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5만 소도시 소재 아헨공대 독일 3대 공대 위상, ‘주(州)-시(市)-대학’ 삼자협력 결실
[대학저널 황혜원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 등으로 대학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하다. 흔히 지방대학의 위기를 논할 때 “지방대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지방대의 위기는 곧 지역의 존폐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이에 각 대학들은 지방자치단체, 지역기관과 함께 지역혁신을 추진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지역혁신플랫폼)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과 지자체 등이 협력·상생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국은 어떤 방식으로 지방대와 지역의 위기를 풀어나가고 있을까.
스웨덴 말뫼-말뫼대,
조선업 도시에서 스타트업 메카로
스웨덴 남부 소재의 말뫼는 오랜 기간 스웨덴 조선업의 중심지로 경제 호황을 누렸으나, 1980년대 후발주자인 한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1990년대 북유럽 경제위기까지 겪으면서 주력산업의 붕괴를 겪기 시작했다. 말뫼의 조선업을 이끈 대형 조선소 등이 폐쇄하면서 말뫼의 2만7천여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청년 실업률이 20% 가까이 오르는 등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스웨덴 정부와 말뫼시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인재 양성’이라고 판단하고, 1998년 조선소 부지를 활용해 IT(정보기술), 바이오, 디자인, 미디어 등 분야를 중심으로 한 말뫼대를 설립했다. 특히 말뫼대를 IT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정부와 유럽연합(EU)의 지원으로 설립된 스타트업 육성 허브 ‘미디어에볼루션시티’로 연계, 지원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서로 지식 공유를 통해 디지털혁신 등을 창출하며 창업을 준비하고, 창업 후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할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미디어에볼루션시티에는 500여개의 IT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스타트업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6만여개에 이른다.
독일 아헨-아헨공대,
소도시에 위치한 독일 최대 공대 ‘주(州)-시(市)-대학’ 삼자협력
인구수 25만명 규모의 독일 아헨에 위치한 아헨공대는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과대학이자, 독일의 3대 공대로 꼽히고 있다. 이 바탕에는 지역 상생을 위한 아헨시와 아헨공대와의 협력이 있었다. 2005년 독일 정부가 우수대학 육성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대학 중심의 도시 재건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아헨시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도심의 열차역을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역사와 선로 부지를 아헨공대에 제공하고, 도심 곳곳의 건물을 대학 건물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도심 전역을 캠퍼스화 했다.
또한 스타트업센터를 중심으로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초기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기업가 정신센터를 통해 창업에 대한 종합적인 자문과 사업 상용화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금속과 목재, 섬유, 전자 등 분야의 실습시설을 갖춘 ‘컬렉티브 인큐베이터’를 운영해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돕는다. 아헨시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컬렉티브 인큐베이터의 재정 지원을 맡는다.
이에 따라 다양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아헨을 찾으면서, 지난 20여년간 1200개가 넘는 기업이 설립됐고, 3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 길퍼드-서리대, 혁신연구단지 조성
영국 런던의 남서쪽에 위치한 길퍼드는 서리대 주도로 설립한 혁신연구단지로 부흥기를 맞고 있다. 서리대는 연구개발 중심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1981년 도시 전체 면적의 73%를 차지하는 개발제한구역을 혁신연구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영국 정부와 길퍼드시는 이를 승인했다.
1985년 출발한 혁신연구단지는 ‘서리 연구단지’로 확대됐다. 연구단지는 초기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건물의 15㎡ 남짓의 공간과 인터넷, 전화 등 기본 인프라를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공한다. 또한 입주 시 계약서에는 비용 등의 조건 없이 오직 30일의 사용기간만 명시돼 있어 창업이 실패해도 부담이 없다.
현재 연구단지에는 175여개의 기업이 입주하고, 4500여명이 근무하는 산학협력의 대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연구단지 내 기업들의 수익은 길퍼드시 총 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요코하마국립대,
지역 각계각층 위한 맞춤형 상생방안 마련
일본의 요코하마국립대는 2004년부터 지역실천연구교육센터를 통해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부전공 프로그램으로 학부생 중심의 지역교류과목과 대학원생 중심의 지역창조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가나가와현 소재의 요코하마시는 일본에서 도쿄 다음의 37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지만 일본 내 인구감소와 고령화사회가 심화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코어과목-강의과목-실천과목’으로 구성되며, 각 과목은 교양(코어·실천)과 전공(강의)과목과 연계돼 4년간 10학점을 취득하면 수료를 인정받을 수 있다.
코어과목은 지역에 대한 기초적 지식에 대한 학습, 강의과목은 각 학부를 통해 지역에 관련한 전문과목, 실천과목(지역과제실습)은 직접 지역 주민, 기업과 연계해 지역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특히 각 프로젝트는 UN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맞닿아 있다.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나의 전공(학부)만으로 접근이 어려운 만큼 대학 내 설치된 경제와 도시과학, 경영, 이공학, 교육 5개 전 학부의 학생이 참여한다.
이에 요코하마대 학생들은 급경사진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이동과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에 ‘슬로우 모빌리티’ 등을 설치하고, 해안지역의 항구마을을 관광도시로 부흥시키기 위해 근처의 창고와 역사적 건축물 등을 개조해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또한 항구와 주변 지역의 역사와 문화, 특산물 등을 포함하는 자원을 조사한 뒤 이를 브랜딩해 도시 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인근의 쇠퇴해 가는 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상가의 음식점에서 제조한 도시락을 대학에서 판매함으로써 가게 수익을 올리고, 학생들이 상가와 음식점을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해 상권 쇠퇴를 막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소셜 인더스트리’ 대안으로 삼아야”
정성훈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이전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이 있는 곳으로 사람이 이동했지만, 이제는 사람이 있는 곳에 기업이 들어서고 있다”며 “이제 대학은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존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제 지역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지역주민들에 의해 구성되는 ‘소셜(Social) 인더스트리’가 지역사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선 먼저 전공 간 경계와 교실 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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