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 김종영 교수

백두산 | bds@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4-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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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캘리포니아 대학체제 모델 전국에 서울대 10개 만들면 가능”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충남대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거점국립대, 어떻게 키울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김종영 교수 제공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충남대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거점국립대, 어떻게 키울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김종영 교수 제공

[대학저널 백두산 기자] 첫 번째 저서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으로 한국 대학과 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던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이번엔 “왜 한국만 교육지옥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그 해답으로 ‘서울대 10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는 “한국 교육의 최대 문제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향한 좁은 ‘고속도로’, 곧 병목현상 때문에 발생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개 고속도로(서울대)를 10개의 고속도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를 만나 한국 대학체제의 모순과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 ‘병목현상’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라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대학체제는 크게 유럽식 평준화 모델, 미국식 다원화 모델, 한국식 독점화 모델이 있다.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유럽 학생들은 어떤 고속도로(대학)로 가도 상관없고 미국 학생들은 100여개 이상의 명문대학에 갈 수 있는 넓은 선택지 때문에 대입 병목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한국은 SKY로 향한 단 하나의 교육 고속도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극심한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대학병목체제는 다시 세분해 대학병목, 공간병목, 시험병목, 계급병목, 직업병목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모든 부분에서 한국은 최악의 병목을 겪고 있다.


한 예로 독일 대학체제는 한국과 비교해 이런 병목이 없고 지위경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창조권력을 위한 경쟁 곧 학문을 위한 경쟁이 있다. 또한 평준화됐지만 탁월한 학문기관이기 때문에 한국인을 포함해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한다. 독일은 11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최근 mRNA 백신도 개발했다. 한국인들이 독일 대학체제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 이런 병목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백년대전(百年大戰)이다. 한국 대학의 독점체제는 100여년 전 처음부터 잘못 세팅됐고 그 이후 서울대 중심의 지위권력 독점에 대해서 한국 정치인, 교육자, 지식인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교육 독점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대학 독점세력이 계속해서 한국 교육을 지배했고 여기에 대해 별다른 정치적 싸움이 없이 100여년 동안 헤게모니가 유지돼 왔다. 결국 교육은 정치적 싸움인데 서울대 또는 SKY 중심의 교육 독점세력에 의한 강고한 지배가 계속 유지돼 왔던 것이 문제다.”



- 책에서 입시와 대학 개혁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시는 학부모들의 단기적인 요구의 문제이고 대학 개혁은 장기적인 계획의 문제다. 이 둘을 섞어버리면 학부모들의 단기적인 요구에 의해 대학개혁이 좌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나라 사례들을 보면 입시를 위주로 대학개혁을 한 사례는 없다. 독일과 미국의 대학개혁은 연구중심대학(창조권력)을 중심으로 개혁을 한 것이지 입시를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이 매우 중요하고 학부모들의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에 대한 욕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입시개혁은 대학개혁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시와 대학개혁을 동시에 할 경우 대학개혁은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연구중심대학이 중요한 이유는.


“대학사회학의 창시자 버턴 클라크(캘리포니아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의 90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명으로 1810년 독일 대학의 개혁으로 꼽았다. 홈볼트주의에 입각한 독일의 대학의 개혁은 대학이 학벌을 주는 지위권력에서 새로운 지식, 경제, 사회를 창조하는 창조권력으로 전환한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개념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대학에서 인터넷이나 mRNA 백신같은 것을 발명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한국인들은 대학을 학벌을 주는 지위권력으로만 생각한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며 대학의 역사에 대해 무지해서 그렇다.


창조권력이 된 독일 대학은 화학, 철강, 전기 분야 등의 2차 산업혁명을 선도했다. 3차 산업혁명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지위권력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 경제, 사회를 만드는 창조권력, 즉 연구중심대학으로 기능했다.


버턴 클라크는 현대 대학의 역사를 ‘연구중심대학의 승리’라며 매우 의미심장하게 표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우리는 지식경제와 지식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에 대한 투자 없이 어떤 국가도 경쟁력과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 대학통합네트워크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차이점은.


“이전의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이론이 없었다. 학벌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직관적으로’ 서울대 학부를 없애고 대학들을 통합하고 공동학위를 주자는 주장이었다.


과거의 대학통합네트워크는 대학의 역사와 구조, 지위경쟁이론, 창조권력과 지위권력 합으로서의 대학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이론과 깊이 있는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시도였다. 교육학이나 사회학에서 누구도 대학서열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주장했고 다양한 버전을 만든 학자들과 교육전문가들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이전의 대학통합네트워크론자들은 모든 것을 고치려는 ‘최대주의자’ 접근을 했다. 국립대 통합, 사립대 통합, 전문대 통합, 입시개혁,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고치려고 했다. 교육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서 생긴 문제다. 이론적으로 모든 것을 고치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아무 것도 고치지 못한다. 18년 전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제시됐지만 정책적으로 전혀 진전이 없던 이유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를 모델로 전국에 서울대 수준 대학 10개를 우선 키우자는 ‘최소주의자 전략’을 택했다. 교육지옥에서 해방되기 위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전략적인 선택이다. 그 이후에 시간을 가지고 다른 부분들의 개혁들을 추구하자는 입장이다.”


김 교수가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김 교수가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 왜 캘리포니아 대학체제인가.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는 전 세계인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학체제다. 캘리포니아 전역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 10개를 만들어 탁월성, 민주성,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한 완벽에 가까운 대학체제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동부나 중부보다 늦게 출발해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창조권력으로서의 연구중심대학 10개를 골고루 만듦으로써 대학병목과 공간병목을 동시에 막았다. 10개의 캘리포니아대학(Univesity of California)에 입학하는 학생은 12.5%로 SKY에 입학하는 비율보다 약 6배 높다. 하지만 대규모 편입을 설계해 놓았기 때문에 추가로 6% 정도 학생들이 3학년 때 10개 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 전문대를 졸업했어도 서울대 수준의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이런 통계가 보여주듯 캘리포니아 대학 10개에 입학할 확률은 전체적으로 18.5%다. SKY에 입학할 확률(2%)보다 9배가 높다. 캘리포니아 대학은 10개의 연구중심대학, 23개의 교육중심대학, 116개의 직업중심대학으로 이뤄져 있고 이들 사이의 병목을 최대한 제거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10개 대학은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창조권력으로 작동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인구 4천만명의 캘리포니아에는 서울대 수준 이상의 대학이 10개 있다. 인구 5천만명인 한국에도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10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의 책을 읽고 대학이 창조권력(연구중심대학)인 점을 전적으로 동의했고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찬성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오 총장처럼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부분 찬성한다.”



-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의 문제점과 한계가 무엇인가.


“모든 것이 문제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관계없이 모든 것이 문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교육지옥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OECD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교육지옥이다.


책에서 설명했듯이 한편에는 강고한 교육지옥 동맹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무능한 교육개혁 세력이 있다. 이 둘의 완벽한 조합에 의해 한국교육은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들을 고치기 위해서는 냉정히 대학의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 교육과의 과열된 관계에서 빠져나와 한국의 대학체제를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깊이 있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얄팍한 자기 경험이나 추측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문제를 붙들고 치열하게 고민하면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 대학의 발전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OECD 통계에도 잘 나와 있듯 한국대학의 1인당 공교육비(1만1290달러, 2018년 기준)는 한국 초등학교(1만2535달러)보다 못하다. 한국 고등학교 1인당 공교육비는 1만6024달러다. 이렇게 대학 공교육비가 고등학교와 차이가 크게 나는 OECD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OECD 평균 대학 공교육비는 1만7065달러이며 미국은 3만4036달러다. 정부와 교육부, 교육계가 대학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은 초등학교도 고등학교도 아닌 대학에서 시작된다. 지식경제의 핵심은 대학인데 모두 입시와 초·중등교육에만 관심을 가진다. 교육 정치에서도 교사들의 힘이 막강해서 교수들은 실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언론도 입시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대학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학의 재정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대학 주체들이 정치적으로 나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에서 지역 소멸을 막고 청년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주기 위해 대학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지방대 위기가 심각하다. 해결책은 없는지.


“지방대를 서울대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대에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서 전국의 지방대를 서울대로 만드는 것은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청년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다.


덧붙여서 지방대들 간의 통합도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학의 경쟁력과 생존 확보, 양질의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한 통합이 일어나고 있다. 지방의 여러 대학들이 지역별로 통합을 한다면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게 되고 서울대 수준으로 도약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장벽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방대들 사이의 통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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