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황혜원 기자]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비가 수도권 주요대학과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등에 집중돼 대학과 지역에 따른 연구비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4년제 대학 연구비 7조1346억원 가운데 상위 20개 대학의 연구비가 63.2%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소재 대학에 44.6%의 연구비가 집중됐다. 이같은 연구비 편차는 이전부터 이어져 온 현상으로, 주요대학 중심의 분배에서 벗어나 지역별 안배를 통해 지방대학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 연구비 지속 증가, 상위 20개대 점유율 63.2%
한국연구재단의 ‘2021년도 전국대학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국 4년제 대학 연구비는 7조1346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년 6조5722억원 대비 8.6% 증가했으며, 2016년 5조6679억원과 비교하면 25.9% 늘어났다.
2020년 연구비 가운데 상위 20개대의 점유율은 63.2%(4조5117억원)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전체 223개대에서 20개대를 제외한 203개대가 2조6229억원을 나눠 쓰는 셈이다.
상위 대학 집중은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지난 2019년 전체 연구비 6조5722억원 중 4조2057억원인 64%를, 2018년에도 전체 연구비 6조1198억원 중 3조8406억원인 62.8%를 각각 차지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성균관대 5개는 20개대 중에서도 높은 연구비 점유율을 보였다. 이들 대학은 최근 2018~2020년 3년간 연구비 추이에서도 상위 5개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대학은 2020년 대학별 연구비 점유율에서 서울대 8.8%(5922억원), 연세대 6.3%(4517억원), 고려대 5.9%(4188억원), KAIST 5.5%(3918억원), 성균관대 5.5%(3911억원) 등으로 총 31.5%를 차지했다.
이 같은 연구비 편차는 지역별 점유율에서도 드러난다. 서울 소재 대학이 전체 연구비의 절반 가량인 44.6%(3조1824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이어 대전이 8.6%(6111억원), 경기 6.6%(4687억원), 경북 5.1%(3652억원), 부산 4.8%(3399억원), 광주 4.4%(3159억원) 등이었다.
특히 서울과 경기지역의 연구비를 합친 3조6512억원에서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가톨릭대, 인하대, 이화여대 상위 10개대가 74.8%인 2조7331억원을 사용해 권역 내에서도 특정 대학에 연구비가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KAIST와 POSTECH(포스텍),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전북대, 충남대, UNIST(울산과학기술원), 울산대, 경상국립대가 상위 10개대로 파악됐다. 이들 대학은 비수도권 총 연구비 3조4832억원 중 1조7100억원(49%)을 사용했다.
POSTECH, KAIST 1인당 연구비 · 과제수 높아
2020년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는 평균 9537만원으로, 전년 8910만원 대비 소폭 증가한 반면, 1인당 과제수는 1.41건에서 1.38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구비 상위 대학 조사에서는 POSTECH과 KAIST, GIST(광주과학기술원), UNIST,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과기특성화 대학이 상위 5개대를 휩쓸었다. 특히 POSTECH과 KAIST의 1인당 연구비는 각각 6억4189만원, KAIST는 6억657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6배를 상회했다. 1인당 과제수도 POSTECH 5.33건, KAIST 3.51건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 교원 1인당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지역별 교원 1인당 연구비는 울산이 1억576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대전 1억4420만원, 서울 1억4257만원, 대구 1억416만원, 인천 1억146만원 순이었다.
반면 1인당 과제수는 세종이 464명의 교원이 966건의 과제를 수행해 평균 2.0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 1.73건(4678명, 8081건), 인천 1.71건(1525명, 2602건), 서울 1.62건(2만2323명, 3만6055건), 광주 1.57건(3175명, 4993건), 대전(4238명, 6591건)·전북(3209명, 5008건) 1.56건, 울산(1422명, 2176건) 1.53건, 대구(2463명, 3747명) 1.52건 등이 평균 1.5건 이상의 연구를 수행했다.
논문 실적, 국제전문학술지 비중 늘어
대학 연구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논문게재실적도 전년 대비 늘어났다. 2020년도 국내전문학술지와 국제전문학술지, 국제일반학술지 등에 게재된 논문은 총 6만8672건으로 전년 6만7478건보다 1194건(1.7%) 늘었다. 다만 2016년에는 5조6679억원의 연구비로 6만8719건의 논문이 게재돼 연구비 대비 연구실적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 논문의 국제전문학술지 게재실적은 5년째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 국제전문학술지 게재실적은 2만8467건으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3만1081건 45.3%로 3.8% 포인트 늘었다. 국내전문학술지 비중은 지속 감소해 2016년 3만8487건(56%)에서 2020년 3만6025건(52.5%)으로 3.5% 포인트 줄었다.
전임교원 1인당 논문게재실적에서도 국제전문학술지 실적은 2016년 0.38건에서 2020년 0.42건으로 증가했으며, 국내전문학술지 실적은 0.52건에서 0.48건으로 감소했다. 교원 1인당 논문게재실적이 많은 대학은 중앙승가대 1.93건, 서울교대 1.68건, 한국교원대 1.56건, 경인교대 1.54건, 성균관대 1.35건, 서울대 1.34건, KAIST·인천대 1.32건 등이었다.
단국대, 건국대, 강원대 등
연구비 상위 대학 미포함에도 논문 실적 많아
2020년 논문게재실적 상위 대학은 서울대 3033건, 연세대 2521건, 성균관대 1989건, 고려대 1987건, 부산대 1644건, 경북대 1612건, 한양대 1556건, 경희대 1520건, 중앙대 1376건, 전남대 1330건 등이었다.
또한 단국대 1177건, 건국대 1163건, 동국대 1102건, 강원대 1086건, 영남대 1019건, 경상국립대 1017건으로 이들 대학은 연구비 상위 20개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논문게재실적 상위 20개대에 올랐다.
학술지별로는 국제전문학술지는 서울대가 2161건, 국내전문학술지는 부산대가 815건으로 가장 많은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전문학술지 게재실적이 높은 대학은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성균관대, 고려대, 한양대, 경북대, 경희대 등이다. 국내전문학술지 게재실적이 높은 대학은 부산대와 단국대, 서울대, 연세대, 전남대, 경북대, 중앙대 등이다.
지역별 논문게재실적 현황을 보면 수도권이 전체의 46.9%(서울 35.2%, 인천·경기 11.8%), 비수도권이 53.1%였다. 국제전문학술지 비중은 수도권 52.6%, 비수도권 47.4%, 국내전문학술지 비중은 수도권 42%, 비수도권 58%로 권역에 따라 차이가 났다.
학문분야별 연구비 편차 커
공학, 의약학, 자연과학 연구비 전체의 85.5%
학문분야에 따른 연구비와 논문게재실적 차이도 두드러졌다. 계열별로 공학과 의약학, 자연과학분야의 연구비가 6조974억원으로 전체 연구비 7조1346억원의 85.5%였다. 가장 많은 연구비가 투입된 분야는 공학계열로 45.8%(3조2653억원)를 나타냈으며, 이어 의약학 22%(1조5698억원), 자연과학 17.7%(1조2622억원) 등이었다. 반면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연구비 투자는 사회과학계열 6.3%(4475억원), 인문학 1.9%(1357억원), 예술체육학 1.2%(822억원) 등으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문분야별 논문게재실적에서는 사회과학계열이 1만7243건(25.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학 1만6456건(23.8%), 의약학 1만4379건(21%), 인문 8036건(11.7%), 자연과학 6758건(9.8%) 등의 순이었다.
학술지별 실적에서는 국제, 국내전문학술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제학술전문지는 공학계열이 1만106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의약학 1만648건, 자연과학 5028건, 사회과학 2212건, 농수해양학 1270건, 인문학 373건 순이었다.
국내학술전문지는 사회과학계열 1만4755건, 인문학 7447건, 공학 4848건, 의약학 3348건, 예술체육학 3083건, 자연과학 1593건 등이었다.
이러한 권역별, 학문분야별 연구비 편차에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지난해 7월 열린 대학 연구기반 조성을 위한 국가 R&D 정책 포럼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연구인력이 부족해지고, 연구성과 창출이 미흡해지면서 신규 연구비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도권·지방 대학 간 연구비 배분율을 개선해 수도권이나 과기특성화 대학과 경쟁을 배제한 지방대 전용 연구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재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는 “성숙한 사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사회 학술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문사회분야에서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가, 사회적 난제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통해 해결법을 찾아나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술지원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연구를 해나갈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 국가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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