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황혜원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재정 감소와 대학 기본역량 진단, 구조개혁 등 고등교육 주요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5월 10일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교육계는 정권에 따라 5년 주기로 달라지는 교육정책이 아닌 위기와 갈등을 봉합하고, 새롭고 굳건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세울 수 있는 교육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행하는 ‘대학교육’ 215호를 통해 대학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로 정부 재정지원 사업 평가 방식 개선, 국립대학법 제정, 폐교대학 지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주문했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 개선 요구 확대
지출항목 규제 지나쳐 지출 유연성 필요
지난해 대학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2021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평가 불공정성과 수도권 대학 역차별 등의 지적을 초래했다. 국내 대부분 대학의 재정 구조상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사업의 선정·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1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공교육비는 39.7%로 OECD 평균 66.2%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정부가 90% 가까이 공교육비를 지원하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반대로 민간 지출은 60%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영국과 일본, 호주, 미국 등에 이어 높은 편에 속한다.
이상용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높은 사교육비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상황은 더욱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달리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의존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구조와 많은 유사점을 가진 일본의 경우 각 사립대학에게 지원되는 연평균 60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평균 약 50억원의 정부 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을 받았는데, 항목별로 세세하게 지출이 통제돼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시설 개선 투자 중심으로 활용됐다”며 “일본과 같이 일반 경상비로 지원해주고 간단한 사후 점검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 선정 시, 대학별 ‘형평성’ 고려해야
대학의 규모와 소재지, 재정 등의 격차를 고려한 형평성 있는 재정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지방대만을 위한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NURI)과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I) 등의 특화사업을 실시했다면, 문재인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은 모든 대학에 동일한 규칙과 평가 기준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연구·재정 여건은 수도권대학이 모든 면에서 지방대를 압도하는 만큼, 이런 평가방식은 필연적으로 지방대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안진원 한동대 교수는 “평균 등록금은 특히 수도권대학이 지방대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다”며 “이는 등록금 수준이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 반영됐던 때 지방대가 선제적으로 등록금을 낮추고 동결한 결과”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동결이 13년간 이어져 수도권대학은 지방대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이는 지방대와 이미 출발선이 다른 것으로, 기계적 평등만을 고려한 재정지원은 수도권대학과 지방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한 “대학기본역량진단 등을 위한 행정상의 준비과정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며 최근 3회의 평가 결과를 통해 정량지표 점수와 기본역량 선정대학 상관관계를 조사해 상위 50~60% 대학은 평가를 면제하고, 정성평가로 선정 여부가 바뀔 수 있는 10~20%의 대학만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다양한 사업 아우르는 총괄기구 마련
남두우 인하대 교수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 선정과 평가 방식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실시하는 여러 재정지원 사업의 차이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지속성과 연계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업이 시행되면서 사업 간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ACE+ 사업이나 사학혁신지원 사업 등에 선정되면서 우수 실적을 평가받은 대학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는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는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 기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여러 재정지원 사업을 방향성과 목적 등에 맞게 총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립대학법 제정 통한 국립대 기능 강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로 지역인구 유출이 심화되면서 지방대는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와 지방대의 상생이 이슈로 등장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 위치한 국립대의 사회적 책무성과 지역사회 공헌 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난해 기준 39개 국립대학과 국립대학법인(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670만원 대(對) 4860만원으로 국고지원금 차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회의원들은 학생 1인당 교육비 확충과 국가·지자체의 지원 의무, 운영의 자율성·책무성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국립대학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준우 전남대 교수는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해당 지역에 있는 국립대에 재정 일부분을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각종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지자체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대학의 각종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교직원의 참여가 요구되지만 이들에 대한 어떤 수당 지급도 어렵다”며 “정부는 국립대가 고등교육 수행을 뒷받침할 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하루 속히 국립대학법이 제정돼 국립대학들이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계대학에 국고지원 이뤄져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입시에서 입학자원이 대학 정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가 곧 대학의 폐교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전략’을 통해 이같은 추세라면 수년 내 최소 70개 대학이 폐교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자율혁신 기반 적정 규모화’, ‘부실대학의 과감한 정리’를 대응책으로 내세웠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근본적인 정책기조의 전환 없이는 대규모 대학 폐교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의 폐해는 더 악화될 수 있다”며 “경쟁을 통한 대학 정비라는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유·협력 기반의 정책기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폐교대학에 대한 문제 접근은 ‘구조조정 후에 구축될 새로운 대학 체제’라는 포괄적인 기획이 선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한계대학의 현 실태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고, 일부 대학은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처럼 저렴한 등록금의 평생교육기관 성격을 띨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대규모 폐교의 위기를 대학 체제 개편의 계기로 삼기 위해선 한계대학에 대한 국고지원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Digital Literacy 교육 필수적
4차 산업혁명으로 ICT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대학도 학생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읽고 분석할 수 있는 ‘Data Literacy’, 코딩과 엔지니어링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Technology Literacy’, 인문학적 소양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Human Literacy’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reativity(창의성), Communication(소통), Collaboration(협업) 등 4C 역량도 대두되고 있다.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는 “현대 경제는 데이터 자본주의와 디지털 경제로 특정된다”며 “코딩을 통해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Technology Literacy와 디지털로 변환된 자료를 분석하는 Data Literacy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현대 조직은 전통적인 관료제형 구조에서 벗어나 협력적 관계와 의사소통, 유연성, 집단지성 등을 중시하고 있다”며 “이는 곧 Technology Literacy와 Data Literacy, 4C 역량과 이어져 대학이 기존의 교과과정을 혁파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High-Touch, High-Tech’가 떠오르고 있다. 박 교수는 “주입식 교육을 지양한 캡스톤디자인과 같은 프로젝트 기반의 High-Touch 교육과 학습자의 성향에 맞게 AI와 VR(가상현실) 등의 ICT 기술을 활용하는 High-Tech 교육을 통해 학습자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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