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평준화(교육 평등)'를 골자로 한 '문재인표 교육개혁'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에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에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제고사 폐지 확정,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 추진
문재인 정부의 평준화 정책 1호로 일제고사 폐지가 확정됐다. 교육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안을 반영, 올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시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국가 수준의 결과 분석은 표집학교에 대해서만 실시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업성취도 분석과 기초학력 지원 자료 활용을 목적으로 시행된다. 1986년부터 1992년까지 표집평가(모집단 일부만 조사하는 방법)로 실시된 뒤 김영삼 정부 시절(1993년~1997년)에는 전수평가(모집단 전부를 조사하는 방법)로 실시됐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1998년~2007년)에서 표집평가로 변경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부터는 다시 전수평가로 실시되고 있다. 전수평가는 대상 학교와 학생들이 모두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일제고사'로 불렸다.
하지만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알리미'에 학교별 성취 수준 비율 등이 공개되면서 학교 서열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일제고사 폐지 공약을 제시했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일 개최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수평가 폐지와 표집평가 대체를 제안했다. 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교육부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 변경을 공식 제안했고 교육부가 이를 수용했다.
일제고사 폐지에 이어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인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즉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도 추진될 전망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요청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에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모두 진보교육감들이 맡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설계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진보교육감 출신이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는 외고·자사고·국제고를 학교 서열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외고·자사고·국제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명문대 진학과 외국 유학의 지름길로 통하면서, 고액 등록금과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 고위층과 부유층 자녀들의 외고·자사고·국제고 입학이 증가하자 외고·자사고·국제고를 두고 '귀족학교'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외고·자사고·국제고 선호 현상으로 일반고의 경쟁력이 추락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학교 서열화 해소 차원에서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를 공약했고 진보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진보진영, "환영" vs 교총, "혼란과 갈등 우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정권으로 교체되자 교육정책의 색깔도 확연히 바뀌고 있다. 이에 교육계에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이재정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경기도교육감)은 "'일제고사'로 통칭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체계적으로 진단, 교육과정 개선과 기초학력 지원 등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전수평가로 시행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평가 결과 공개에 따른 시·도 및 학교 간 등수 경쟁, 시험에 대비한 교육과정 파행 운영, 강행·반대·거부 등으로 이어지는 교육계와 국가 전체의 핵심 갈등사안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낡은 교육적 패러다임의 상징이자 시대착오적인 '일제고사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며 "아울러 대입제도 개혁 등의 국가 교육과제 및 교원성과급제 폐기 등 당면 교육현안에 대한 우리의 다른 제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와 수용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비교육적인 일은 조금이라도 빨리 중단하는 게 좋다"면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교 정보공시에서도 빠지게 됐으므로 시도교육청이나 학교로 하여금 일제고사 시행을 압박하는 '외부 압력'은 이제 사라졌다. 오로지 교육적 양심에 따라 판단하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제고사 폐지에 이어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가 예고되자 갈등과 혼란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교육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변경했다. 외고·국제고·자사고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일반고 전환 공약에 발맞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앞다퉈 폐지를 공언하고 나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며 "정권의 정책 기조, 교육공약 실천도 중요하지만 공약 중에는 학생, 학부모, 교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들도 많이 있는 만큼 교육적 타당성, 실현 가능성, 교육구성원의 여론 수렴 등을 통해 신중히 결정하고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교총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의 성취수준과 학교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필수적 활동이다. 이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는 본인 또는 자녀의 성취수준을 파악하고, 교사는 수업개선 도구로 활용하며, 국가는 지역별·학교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볼 때 평가 방법으로 표집보다는 전수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으며, 표집에 해당되지 않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수준 확인을 위해 사교육 기관으로 달려갈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총은 "일반고의 교육이 획일화된 상황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는 다양한 교육과 수준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회를 박탈하는 조치다. 또한 특목고·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며,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는 일반고 역량 강화와는 별도 접근이 필요하다"며 "결국 일반고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의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학교들은 엄격히 관리하는 한편, 고교학점제 등 고교교육 개선 정책과 발을 맞춰 이들 학교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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