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구운몽’, 우울증 치료에 효과 있다”

한용수 | hys@dhnews.co.kr | 기사승인 : 2011-01-06 10:26:07
  • -
  • +
  • 인쇄
영남대 이강옥 교수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 출간

17세기 소설 『구운몽(九雲夢)』이 21세기 현대인의 우울증 치료에 과연 효과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Yes.”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알려져 있으며, 전체 인구 6명 중 1명꼴로 걸릴 정도로 흔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주요 장애 및 사망 원인 질환 중 4위로 발표될 정도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15%에서 발생하는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러한 시점에 불교적 관점에서 『구운몽』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울증 치료를 위한 텍스트로서의 가치와 희망의 서사 교육 방안에 주목한 영남대 이강옥 교수(55, 국어교육과)의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소명출판, 316쪽)이 최근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저자는 『구운몽』을 인생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생에 대해 성찰하고, 관조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작품으로 해석한다. 기존의 해석처럼 절망과 허무의 서사가 아니라 해방과 희망의 서사라고 본 것.


이러한 전환적 읽기는 『구운몽』의 텍스트가 함유하고 있는 여러 문제와 가치를 탐색하게 한다. 특히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 가장 중요한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 사고’로 전환시킴으로써 우울증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크게 『구운몽』에 대한 불교적 해석을 제시한 1부와 문학치료교육에 주목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구운몽』의 사념실현과 환생의 의미’, ‘『구운몽』의 세속 삶과 그 극복 방식’, ‘김만중의 시문에 나타난 구름’, ‘『구운몽』의 구름과 주제’, ‘『구운몽』의 환몽(幻夢) 경험과 주제’ 등을 통해 『구운몽』이 구현하는 서사가 『금강경』과 같은 불교 경전에서 활발하게 구사하는 구름과 꿈의 비유와 연관이 있으며, 불교적 수행법과도 연결된다고 해석했다.

2부에서는 1부에서 다룬 불교적 해석 결과를 바탕으로, ‘『구운몽』의 우울증 치료텍스트로서의 가치’, ‘『구운몽』의 재해석과 희망의 서사 교육’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김만중이 우울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친을 위해 『구운몽』을 지었다는 창작동기에서부터 우울증 치료효과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아울러 사람의 생각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과 형성력을 가지는가를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구운몽』을 읽음으로써 우울증 환자의 부정적 생각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세속적 삶이 가치 있다는 생각을 생성할 계기와 논리가 제공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성진이 양소유로 태어나기까지 나타난 죽음과정과 환생의 과정은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건전한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며, 자살충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우울증 환자와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본 저자는 ‘성진이 양소유로 되는 과정을 죽음과 환생을 설명해보십시오’, ‘당신은 죽음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 수 있습니까?’,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당신은 죽음 뒤의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는 우울증을 극복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행복한 일상을 꾸려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이런 점을 더욱 체계화한 우울증 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진행되어온 『구운몽』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운몽』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주인공 양소유의 일생은 ‘옳고 그름’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정당함, ‘높고 낮음’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절대적 높음, ‘남성성과 여성성’의 상대적 분별을 최소화한 남성성과 여성성, ‘너와 나’의 분별을 넘어선 형제애 혹은 동성애 등 위대한 평등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구운몽』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인생을 예찬하는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환몽(幻夢) 같은 세속의 모든 허망한 것에 불성(佛性)이 있다는 『능엄경』 등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고 보았다.


『구운몽』을 더 이상 인생의 허무함만을 담고 있는 허무와 절망의 서사가 아니라 해방과 희망의 서사로 가르칠 것을 주장하는 저자는 “이 세상에는 희망을 잃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이 책이 위안이 되고 치유의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며 책의 서문을 맺고 있다.


<저자 소개> 이강옥 교수는 김해 출신으로, 서울대 국문학과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 비교문학과, 뉴욕주립대 한국학과 방문교수로 연구했으며, 현재 영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야담연구』, 『조선시대 일화 연구』,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 『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등이 있으며, 성산학술상, 천마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