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가집엘 갔어요. 은퇴하거나 회사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대부분 정리하는 고민이 많았죠. 전 섣불리 얘기를 못하겠더라구요. 강의 준비해야 하는데 힘들어 죽겠다는 고민 얘기를 말이죠. 다들 마지막을 준비하는 와중에 새로운 준비를 하는 제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80년대 발라드 가수를 대표하는 가수 최성수. 현재 중고생들의 어머니뻘 되는 학부모들에게는 요즘 빅뱅의 탑 정도의 인기를 누렸을까. 장안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변신한 ‘풀잎사랑’ 최성수를 지난 3월 8일 장안대 자아실현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성수 교수는 어딜 가도 정리하는 고민인데 자신만 새로운 시작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행복한 고민으로 지낸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가수 최성수는 90년대 중반 이후 방송 출연이 뜸했다. 그는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X세대를 대표하는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가요계 판도가 바뀌었죠. 물론 장르는 달랐지만, 노래만 해서는 설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의 가치관이 흔들렸어요.” 그 시기 이후 95년 미국 유학을 떠난 이유는 노래를 잘 불러 가수로 성공했지만,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를 평생 지고가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버클리음악대학에서는 장기호 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 교수와 같은 시기에 공부했다. 양파, 조피디, 싸이, 장혜진, 김동률 등이 같은 시기에 공부했고, 그 뒤에 윤상이 졸업했다. 공부는 쉽지 않았고, 같이 동문수학하던 가수들 중 상당수는 공부를 중간에 포기했다. 싸이의 경우 한 학기 하고 그만뒀다.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자꾸 욕심이 나더군요. 아예 시작을 안했다면 욕심이 없었을 텐데, 역시 공부를 하고나니 다른 길이 보였어요. 세상에는 여러 길이 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이 보였죠. 에듀케이션 체인지 에브리씽이라는 말이 맞긴 맞아요. ” 최성수는 이후 국내로 돌아와 백석예술대학 강단에 섰다가 2008년 또 다시 UCLA로 유학을 떠났다. 7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갈 정도로 그의 의욕은 불타올랐다. 교수법도 배우고, 뮤직비즈니스를 전공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수가 되겠다는 일념을 가슴에 간직한 채.
장안대 실용음악과는 2012학년도 첫 신입생을 선발한 신설학과로, 최성수를 포함해 가수 겸 작곡가 하광훈과 차지연, 알리 등 유명 가수와 음악인들이 대거 교수진으로 영입돼 벌써부터 경쟁 대학 실용음악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성수 교수는 장안대 실용음악과를 JYP, SM 등 스타 기획사를 능가하는 음악인 사관학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학을 통해 체계적인 대중음악인재 육성시스템과 교수법을 익히셨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음학이 아니라 음악입니다. 실용음악은 절대로 이론으로 할 것이 아닌 거죠. 정말로 자유스럽게 표현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 자유롭게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학생의 파트너이자 협력자인 셈이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좋아서 즐기는 교육시스템을 장안대 실용음악과에서 선보일 생각입니다.”
장안대 실용음악과는 이제 첫 신입생을 뽑은 신설학과입니다. 타 대학과의 차별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학생들을 음악 전문가로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지금은 JYP나 SM 등 기획사를 통해 스타가 되죠. 이걸 장안대 실용음악과에서 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JYP나 SM처럼 스타를 발굴해내는 음악인 사관학교로 만들 생각입니다. 올해 첫 신입생을 뽑았는데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참 많아요. 입학식 3일 전에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입학식에서 공연 한 번 하자고 했는데, 하루 연습하고 입학생 3천명 앞에서 끝내주는 공연을 보여줬어요. 신입생 중에는 기획사 연습생으로 있던 친구들도 있습니다.”
장안대 실용음악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실용음악과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곳에서 묻어가는 것보다 새로 시작하는 이곳에서 무엇인가 만들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캠퍼스도 좋고, 공연장과 학과 시설이 참 좋아요.”
스타가 되는 건 참 어려운 일 아닌가요. 정원이 60명인데,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기본적으로 30명은 보컬, 30명은 연주를 전공합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메니지먼트회사 직원으로 가거나, 제작자 수업을 받고 음악제작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방송인으로 갈 수 있는 진로가 참 넓습니다. 특히 산학협력을 통해 인턴실습을 거쳐 방송 전문 인력으로 진출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장안대 실용음악과만의 특별한 커리큘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인가요.
“목요일마다 위클리 퍼포먼스 수업 공연이 있습니다. 대학의 모든 커리큘럼은 여기에 맞춰져있죠. 20명씩 세 팀으로 나눠, 매주 공연을 하나씩 올리는 수업입니다. 팀 마다 보컬 담당, 연주 담당을 각자 나누고 음향과 섭외, PR까지 공연제작에 필요한 전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진행해보게 하는거죠. 매주 3~4천명의 장안대 학생들 앞에서 공연하다보면 무엇인가 배우는 것이 많을 거에요. 또 쇼케이스(showcase: 새 음반이나 신인 가수를 관계자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갖는 특별 공연) 형식으로 구성해 각종 기획사들이 신인 가수를 발굴하도록 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반부터 공연하니까 한 번 놀러오세요. 일반인들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장안대 실용음악과에 어떤 기여를 하고자 하시나요.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교육이라는 건 백년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운전만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보다는 멘토가 되길 원합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정말 잘 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투자한 시설에 못지않은 손꼽히는 명문 실용음악대학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또 지금은 2년제인데, 상황을 봐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심화과정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다른 데 가는 것보다 여기서 하고 싶어 해야 하니까 더 잘 가르쳐야겠죠.”
“세상에는 두 가지 직업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직업과 내가 싫은데 그냥 하는 직업이죠. 우선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건지 아닌지를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때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우리 딸이 미술을 하는데, 30분만 내 방에 들어와 있으면 머리에 지진이 난다고 합니다. 자기 방에서는 하루 종일 그림 그려도 지겹지 않아하는데 말이죠. 먹고사는 건 뭘 해도 먹고사는 세상이니까. 좋아하는 걸 목숨 걸고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10년 이상 한 우물을 파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행복한 거고, 성공하지 못해도 자기가 좋아서 했기 때문에 좋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어요.”
얼마 전 오페라에 도전하셨는데요. 대중 가수가 성악을 부르는 건 이례적인데요. 성악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 꿈이 오페라 가수였어요. 그래서 성악가들을 항상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죠. 우리 때는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예요. 장안대에 와서는 새로운 걸 도전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남이 안하는 걸 도전해보자고 한 거죠. 학생들에게 꿈에 도전하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스스로 보여주는 게 더 교육적으로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요. 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활동도 해줘야 좋아하고 학교에서도 연구실적으로 인정되니까 일석이조 아닌가요.”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