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상습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 교수가 지난 3일 구속됐다. 서울대 현직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첫 사례. 검찰은 강 교수가 학생 여러 명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죄가 무겁고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지난 7월 세계수학자대회 준비를 위해 자신을 돕던 다른 대학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등 지금까지 20여 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 2.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A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A 교수가 회식 중 여제자의 입을 수차례 맞추는 등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인권센터에서도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3. 강원대에서도 상습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가 경찰에 고발조치됐다. 강원대 양성평등센터는 “지난 2일 이 대학 A(62)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피해 신고 2건이 잇따라 접수됨에 따라 강원 춘천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학생들은 A 교수가 학과 사무실과 복도 등에서 강제로 포옹하거나 입을 맞추려고 하는 등 신체 접촉을 반복적으로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 4. 중앙대는 대학 소속 A 교수가 여학생을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학내 인권센터 조사를 받은 뒤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앙대 A 교수는 올해 초 자신의 연구실에서 여학생의 몸을 만지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성추행하거나 희롱했다. 교수는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수업을 대체할 다른 교수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사표 수리를 유보했다. 결국 A 교수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수업을 계속했다.

최근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대학가의 성추행 사건 사고들이다. 이 외에도 고려대 공대 교수가 2010년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자 대학이 재임용을 거부해 해당 교수가 절차가 잘못됐다며 소송을 건 사건도 있었고 영남지역의 모 국립대, 경기도 내 모 전문대학에서도 성추행 피해사례가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심지어 경기도 안양의 모 대학에서는 여교수가 남자 편입생을 성추행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성추행 사건이 이처럼 대학가에서 큰 문제가 되자 대학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희롱 예방교육 및 의식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경희대는 피해 상담 신고가 접수되면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가해자의 자퇴나 휴학, 사직·휴가 등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정'의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의 총여학생회가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이같은 방안을 제안했고 학교 측도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내년 새 학기부터 시행을 목표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려대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가해자인 교수가 사직하면 사실상 진상 조사가 중단되고 가해 행위에 대한 적절한 징벌도 불가능해진다.
특히 성폭력 범죄는 조사과정 및 처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2차 피해를 우려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큰 데다 용기를 내 신고를 하더라도 고려대 사례처럼 가해자가 사표를 제출해 퇴직하면 처벌도 어렵다.
이화여대에서는 내년부터 성범죄 예방교육을 이수하면 교원 종합평가 시 봉사 점수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교수들이 온라인으로 예방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이수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가 없었다.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조사를 진행하던 교수를 뒤늦게 검찰에 고발한 강원대도 “성추행 문제는 기본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학내에 인권센터를 설치해 관련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수의 ‘갑질’, 대학 문화도 바뀌어야
이와 함께 교수들의 권력형 성추행도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 내에서 성추행이 문제가 된 것은 1993년 발생했던 이른바 ‘우 조교’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93년 서울대에서 화학과 조교가 신 모 교수에게 성희롱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대학 내 성희롱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사건이었다. 그 후 서울대에서는 1997년 서울대 약대 구 모 교수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대학원생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고 지난 5월에는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성악과 모 교수가 파면됐다.
이 당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제자의 학점과 논문 통과 여부 등을 결정하는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교수들에게 맞설 방법이 없고 철저하게 ‘갑’과 ‘을’ 입장에 있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그러나 ‘우 조교 사건’ 이후 20년이 지났으나 대학가의 ‘갑을 관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모 대학 총학생회장은 “학점과 취업 등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교수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학교 측에 신고를 해도 징계위에서 가벼운 처벌을 받아 교수가 돌아오면 결국 신고를 한 학생만 손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때문에 신고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조사·징계과정에서 학생들을 대변할 창구가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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