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에 휘둘리는 '상아탑'

이원지 | wonji@dhnews.co.kr | 기사승인 : 2016-08-18 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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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저널 이원지 기자] 이대사태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화여대가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이하 평단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추진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단초다. 이 사업은 결국 지난 3일 전면 철회됐지만 이대 학생들은 일방적인 대학운영시스템과 총장의 자질 등을 거론하며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동문들은 물론 일부 교수들까지 총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두고 내홍을 겪는 것이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번 평단사업으로 이대뿐만 아니라 인하대, 창원대까지 갈등이 번졌고, 올해 초 단군이래 최대의 지원금이 걸린 프라임 사업을 앞두고는 다수의 대학들이 크고 작은 학내 갈등을 겪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대학을 상대로 운영하는 재정지원사업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프라임)'을 비롯해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 코어)',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 등 모두 9개로 지원 금액만 연간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대학들이 어느정도의 학내 갈등을 감수하고라도 재정지원사업에 매달리는 이유다.


이같은 모습에 기자는 대학들에게 '혹시나 본연의 역할을 잊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 재정지원사업 선정에 정성을 들이는 것이라며 이해도 해봤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한다. 교육부가 던진 재정지원사업이라는 미끼에 휘둘리는 대학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6월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해 전국 대학교수 152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ACE, CK, CORE, PRIME 등)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질문에 응답자의 70.4%가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 이유는 '대학이 돈의 노예다', '대학이 돈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편법을 부린다', '재정지원규모가 클수록 낭비가 심하고 자율성을 더 크게 침해한다', '교수들은 연구나 교육에 들여야 할 시간을 사업 집행과 보고서 작성에 낭비하고 있다' 등과 같이 신랄한 응답이 대다수였다.


정부 사업 따오기에 급급하고 이 때문에 불거진 내홍으로 시끄러운 학내에서 과연 제대로 된 교육과 연구 활동이 가능한건가. 정부가 내놓는 각종 사업방향에 맞춰 이리저리 학사 개편을 추진하다보니 대학은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도 없다. 대학의 미래가 돈으로 좌지우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면 대학의 곳간은 차겠지만 돈만 쫓아 움직인 그 대학의 미래가 밝을지 는 의문이다. 부디 우리 사회가 지성의 전당을 잃어버리지 않게 되기를 대학들에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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