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무산된 9월 신학기제, 재논의 필요

임지연 | jyl@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4-07 06:00:00
  • -
  • +
  • 인쇄
학생 미충원 대책, 유학생 유치 등 위해 서울대 장기발전 계획으로 검토
최근 서울대가 9월 신학기제와 3학기제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한 장기발전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9월 신학기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대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최근 서울대가 9월 신학기제와 3학기제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한 장기발전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9월 신학기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대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대학저널 임지연 기자] 최근 서울대가 9월 신학기제와 3학기제 도입을 핵심내용으로 한 장기 발전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9월 신학기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면 이를 실시하는 해외 대학과 교류가 활발해져 글로벌 접근성이 용이해지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에서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수차례 검토했지만 천문학적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사회적 · 관행적 제도 재정비 등의 문제로 논의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서울대, 9월 신학기제·3학기제 도입 장기발전 계획 검토


‘2022~2040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 중간보고서(안)’에 따르면 서울대는 국제 대학순위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9월 신학기제와 3학기제 도입을 포함한 장기발전 계획을 검토 중이다.


9월에 새 학년의 첫 학기를 시작하는 9월 신학기제는 초·중·고와 대학의 1학기를 3월이 아닌 9월에 시작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칠레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 나라가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1961년부터 지금의 3월 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미국 등 해외 거의 모든 대학이 실시하는 9월 신학기제와 6개월의 시차가 생겨 해외 유학과 학사일정 등을 포함한 대학 간 교류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면 이같은 문제가 해결돼 글로벌 접근성이 용이해진다.


이와 관련, 서울대 관계자는 “유학생 유치 등을 이유로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제도를 도입하려면 서울대뿐 아니라 모든 초·중·고 시스템이 변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도입이 아닌 장기 과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도움…시간 공백↓
사회 진출 빨라져 생산인구 감소에 효과적 대응 가능


서울대가 언급한 바와 같이 9월 신학기제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학생이 유학을 갔을 때도 시간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이 외국 학교로 전학하거나 진학하면 한 학년을 건너뛰거나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만 3월 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가 남반구에 위치해 3월 신학기제가 실제로는 가을학기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3월 신학기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9년 11만3199명, 2020년 10만2438명, 2021년 9만 9496명 등으로 매년 약 10만명의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있다.


9월 신학기제를 시행하면 6개월의 공백이 없어지므로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교수들도 학기에 맞춰 강의를 하기 때문에 교수들의 이동·학술적인 교류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9월 신학기제는 애매한 기간의 봄방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월 신학기제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각각 약 1개월이며, 2월 학기 이후에는 봄방학을 약 3주 가량 실시하고 있다. 반면 9월 신학기제는 8월 중순 혹은 말에 새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3주 정도의 짧은 겨울방학과 비교적 긴 2~3개월의 여름방학이 실시된다. 이 때문에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취학연령이 6개월 앞당겨지면서 사회 진출이 빨라져 생산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1997년, 2006년, 2014년 각 정부는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와 기존 학생 적응 문제 등의 이유로 번번히 무산됐다.


천문학적 경제적 비용 발생
사회적 · 관행적 제도 재정비 필요


9월 신학기제는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취학연령에 따른 나이 문제, 교육 과정의 전환으로 인한 대학입시 준비 격차 등 문제도 존재한다.


지난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9월 신학년제 실행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재정적·경제적 비용이 발생, 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 증원과 학급 증설, 대학 입시, 취업 등 각종 사회적 혼란 비용으로 약 8조~10조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또한 가을학기제 전환으로 인한 사회적·관행적 제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9월 신학기제 도입 초반 3월 입학생과 9월 입학생이 동시에 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학교 시설과 교원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입학이나 졸업은 물론 기존 입시방식과 절차, 기업의 고용 시기, 공무원시험 등 정부의 각종 시험 시기 변화, 국가 회계 연도와 학교 회계 연도의 불일치 등 사회 전반적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특히 보고서는 이같은 비효율과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9월 신학기제가 효율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교육적·사회적 비용의 과다와 효과의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전체 생활리듬을 바꾸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9월 신학기제 재논의
개학 시기에 대한 혼선 증폭될 수 있어 ‘난색’


최근 9월 신학기제 도입이 재차 논의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개학이 3월 9일에서 3월 23일로, 또 다시 4월 6일로 미뤄지면서 이 기회에 2020년도 학사일정을 9월에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 유럽 국가들도 개학을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고, 우리나라도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던 시기다.


당시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개학이 연기된다면 국제적 기준에 맞는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만하다”며 9월 신학기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당시 경남도지사였던 김경수 전 국회의원 역시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동조했다.


2020년 3월 26일 리얼미터가 TBS에 의뢰해 진행한 개학 시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9%가 4월 개학, 32.4%가 9월 개학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월 신학기제(가을학기제)’로 전환하자는 관련 청원이 게재돼 1만5000여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논의가 길어질 경우 혼선이 증폭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신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20년 3월 31일 교육부는 등교 개학은 무기한 연기하며 학년별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시행했다.


교육전문가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당시 “감염병 장기화에 떠밀려 섣불리 신학년제 문제를 제기하거나 논의해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라며 “과거 정부에서도 9월 신학년제 논의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번번이 무산됐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임지연
임지연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