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저널 최진 기자]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백종범 교수팀이 '플라스틱 자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금속이 아닌 순수한 유기물로 실온에서 자석을 구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종범 교수팀은 ‘TCNQ’라는 유기화합물에 반응을 일으켜 자성을 띠는 구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석은 일반적으로 철을 비롯한 금속으로 만들어지는데 금속이 아니면서 자석 같은 성질(자성)을 지닌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p-TCNQ’로 이름 붙여진 플라스틱 자석은 세계적 권위지 셀(Cell)의 자매지, 켐(CHEM)에 8월 2일 자로 공개됐다.
어떠한 물질이 자성을 띠는 이유는 내부 전자들의 스핀(spin)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기 때문이다. 스핀은 전자가 갖는 벡터(vector,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나타내는 물리량) 형태의 고유한 양자수로 업(up) 스핀과 다운(down) 스핀으로 표현된다.
금속이 아닌 유기물에서는 대부분의 전자가 화학결합으로 단단하게 묶여 항상 업 스핀과 다운 스핀이 쌍으로 존재해 서로 상쇄되므로 강자성(스스로 자기적 성질을 가지는 것)을 가지기 어렵다.
이번에 사용한 TCNQ라는 유기화합물은 고온에서 반응시킬 때 급격하게 분자량이 커지면서 망상구조의 고분자(플라스틱)를 형성한다. 이때 탄소 원자 사이에 형성되는 이중결합 가운데 상대적으로 약한 파이결합이 물리적 힘으로 끊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긴 자유전자들이 다시 결합하기 전에 플라스틱을 빠르게 굳히면 스핀이 쌍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강자성을 띠게 된다.
교수팀은 155℃에서 TCNQ에 고분자중합반응을 빠르게 일으켜 원자간 파이결합이 다시 형성되지 못하도록 뒤틀린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p-TCNQ’에서는 전자스핀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지는데 서로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스핀 방향을 정렬시켰다. 유기물도 상온에서 강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입증한 것이다.
백종범 교수는 “2004년 발표된 논문이 철회되면서 플라스틱 자성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졌지만, 유기물에도 금속처럼 자유전자가 많아지면 스핀을 정렬시켜 자성을 띠게 만들 수 있다”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금속 오염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연구를 진행해 자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플라스틱 자석은 녹슬지 않아 영구적으로 쓸 수 있고 인체에 흡수되지 않아 MRI 촬영 시 조영제로 활용하기도 좋을 것”이라며 “실생활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강자성의 세기를 더 높이는 등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UNIST 신소재공학과의 유정우 교수와 박정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UNIST 물리학과 신동빈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자사업, BK21플러스, 선도연구센터,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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