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채용’ 여전히 성행…실질적 처우 개선 위한 대책 필요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시행 전부터 말 많던 ‘강사법’이 1일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대학‧강사‧학생‧교육부 등 강사법 관계자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대학의 68%는 아직 강사 공개채용 공고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어 ‘강사법’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4일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8월 1일부터 시행이 시작됐다. 8년 동안 네 차례 유예됐던 강사법이 마침내 시행된 것이다.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해 차별을 없애고, 방학 기간 동안에도 임금을 지불, 1년 이상의 임용과 3년 동안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마음놓고 강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강사법은 시행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강사법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어떤 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재정부담‘을, 강사들은 ’꼼수 채용‘을, 학생들은 ’수업권 침해‘를 각각 호소,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추가 지원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 대학들, ’재정 확보‘에 난색…마땅한 대책 없어
대학들은 ’강사법‘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강사법 시행을 위한 지원이나 대책이 마땅히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입학금 폐지, 전형료 인하, 기부금 공제율 대폭 감축 등 갈수록 대학의 재정압박은 커지고, 규제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령인구의 급감까지 고려하면 대학들의 수심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강사들의 방학 중 임금,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가입, 3년간 재임용 보장 등을 지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실제로 강사법 시행에 따라 요구되는 추가비용은 약 2965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확보한 예산은 288억 원으로 추가 재정소요액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즉 나머지 재정소요액을 전부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방의 A대학 관계자는 “강사법이 안정적으로 잘 시행되려면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확보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남은 금액을 대학에서 채워야 하는데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대학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듯 대학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지난 6월 재정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방학기간 중 임금 288억 원 지원을 비롯, 국립대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로 강의료 1123억 원 지원(5월과 8월 각 50%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추경 예산을 통해 인문사회기초연구 사업비 280억 원을 추가 확보했으며, 대학들이 국립대 육성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강사 역량강화와 연구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강사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지속적인 재정지원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강사들, ’꼼수 채용‘ 비판…실질적 처우개선에 대한 의문도
강사법이 시행됐지만 강사들은 대학들이 ’꼼수 채용‘을 하고 있다며 이를 비판한다.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들은 공개채용을 실시해야 되지만 제대로 된 공지가 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가령, 전임교원 채용공고를 할 경우 15일 이상 해야 하지만 강사법에서는 5일 이상 대학 홈페이지 또는 외부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공지하면 된다. 대학이 대학 홈페이지에 5일만 공지할 경우 채용공고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대학 교원 및 연구원 채용정보사이트인 하이브레인넷 게시판에는 강사공채 지원과 과정, 결과에 대한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사 공채제도는 교수와 제자 관계 중심으로 강의를 맡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선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그러나 탈락한 지원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특정 교수 제자 출신(내정자)이 채용됐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모 사립대에 지원했던 지원자는 “면접에서 면접관이 전임자가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자료들을 정리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에 지원했던 지원자의 경우 “서류 접수 단계에서부터 방문 접수가 가능해 말이 많았다”며 “최종 면접자가 저를 제외한 자대 출신 전임 강의자라 들러리가 된 기분이었다”고 분노했다.
과도한 조건과 불필요한 조건도 강사들에게는 또 다른 문턱이다. 한 대학의 경우 전공 분야 박사학위와 실무경력을 명시했는데, 이는 막 박사학위를 마치고 강사가 되려는 박사학위 소지자에게는 넘기 힘든 문턱이 될 수밖에 없다. 가족 사항이나 본적 기재도 문제가 된다. 지난 7월 17일부터 시행된 ’블라인드 채용법(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의 요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B대학 관계자는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강사제도가 역설적으로 적은 수의 강사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많은 강사들이 대학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며 “현 강사법은 전업인 시간강사만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효율성이 떨어진다. 학교 입장에서는 실무형 강사를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강사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C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재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강사법은 제대로 실행될 수 없다“며 ”언론에서 말하는 대학 적립금은 대부분이 기부금이기 때문에 기부금은 장학기금등 사용목적이 정해져 있어 대학운영을 위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다른 교육예산을 절감해 강사처우개선에 충당하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간단하지 않은게 대학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김용섭 위원장은 ”각 대학이 공채에 나서고 있는데 첫 공채다보니 대학마다 규정도 다르고 행정직원들의 이해도가 낮은 측면도 있다“며 ”8월 초에는 각 대학의 임용규정을 취합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에 개별 대학 규정이 강사법 시행령 위반 여부를 판정‧시정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학생들, 미흡한 대처로 ’수업권 피해‘ 주장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7월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서에서 학생들의 수업권 피해를 외면하는 교육부와 대학 본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외면받고 있는 전국 대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온전한 강사법의 실현을 위한 대학 본부와 교육부의 행동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강신청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학생들이 강의계획안을 확인할 수도 없는 현 상황은 대학과 교육부가 과거 불평등한 학문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그 피해를 온전히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강신청 혼란의 원인 제공자는 학문의 전당으로서 대학을 만들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대학과 교육부“라고 지적했다.
전대넷은 ”비용 논리를 대며 1만 명의 강사를 해고하고 여러 꼼수로 학생들이 들어야 할 수만 점의 학점을 없앤 대학과 턱없이 배정된 대학별 지원금, 늦어지는 강사법 매뉴얼 배포로 혼란을 겪을 것을 예상했다“며 ”학생들은 온전한 강사법 실현과 학생 수업권 보장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고려대 총학생회와 ’고려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2학기 수업이 지난해 2학기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이 확인됐다“며 ”개설 강의 중 전공과목이 지난해 2학기에 비해 76개 감소했다“고 규탄했다.
공대위는 강사들이 담당하는 총 학점 수가 지난해 대비 77%에 불과하다며 ”강사법을 계기로 강의를 축소하는 것은 학생 교육권 침해이자 강사들의 생존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의 주장은 통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지난 4월 1일 기준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 196곳 강좌 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학기 전국 4년제 대학 강의 수는 총 30만 5353개로, 2018년 1학기 31만 2008개보다 6655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소는 특히 20명 이하인 소규모 강좌에서 눈에 띄게 나타났다. 1학기 소규모 강좌는 10만 9571개로 지난해 1학기 11만 8657개보다 9086개 줄었다. 대신 수강생이 50명을 초과하는 대규모 강좌는 4만 2557개(13.9%)로 지난해 3만 9669개(12.7%)보다 2500개 이상 늘었다.
혼란은 강사법이 시행된 2학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강신청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대학의 68%가 강사 공개채용 공고조차 끝내지 못했다. 현재 강사 신규 채용 공고를 완료한 학교는 전국 대학 328개교(4년제 일반대학 191개교, 전문대학 137개교) 중 106개교(32.3%)에 불과하다.
나머지 222개교(67.7%)는 1차 공고만 내고 추가 모집 공고를 준비하고 있거나, 강사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곳이다. 이처럼 대학들의 강사 채용이 늦어지는 데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 따르면 서울대는 1일부터 수강신청을 받지만 예비수강신청 기간에 개설된 3661개 강의 중 356개(9.7%) 강의가 강사 미배정 상태로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766개(20.9%) 강의는 강의계획서 조차 게재되지 않았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은 강사법에 따라 강사를 신규 공채하면서 예년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돼 발생한 사태라고 한다“며 ”강의는 물론 교수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수강신청을 하라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 교육부,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강사 고용 안정 도모
교육부는 지난 6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해 강사 자리를 많이 줄이는 대학에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BK21 후속사업 선정 평가 시 강사, 박사 후 연구원 등에 대한 강의 기회 제공 및 고용 안정성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 등의 교육‧연구 기회가 위축되지 않도록 강사 임용 시 학문후속세대를 대상으로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임용할당제를 도입하고, 2019년 추경 사업으로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280억 원)을 편성해 해고로 인해 연구 경력이 단절될 우려가 있는 연구자들이 단절 없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구 안전망(2000명에게 1400만 원씩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대학의 재정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대학 측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보다 강사 고용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개학 전까지 남은 한 달 동안 공개채용 모니터링과 학교 컨설팅을 통해 학교‧강사‧학생 모두에게 피해 없이 강사법이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분들의 절박함과 긴박하고 치열했던 노력이 모아져 ’시간강사 처우개선법‘이 오늘부터 본격 시행된다“며 ”대학과 교육부, 강사들 모두 강사법이 유효한 처방전이 될 수 있도록 합의 정신을 존중하자“고 말했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