급과 대중화에 기여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한국국학진흥원. 가장 큰 성과는 국학자료의 수집이다. 현재까지 수집한 자료만 43만 9000건에 달한다.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28만여 건은 모두 국가자료이며, 우리가 소장한 것은 모두 민간자료”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 민가에 흩어진 자료를 모으는 것이 주력했다고 한다. 자료들은 소유 개념이 아닌 위탁 및 관리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도 양이지만 한국국학진흥원이 수집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소실되고 망실될 가능성이 높은 자료였다. 특히 국가자료는 복제본이 존재하기도 하나 민간자료는 대체로 원본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민간자료는 민간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자료다. “한 예로 우리 선조들이 남자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민간자료인 분재기(재산의 상속과 분배에 관한 문서)를 보면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하게 분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에는 기상청에서 일기예보를 해주고 이를 기록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기관이 전무했다. 이를 우리 선조들이 작성한 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같은 날 전국 각지에서 작성된 일기를 통해 당시 비나 눈, 지진이나 황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에 실재한 학자들의 삶과 사상세계를 연구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퇴계 이황 선생의 업적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의 가족관계나 평소 생활상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바로 민간자료다.”


두 번째 성과는 자료연구와 보급이다. 특히 이 원장은 자료의 디지털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집한 자료를 그대로 이미지화해서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는 다른 전문가들이 연구자료로 쓸 수 있음은 물론 원본 소실에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DB와 콘텐츠를 하나로 모은 유교문화 포털 사이트 ‘유교넷’, 조선시대 민간 편찬 일기류를 가공한 ‘스토리 테마파크’도 운영하고 있다. 수집자료의 국역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역사복원에 필요한 일차 사료를 확보함으로써 한국형 스토리텔링의 원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학 관련 연구주제의 지속적인 발굴과 연구 성과의 대중화를 위해 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국내외 연구기관과 학술교류를 통한 국학연구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국학의 대중화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과거와 현 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7년째 운영 중인 이 사업은 삶의 경험과 지혜가 풍부한 여성 어르신들을 선발·연수하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옛 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연수시설인 국학문화회관을 통해 기업임원, 공무원, 대학생들에게 국학을 알리고 전승시키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외 국학순회교양강좌, 시민을 위한 국학아카데미와 같은 교양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조선시대 유교책판의 가치
지난 2015년 10월, 한국국학진흥원에 소장된 유교책판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유교책판이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문집으로 인쇄해서 발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목판 인쇄물이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유교책판은 1460년 청도의 선암서원에서 판각된 ‘배자예부운략’부터 1955년에 제작된 것까지 시대를 달리하는 다양한 종류의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이 유교책판은 2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공론’을 통해 그 제작의 당위가 결정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출판’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완성된 책판은 개인이나 문중의 소유가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동 소유라는 개념을 가지게 됐다. 보존·관리 또한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었던 것. 둘째는 내용의 진정성이다. 유교책판에는 유학적 이념에 따라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궁구했던 선현들의 기록이 담겨 있다. 유교책판은 물질문화재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 속에는 이념을 통해 한 사회가 동일한 인간상을 꿈꾸게 했던 정신적인 측면이 강조돼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선조들의 사상이 담긴 유교책판은 그간 문중이나 서원 등 민간에서 보관해 왔다. 다른 기록물과 달리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1970년대 이후에는 농촌사회의 해체로 인해 보관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한국국학진흥원은 2002년부터 ‘목판 10만장 수집운동’을 전개해 유교책판을 체계적으로 조사·수집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이를 보존·관리하는 장판각을 설립했다. 2009년에는 목판연구소를 설립, 유교책판의 학술적 가치를 규명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해 국내 후보로 선정됐고 결국 선정되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진흥원 국가기관화 목표, 대학원대학 설립으로 인재 양성 박차
한국국학진흥원은 현재 국가기관화를 중·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사업을 영구적이고 체계적으로 꾸리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으로 승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두 번째는 ‘한문전문대학원대학’의 설립이다. 한문학 전공은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이며, 한문을 아는 사람도 드물어졌다. 하지만 한문의 맥이 끊어져서는 안 될 일.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한문교육원을 6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문교육원은 대학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한문교육원을 발전시켜 한문학 또는 국학을 연구하는 대학원대학으로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역결과를 DB화시켜 대중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며,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국학 보급 및 대중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끝으로 이 원장은 최근 국학을 비롯 인문학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문학의 부재는 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성교육을 법제화했으나 의도적인 윤리교육보다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교육을 수행하는 주체는 50대 이상의 국민이 적합하다고 한다. 머릿속에 유학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 이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유학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한국국학진흥원이 가교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