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두 문제 모두 답하시오.) 시험시간은 120분이며, 연필 또는 흑색 필기구만 사용하십시오.
제시문 (가) 다음 표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의 가상적 결과 이다. 총 200명의 피험자는 무작위로 100명씩 나뉘어 상황 1과 상황 2에 배정되었으며 각 상황에서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상황 1은 이익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고, 상황 2는 손실을 줄이려는 서로 다른 두 방식 사이의 선택이다. 상황 1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이익은 1만 1천 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얻는 1만 원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80명은 B를 선택하였다. 상황 2의 경우, 선택 A의 기대 손실은 1만 1천 원으로 B를 선택할 경우 잃게 되는 1만 원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75명은 A를 선택하였다.
* 상황 1에서 선택 A의 기대이익은 이익금 11만원 x 10% 확률 = 1만 1천 원으로 계산. ** 상황 2에서 선택 A의 기대손실은 손실금 11만원 x 10% 확률 = 1만 1천 원으로 계산.
제시문 (나)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이러한 일본의 결정에는 복잡한 배경과 계산, 전략이 깔려 있었다. 1937년 중일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중국의 주요 지역들을 장악하고 연합국의 대 중국 보급로를 봉쇄하였다. 당시 태평양과 중국에 진출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던 미국과 유럽열강들은 중국에 대한 군사원조를 증대시키고 일본에 대해 경제 제재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맞섰다. 한편 1940년에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삼국동맹관계를 수립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수뇌부는 1940년 가을 중국 총통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된 이래 중국과의 전쟁만큼은 완전한 승리를 쟁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유럽 열강들의 일련의 움직임은 일본에게 큰 위협이자 장애였다.
1941년 7월 미국은 자국 내의 일본인 재산을 동결했고 극동군 사령부를 창설했다. 영국과 영국의 자치령들도 일본 과의 교역을 중단했다. 네덜란드의 인도식민지 역시 일본에 대한 수출입 금지조치에 동참했다. 각국의 원산지로부터 주석, 천연고무, 원유 등의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자재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일본에게 있어 이는 큰 타격이 었다. 이 무렵 일본은 원유 보유량이 고갈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일본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즉, 일본은 미국에 정치적인 방식으로 항복하거나 아니면 군사적인 수단으로 동남아시아의 원자재 공급원을 강점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1941년 11월 말 미국은 중국문제와 관련해 ‘10개항 강령’을 제시했는데, 이는 일본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화해조건들을 담고 있었다. 일본의 군부 지도자들은 미국과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자신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일 일본이 전쟁이라는 대안을 포기한다면,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지위는 더욱 강고해지고 일본은 그 영향력 아래 복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 대한 공격은 커다란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이었다. 당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은 실질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이 네 국가는 소련과도 유사한 관계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미국 공격은 다섯 개 강대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만일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면 자기들이 초반에 승리할 확률이 70~80% 정도라고 보았다. 미국과 장기전을 벌일 수는 없지만, 전쟁 초반에 큰 타격을 입히고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결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제시문 (다) 갑과 을은 산에서 나는 야생약초를 캐어 팔아 생활을 꾸렸다. 어느 날 갑이 으스대며 을에게 말했다. “자네는 좋은 약초를 어디서 캐야 할지를 모르는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 낮고 가까운 산에는 희귀한 약초가 없다네. 나도 전에는 하루 종일 죽도록 힘을 들여 산을 뒤졌지만 귀한 약초는 캐지 못했지. 그래서 가까운 산을 훑는 일은 제쳐두고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높고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갔다네. 처음에 깊은 산 속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고 낭떠러지에 맞닥뜨리거나 벼랑을 탈 때는 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지. 하지만 얼마 지나자 숲속이 조금 씩 익숙해졌고 한 달 뒤에는 나무와 풀들을 어느 정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네. 나는 거기서 값나가는 약초들을 여러번 발견했고 영지나 상황 같은 희귀한 버섯을 캔 적도 있다네. 비록 허탕을 치는 날도 없지는 않지만 분명 내가 자네보다 벌이가 나을 걸세. 언젠가는 산삼을 캐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이 말을 들은 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만 두게나. 나는 자네 말을 따르지 않겠네. 내가 값비싼 약초를 캐지못한 것은 사실이지. 그러나 나는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다네.
사람들은 희귀한 약초를 캐고 싶어 하지만 희귀한 약초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아 사람의 애를 태우지. 나는 저녁 무렵에 자네가 빈 바구니로 산을 내려오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네. 낮은 산에는 희귀한 약초는 없다고 하더라도 야생도라지나 당귀, 구절초 같은 평범한 약초들이 얼마든지 많다네. 나는 이런 약초들의 군락지를 제법 여러 곳 알고 있지. 그래서 나는 한 번도 빈손으로 산을 내려 온 적이 없다네. 상황버섯이 당귀보다 훨씬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깊숙이 숨어 있는 그것들을 찾아 산을 헤매고 벼랑을 타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네.”
제시문 (라) 염상진은 또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감았다. 하나도 아니고 두 사람의 생명이 달린 사건이었다. 그들은 살아날 가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자신에게 특별한 변호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들을 살려낼 만한 논리를 전개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휴전이 그렇게도 두려웠던 것일까? 그들에겐 휴전이 곧 죽음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그들의 의지는 고작 그런 식으로 가변적이었을까? 그러면서도 무엇하러 입산을 했던 것일까? 일시적인 피신이었을까? 그럼 왜 작년 말에 실시한 하산 권유를 듣지 않았던 것일까? 저들의 감정적인 초기보복 때문에 산이 더 안전하다는 기회주의적 판단을 내린 것일까? 아니면, 고생을 하다 보니 의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다가 휴전소식을 듣게 되자 완전히 변해버린 것일까?
그들은 배울 만큼 배웠으면서도 역사에 대한 전망을 그렇게도 할 수 없었을까? 자의로 바른 역사를 선택했다면서도 그렇게 역사에 대한 신뢰가 빈약할 수 있을까? 목숨 때문이라고?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역사의 편에 선 자가 목숨을 변명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치졸이고 비겁이다. 애초에 역사의 선택은 목숨의 위험을 뛰어넘는 차원에서부터 시작된다. 목숨을 아까워하는 자가 어찌 혁명에 나설 수 있으며, 피 흘리기를 두려워하는 자가 어찌 투쟁에 뛰어들 수 있는가! 피 흘리기를 주저하고, 목숨 버리기를 무서워하면서 혁명의 열매만 따먹으려고 역사를 선택했다면 그런자들은 반동보다 더 악랄한 적이다! 혁명은 대가를 예약해주지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혁명은 역사를 발전시키는 동력이고, 과정이며 혁명에 가담하는 자는 그 연료로써 타오르기를 각오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혁명에서 대가를 바랄 때 목숨에 연연하게 되고, 목숨에 연연하면 투쟁력이 약화되면서 기회주의가 싹트게 된다. 탈주를 감행한 그 두 사람은 결국 목숨에 연연한 자들이었다.
[ 문제 1 ] 제시문 (가)의 실험결과를 적용하여 제시문 (나)에 나타난 일본의 선택과 제시문 (다)에 나타난 ‘을’의 선택을 설명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
[ 문제 2 ] 제시문 (라)에 나타난 염상진의 사고방식과 대비하여 제시문 (나)와 (다)에 나타난 일본과 ‘을’의 사고방식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의 입장에서 다른 사고방식의 한계를 논하시오. (50점, 900자 내외로 쓰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