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국내 고등교육은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 갈피를 못잡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 이슈가 제기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서로 상이한 이해관계 속에서 논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교육부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수도권과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등으로 갈라져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관련된 이슈를 총괄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고등교육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논의한 책이 출간됐다. ‘대학리셋’은 고등교육계에 종사하는 저자들이 각자의 시각에서 정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대표저자인 박철우 한국공학대학교(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를 만나 고등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저서 대학리셋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 최근 대학혁신 이슈를 모아 여러 저자들과 대학리셋을 출간했다. 출간 배경과 의미가 궁금하다.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이슈가 제기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미력하나마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대학 구조조정은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논의조차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된 이슈를 총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학리셋은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논의의 기초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만 다루기 보다는 미래 교육혁신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오랫동안 대학 보직을 경험하면서 미래 교육혁신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그 방향을 찾고자 했고, 경험을 정리하고 싶었다. 최근 산업과 사회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교육혁신도 요구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던가,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등과 같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고민을 정리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대학리셋이라는 제목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정하게 됐다. 우선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원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리셋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기존의 문제해결 방법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해결 방법이 보일 때가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대학 구조개혁에 매달리다 보니 각자의 입장에 매몰돼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와 산업 변화를 생각했을 때, 지금까지의 교육에 대한 사고의 연장선에서 교육을 생각하기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리셋이라는 제목을 짓게 됐다.”
- 대학 위기와 관련해 이해 당사자인 대학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방,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대도시 대학과 소도시 대학 등 개별 대학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이해관계를 감안한 부처 차원의 총괄적 해법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대학의 노력은 교육부에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데 집중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등 대학 단체도 사정이 비슷한 대학의 민원을 모아 교육부에 전달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대학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고 교육부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이 대학 자체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교협 등 대학 단체가 협업해 대학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묶어내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방향을 찾아서 조정하거나, 보다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등 더 스마트하게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 저출산 문제가 결국 고등교육의 중요성 확대로 연결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고등교육은 많은 위기를 맞고 있는데, 해결책이 있다면.
“지금 당면한 고등교육의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한 가지 문제만 고려한다면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구가 줄기 때문에 대학 정원을 줄이자고 한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 재정 상황을 감안해 반값등록금·등록금 동결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결과적으로 대학이 미래를 위한 인적자원 투자를 못해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노동시장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노동시장에서는 대학에서 제대로 된 인력을 공급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 정원감소에 비례해 교육경쟁력에 부합되는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지원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발생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재 인구구조학적 문제, 즉 인구감소 문제는 우리에게 닥친 당면과제다. 인구가 줄면 경제규모도 줄어든다. 경제규모가 준다는 의미는 사회인프라 등 복지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어떻게 하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을까? 결국 부가가치 창출에 답이 있다. 보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하고, 더 적은 자원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미래를 위해 교육생산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교육보다 교육소화력을 높이고, 취업매칭을 잘 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바로 대안이다.”
- 대학 구조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바로 대학 특성화와 교육과정의 변화다. 대학의 다양성은 인적자원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산업과 사회가 급변하다보니 과거와 같이 ‘포드식 교육체제’에 기반을 둔 보급형 인재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대학도 노력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과 대학 구조개혁의 이름으로 지나치게 대학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특성화와 다양성의 가치가 훼손됐다. 교육부의 긍정적인 역할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학이 획일화된 점은 부정적인 효과였다고 많은 사람이 주장한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두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입학자원 감소에 따라 정원감축을 하겠다고 전 대학을 줄 세우기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둘째, 재정지원 명목으로 지원 기준을 만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평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즉, 대학의 규모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포뮬러 펀딩으로, 이는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데 적절한 방식이라고 판단된다.”
- 현장에서 느낀 고등교육 정책의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면.
“교육부 조직의 문제를 우선 이야기하고 싶다.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교육부 업무 중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초·중등 정책은 교육청으로 업무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학에 문제가 없다면 교육부가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교육부 입장에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적당히 문제가 발생하면서 교육부의 존재감이 있는 상태가 가장 적절한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결국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의미다.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사안 자체가 해결하기 어려워서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보다 오히려 조직의 한계가 있다고 본다. 교육부는 이해관계가 얽혀진 대학 사회를 총괄적으로 바라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대학 정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교육부 내에서도 대학 유형에 따라 관리 부서가 다르다. 대학 재정 지원도, 관련 법률도 부서별로 쪼개져 기획되고 관리된다. 결과적으로 교육부 내에서도 종합적 시각으로 대학개혁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수많은 정책 시행으로 대학 사회에 미친 비효율도 문제다. 지금 대학은 교육부의 정책으로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등록금은 14년째 동결인데다 입학금 폐지와 강사 대책 등으로 인해 교육혁신 요구를 처리하기 위한 대학의 부담이 가중됐다. 대학에는 비효율적인 업무와 일자리가 적지 않다. 교수와 학생 간 본질적인 소통과 강의보다 부가적인 행정처리에 업무량이 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채용 규모 확대에 따라 비용은 높아져 부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혁신 정책을 만들어 열심히 일한 결과다. 결국 답은 명확하다. 대학 자율이 답이다.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
- 지방대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지방대의 위기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문제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충원율’과 ‘지역 일자리’다. 충원율은 지역의 인구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감소와 입시단계에서 지역인재 유출과 관련성이 있다. 지역 일자리 문제는 졸업 후 일자리 확보를 위한 대도시로의 인재 유출 등이 있으며, 부가적으로 청년세대의 도시선호 현상 가속화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방에서 지역 입학자원을 수혈 받는 지방대학과 전국 및 국제단위에서 입학자원을 확보하는 글로컬 대학으로 나눠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역단위에서 자원을 받아들이는 지방대의 경우 지역에서 서열화를 없애는 방향으로 대학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학과 스왑(Swap) 같은 방법으로 인문사회대학과 공과대학, 예술대학 등으로 지역에서 최고의 대학이 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학 특성화를 위해 특별한 대학모델이 고려될 수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대학도시 모델 등이 있다.
글로컬 대학은 브랜드 확보를 위해 대학원 집중 육성과 레지던스 칼리지, 사이언스파크 조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지방대의 브랜드 파워가 약화된 것은 대학원 약화와 관련이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원 경쟁력을 기반으로 사회적 역할이 이뤄질 때 확보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립대학을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전환하고, 지역 내 타 대학과 학부 입학자원 경쟁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밖의 대학들은 공유대학 플랫폼에 참여해 중소규모 대학의 약점을 보완하는 체제도 지역대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산업수요 반영 측면에서 대학의 학사구조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정된 학과 구조보다 변화에 능동적인 학과 체제를 지향하거나 부·복수전공과 연계전공 등 다전공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적자원 수급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 특히 지방 전문대학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일부에서는 일반인으로 교육 대상을 확장한 평생교육대학 모델을 주장한다. 그러나 재정적 측면에서 기존 대학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사실상 실현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전문대학 문제는 전문대학 학과 모델을 일반대학이 차용한 측면도 있고, 시설투자가 요구되는 공학계열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는 폴리텍 대학에 밀린다는 지적, 산업수요 측면에서 산업 양극화에 따라 보급형 인재의 수요 감소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대학 중 경쟁력이 있는 대학은 일반대학으로 전환해 기존 대학과 경쟁하고자 하는 의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단위 별로 직업교육을 전담하는 전문대학은 국립으로 전환하고, 고용부가 관리하는 체제를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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