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는 강남권 엄마는 아닙니다. 특별한 자녀 교육법이나 지도법이 있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저 같은 평범한 엄마들도 얼마든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김은주(서울 성북구 정릉3동) 씨의 아들은 포스텍 물리학과 2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아들 덕에 김 씨는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부모가 됐다. 수험생과 예비수험생들을 둔 많은 학부모들에게는 충분히 부러움의 대상이 될만하다. 그래서 궁금했다. 아들을 명문대에 보낸 비결이 무엇인지? 하지만 김 씨의 대답은 간단했다. 자신은 강남권 엄마가 아니라는 것. 소위 강남권 엄마들처럼 자녀 교육과 지도에 열성적이거나 직접 자녀 교육을 챙기지 않았다는 게 김 씨의 말이다.
그렇다고 정말 김 씨에게 특별한 비법은 없을까? 그러자 김 씨는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했다. “교육법이라기보다는 부모들이 알고 있지만 잘 적용시키지 못하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 자녀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죠. 자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어떤 일을 했을 때 즐거워하는 지 잘 관찰해서 그것을 살려주면 자기 일에 몰입하고 즐겁게 할 수 있어요.”
자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
'자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자녀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살려주는 것’, 김 씨가 가장 강조하는 자녀 교육 및 지도 노하우다. 김 씨의 아들은 학창시절부터 물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연구와 실험은 좋아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교양도서를 권할 때마다 김 씨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기에는 읽어야 할 필독 도서들이 있는데 아들이 실험도서나 과학도서를 원하면 부딪히기도 했죠. 그런 면에서 생각이 달랐지만 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원래 아들은 탐구나 숫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죠.”
결국 김 씨의 판단은 옳았다. 김 씨의 이해와 배려로 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포스텍 합격의 꿈도 이뤘다. 그리고 지금 ‘노벨상 수상’이라는 또 다른 목표도 세웠다. 만일 김 씨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로서 자신의 뜻과 생각을 고집했다면 과연 지금의 결과가 가능했을까? “주변에서 물리 과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어요. 기초과학이 도외시되는 현실 때문이죠. 아들의 생각을 몰랐을 때는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 희망사항에 부모의 생각대로 적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부모의 생각이었죠. 아들에게 선택권을 줬을 때 ‘잘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끝까지 믿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들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배려해주니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김 씨는 다른 학부모들에 자신있게 제안했다. 부모의 지나친 욕심을 버리라고. “부모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들에게 대신 채운다든지, 현실적으로 과욕을 부린다든지 하는 것이 부모의 문제는 아닌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부모들이 과욕을 부리고 지나친 관심을 갖게 되면 안 좋은 결과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돼요. 공부하는 주체는 결국 아이들이에요. 자녀를 바로 보고 도와줄 수 있는 것에 더 신경을 쓰면 자녀는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 즐겁게 갈 수 있습니다.”
배려는 사소하지만 적절하게
자녀에 대한 이해와 믿음, 이것만으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면 모든 부모들의 꿈이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어찌 보면 김 씨의 아들은 평범해 보이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례일 수 있다. 분명 다른 비결도 있으리라 짐작됐다. 그러자 김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답했다. “지쳐 힘들어 할 때면 사소한 배려와 도움을 줬다”고.
하지만 사소한 배려는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씨는 ‘적절함’을 강조한다. 김 씨는 아들이 공부할 때 필요한 책이 있다고 하면 구해줬다. ‘이 책을 읽어라’고 부모의 입장에서 강요한 것이 아니라 아들이 원하는 책을 구해주는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 도망갈 수 있어요. 적절히 개입하는 것도 기술입니다.”
김 씨는 아들이 집안 대소사에도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대가족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이 같은 배려는 김 씨의 아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아들이 또래나 형들, 동생들을 만나면서 서열을 느끼며 자기 자리를 잘 찾았던 것 같아요. 집안에서, 대가족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자녀의 위치에서 바라봐야
김 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평범한 엄마임을 강조했다. “특별한 자녀 지도법이나 교육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말과 함께. 사실 자녀 교육에 있어 김 씨처럼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김 씨의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성적도 좋았다. 좋아하기만 하고 학교 성적이 신통치 않다면 대부분 부모들은 조급함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김 씨는 확고했다. 자녀를 바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이를 위해 김 씨는 부모가 자녀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때로는 부모가 유치해질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씨의 생각이다. “부모들은 부모대로 바쁘고 자녀들도 저녁 늦게 들어오면 한 집안에서 소통이 어렵죠. 자녀를 바로 알고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부모가 유치해질 필요가 있어요. 자녀들이 어떤 세계속에 있는지 알아야 해요. 자녀들과 또래가 돼 줄 필요가 있는 거죠. 눈높이를 낮춰서 같이 가줄 수 있어야 해요."
김 씨도 노력을 많이 했다. 인터넷 등에서 신세대 노래와 은어를 배워 자녀들 앞에서 선보였다. 그랬더니 자녀들의 반응이 좋았다. 자녀들과의 소통에 성공한 것이다. “쉰세대 부모가 어떻게 신세대 노래와 은어를 알았는지 신기해하면서 웃어요. 자녀가 잘되길 원한다면 바쁘더라도 자녀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유치해져야 합니다.”
김 씨의 배려와 믿음은 아들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고 ‘노벨상 수상’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갖게 된 원동력이 됐다. 김 씨의 아들에게 있어 엄마는 어쩌면 가장 훌륭한 스승인 셈. “얼마 전에 본 중국 영화에서 ‘어제는 지났고 미래는 어떨지 모르지만 오늘은 선물이다’는 말이 나왔어요.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안 좋았던 성적과 미래의 불안보다는 현재 최선을 다하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자녀들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꾸준히 하도록 부모들이 배려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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