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잘라놓고 뛰라는 교육부"

유제민 | yjm@dhnews.co.kr | 기사승인 : 2018-01-29 1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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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압박에 신음하는 대학들···재정지원사업 신청하려니 '돈 걱정'
대학들, "재정 부담되는 항목 평가는 모순···자율성 강화해야" 한 목소리

[대학저널 유제민 기자] 정부재정지원사업의 일부 평가 항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등록금 환원률 등 재정에 부담을 주는 평가 지표 때문에 정부로부터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들이 몸살을 앓는 것이다. 대학들은 "재정을 압박하는 한편으로 재정지원사업에서 경비에 부담을 주는 항목을 넣는 것은 모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정 확충은 막으면서 사업 선정되려면 돈 써라?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인하, 입학금 폐지, 전형료 폐지, 정원 감축 등 대학들에 대한 전방위적 재정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의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많은 대학들이 재정지원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는 것 외에 마땅한 재원 확충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 역시 대학들에게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을 주고 있다. 재정지원사업의 일부 평가 항목들이 경비 지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진행된 주요 재정지원사업들의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2004년 이후 12개 주요 재정지원사업에 활용된 정량 평가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재정지원사업에서 활용된 정량 평가지표 중에는 재정에 부담을 주는 항목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중 '교원(교원 확보율 또는 교원 1인당 학생 수)' 항목은 조사 대상 12개 재정지원사업 중에서 11개 사업에 포함, 정량지표 중 가장 많이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금' 항목이 6개 사업, '교육비 환원율' 항목이 5개 사업에서 평가되고 있었다.


올해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에서도 대학들은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 대학평가본부에서 배포하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편람 설명회 자료집(일반대)'을 보면 진단 지표로 전임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교육비 환원률, 장학금 지원 등이 명시돼 있다. 진단 점수 총 100점 중 전임교원 확보율에 10점, 교사 확보율에 3점, 교육비 환원률에 5점, 장학금 지원에 5점이 배점돼 있다. 이 점수를 모두 합하면 총 23점이 된다. 총점의 약 1/4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특히 교원 확보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 교원 한 명을 채용하는 것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설명이다. A대학 관계자는 "교원 한 명을 채용하는데 적어도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경력이 낮은 교원이라 하더라도 연봉에 더해 연구실 지원비, 기자재 지원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교원 확보율을 맞추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덜한 비정규 교원의 채용이 많아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박경미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대비 2016년 일반대 전임교원 확보율은 66.2%에서 80.3%로 14.1%p 상승했다. 그러나 많은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2006년 당시 비정년트랙 교원이 전체 교원의 1/4이상인 대학은 없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조사 대상 46개 대학 중 54.3%에 해당하는 25개 대학에서 전체 교원의 1/4 이상을 비정년트랙 교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 "자율성 보장해야" 이구동성
대학 관계자들 역시 그러한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B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에는 그런 사례가 없지만 타 대학에서는 비정규직 교원을 채용해 교원 확보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가 기준은 맞춰야겠고 교원채용은 부담스러운 대학들이 생각해낸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C대학 관계자는 "주변의 타 대학에서 그런 식으로 교원 확보율을 맞춘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이처럼 비정규 교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이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길을 막으면서 재정지원사업에서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 대학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대학 관계자는 "등록금도 10여 년 째 동결·인하 중이고 입학금도 폐지될 상황인데 재정지원사업에서도 대학들에게 부담을 주면 교원·교직원들의 복지가 열악해지고 결국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B대학 관계자는 "등록금도 못 올리고 정원도 줄이라면서 사업을 신청하려면 또 돈을 써야 하니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교육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일부 대학은 사업에 나설 여력이 없어 아예 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A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 같은 경우는 평가 기준을 맞추기가 힘겨워 아예 사업 신청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사업 중에서 비용이 적게 드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학들이 교육부에 우선 요구하는 것은 자율성 강화다.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등록금 책정에 나설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C대학 관계자는 "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교육비 환원률 등은 학생들의 교육 서비스 질 강화를 위해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학들은 재정 여건이 튼실해야 이 부분들에 대한 강화에 나설 수 있다. 그를 위해선 대학들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대학 관계자는 "우수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가려낼 수 있는 지표 자체는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이 없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학이 억지로 등록금을 못 올리게 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에 맡겨 둔다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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