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매년 대입 시즌이면 대부분 국립대학은 대학 명칭에 반드시 ‘국립’을 포함, 국립 ○○대학교라 알려지는 것을 선호한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국가가 설립해 운영하는, 신뢰가 가는 고등교육 기관임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리는 실태조사 결과가 지난 11일 발표됐다. 10개 국립대 교직원들이 허위 또는 부풀린 실적으로 학생지도비를 청구하고 대학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94억원의 학생지도비를 부당 집행한 것이 국민권익위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부당 수령 사례는 각종 꼼수와 허위를 망라하고 있다. 단순 안부를 묻는 SNS 메시지 한 건 당 13만원을 받은 교수, 장소를 옮겨가며 옷을 바꿔 있는 방법으로 학생지도 활동 횟수를 부풀려 총 12억원을 챙긴 직원들, 증빙자료 조차 없는 멘토링 실적으로 교직원 520여명이 20억여원을 받은 대학까지…각종 비위가 국민권익위 보도자료를 가득 채웠다.
어떤 교육기관보다도 투명하게 재정을 집행해야 할 국립대가 이런 부정과 편법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지출하고 이는 고스란히 교직원들의 쌈짓돈이 됐다는 것이다.
학생지도비는 과거 기성회비에서 교직원에게 지급하던 수당을 폐지하고 학생상담, 교내안전지도 활동 등 교직원 실적에 따라 심사를 거쳐 개인별 차등 지급하는 사업비 성격 비용이다. 전체 국립대가 2020년 지급한 학생지도비는 총 1146억원. 학생 등록금을 주 재원으로 한다.
상황이 이렇자 “관행처럼 해 왔던 일이 터졌다”는 대학 내부 반응부터 “저런 가성비 높은 상담이면 나도 하고 싶다”, “등록금 동결로 어렵다더니 결국 자기들 주머니 챙기고 있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학생지도비 자체를 모르던 학생들도 소식을 접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민권익위 조사는 12개 국공립대학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였다. 조사 범위를 전체 국립대로 넓히면 부정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4일부터 전체 38개 국립대를 대상으로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해 국민권익위가 수사를 요청한 3개 대학에 대한 경찰 수사도 예정돼 있다.
이참에 규정도, 감독도 허술했던 학생지도비 부당 수령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학생지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대학마다 다른 지급 규정도 손 봐야 한다.
학생지도비의 주요 재원이 학생 등록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등록금 동결로 대학재정이 위기라는 대학의 호소가 과연,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도 적잖은 등록금을 부담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올지 의문이다.
국립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려면 그에 맞는 ‘격(格)’을 갖춰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 등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대학이 과연 국립대의 자격을 지녔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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