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최 모군 사건, 아동보호 시스템 미비가 원인

유제민 | yjm@dhnews.co.kr | 기사승인 : 2016-01-21 17:14:17
  • -
  • +
  • 인쇄
당국의 감시망 늘리고 가정에 개입할 수 있는 법안 필요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최 모군 시신 훼손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교육당국의 아동보호 시스템 미비 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 군의 사인은 아버지의 폭행으로 추정된다. 사인이 폭행이라는 것을 극구 부인해 오던 최 군의 아버지는 지난 20일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폭행 뒤 최 군이 사망했음을 시인했다. 최 군은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등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 전에는 인천에서 11세 여아 박 모양이 가정을 탈출한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친부와 동거녀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스관을 타고 탈출한 박 양은 몸무게가 16Kg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앙상한 몰골이었다. 더군다나 맨발에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등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한 채였다.


위의 두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장기결석 초등학생이라는 점이다. 최 군은 3년 9개월, 박 양은 2년 여 동안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교육당국의 관리보호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당국은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박 양 사건 이후 교육부는 5900여 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장기결석 학생에 대한 일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최 군 사건 역시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박 양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국의 허술한 관리체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문제는 당국의 부실한 관리와 대응이다. 최 군과 박 양 모두 장기결석생으로 학교 측에서 전혀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 군은 결석일수가 90일을 넘겨 정원 외 학생으로 분류된 상태였다.


최 군이 다니던 부천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는 최 군의 결석 상태가 계속되자 가정으로 두 차례의 출석 독려장을 보냈다. 이후에도 최 군이 출석하지 않아 담임교사와 학년부장교사가 두 차례 가정을 방문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학교는 관할 주민자치센터인 부천 심곡 3동주민자치센터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최 군의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자치센터는 학교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으나 학교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교의 최 군 소재 파악 요청을 받은 심곡 3자치센터 역시 이번 사건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심곡 3동자치센터는 학교 측의 요청을 정상적으로 접수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주민자치센터는 특별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한 학생이 있을 경우 학부모에게 출석을 독려하고 이에 불응 시에는 교육당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천시는 심곡 3동자치센터를 대상으로 해상 사실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결국 학교와 지역자치센터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며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실상 문제를 방조한 셈이다.


그러나 설사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학교나 지자체에서 가정 내 사건에 깊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나 권한이 없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교사가 장기결석생의 가정을 찾아도 부모의 협조가 없으면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 군 사건에서도 당시 담임교사는 최 군의 어머니 한 모씨와 몇 차례 통화해 최 모군의 결석 사유를 물었으나 한 씨는 ‘대안학교에 보냈다’거나 ‘집에서 가르치겠다’는 등의 대답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부실한 아동보호 시스템으로 인해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더 이상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확실한 관리운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에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법과 제도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학부모 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가 학교의 소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고발할 수 있으며 학부모는 교사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야 할 의무가 주어지는 제도다. 또 학생이 규정된 일수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학교는 학부모에게 사실 확인서를 보낸 뒤 개선 여부에 따라 학교 청문회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미출석 학생제'를 도입했다. 학교나 지자체에서 무단결석한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학부모가 '양육명령'을 받게 되면 의무적으로 양육에 대해 학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며 이에 불응할 시에는 '교육보호관찰 명령'을 통해 감독관의 관리감독을 받게된다. 또 지역의회로부터 추가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교육청에서 가정에 방문해 상담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학부모가 적절하지 못한 양육태도를 보이거나 자녀를 학대할 경우엔 적극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당국이 학부모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가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또한 감시망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7일 정부가 긴급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담임교사의 신고의무제 도입 완료, 의무교육 미취학자 및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 매뉴얼 개발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나 법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은 관련 시스템의 부실이 큰 원인이 된 만큼 보다 정교하고 강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제민
유제민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