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투표조작, 코드인사 등 비리 온상…전수조사·제도개선 필요"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장공모제 도입에 필요한 찬반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안 그래도 코드·보은인사로 논란인 해당제도가 이제는 범법의 온상이 됐다며 즉각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모 교사, 교장공모제 투표 조작 적발…교총 "특정노조 출신 승진에 악용되는 제도"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지난 2일 2018년 11월 구리시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 도입 찬반 투표에서 A교사가 투표지 10여 장에 ‘찬성’을 표시해 투표함에 넣어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교장공모제는 신청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당해 학교 학부모·교직원 의견수렴과 학교운영위원회 지정신청여부 심의를 거쳐 교육청에 신청, 최종 지정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A교사는 이 과정에서 찬반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교사는 범행은 시인했으나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 공문서 위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교사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 이하 교총)는 3일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교총은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임용방식 다양화로 승진 중심의 교직문화를 개선하고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교장을 뽑는 제도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학부모 투표까지 조작이 가능한 범법의 온상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는 물론 나머지 학교도 위법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총은 투표 조작과 더불어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3월 1일자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전히 학교 정치장화, 교육감 코드·보은인사, 특정노조 출신 교장 만들기 제도 악용 등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정노조 출신이나 교육감 선거에 도움을 준 친교육감 인사가 재차 대거 발탁된 것.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44명의 무자격 공모교장 중 22명이 특정노조 출신이었으며, 광주·강원·충북·충남·전남은 100% 특정노조 출신 교사가 교장으로 임용됐다. 서울은 8명의 무자격 교장 중 7명이 특정노조 수석부지부장, 수석부위원장, 초등위원장 등의 전력을 가진 교사였다.
교총은 “임용된 교장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특정노조 핵심간부 활동 이력 등을 노골적으로 기재했다”며 “현 교육감의 상근전문위원 등으로 참여해 선거공약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도왔다고 기입하기도 했고, 현 교육감의 당선 시 도교육청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기재한 경우도 나타났다. 모두 현 교육감과 이념이 같거나 함께 활동했던 측근임을 드러내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도 도입 이후, 2015~2017년도 무자격 공모교장 중 80%가 특정노조 출신이었고, 2018년 1학기에는 4명 중 2명, 2학기에는 대부분의 시·도가 특정노조 출신 교사를 100% 교장으로 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총은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제 도입 당시 표방했던 ‘모든 교원에게 열려 있는 공정한 제도’가 아닌 특정노조 출신 교사들의 승진 통로임을 다시 한 번 노골적으로 드러낸 결과”라며 "특정노조 출신 승진 통로 악용, 교육감 코드‧보은인사 도구 전락이라는 비판이 계속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는 교장 자격증제 도입·강화 추세…한국도 '제도 전면 개선' 필요

무자격 교장공모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왔었다. 15년 이상의 교육경력만 있으면 교장자격증을 소지하지 않더라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해 교장의 전문성을 정면으로 무시할 뿐만 아니라 교장으로서 학교운영에 필요한 객관적인 능력들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특정단체 출신을 임용하기 위한 교육감의 코드·보은인사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 이유다.
또 교육현장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담임교사, 보직교사, 교감 등의 보직을 맡거나 도시·벽지학교 근무 등의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대다수 교육자의 열정과 헌신·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려 교단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높아 전국 교원의 80% 이상이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불공정하게 보고 전면 확대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2월 교육부가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했을 때도, 이를 이유로 교총과 17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공동으로 규탄집회,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등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저지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공문으로 의견을 제시한 학교의 91.7%, 팩스로 접수된 의견의 80.2%가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 결과, 교육부는 2018년 3월 13일 무자격 교장공모제 학교 비율을 자율학교 또는 자율형 공립고 중 신청학교의 15%에서 100%로 전면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철회했다. 또 결원학교 교장의 공모지정 권고비율 범위 폐지도 함께 철회했다.
하지만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15% 제한 비율이 50% 이내로 확대되고, 1개 학교 신청지역도 공모가 가능하도록 완화돼 교육현장의 무거운 여론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총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교장이 단위학교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축임을 인식하고, 교육의 국가 책무성을 담보하기 위해 교장 자격증제를 도입, 강화하고 있다”며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대폭 축소하고 자격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는 염동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주요 내용은 ▲공모 교장 비율 20% 이내로 제한(승진형 80%, 공모형 20%) ▲무자격 공모교장 비율을 공모 신청 자율학교의 15%로 제한 ▲무자격 공모교장 자격 기준을 교감 자격 소지자로 강화 등”이라며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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