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교육계가 '성범죄'로 얼룩지고 있다. 학생들이 여교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가 하면, 교사들에 의한 성추행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저널>이 몰카와 성추행 등 '성범죄'로 얼룩진 교육계의 현주소를 긴급진단하고 해법을 살펴봤다.
여교사 대상 몰카 범죄 '성행'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부산 소재 한 중학교에서 A군이 수업 도중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촬영, 유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A군의 몰카(몰래 카메라) 행각은 같은 학교 학생이 생활지도부장에게 알리면서 발각됐다. 학교 측은 경찰에 신고한 것은 물론 교육청에도 사건을 보고했다.
그러나 피해 여교사가 학생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경찰이 학생들을 조사하지 않았다. 대신 학교 측은 선도위원회를 열어 A군에게 '10일간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다. A군은 이사를 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

여교사들이 몰카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가해자는 학생들이다. 지난해 8월에는 전북 고창 소재 한 고교에서 B군이 여교사들의 몸을 몰래 촬영한 뒤 친구들에게 유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B군은 젊은 여교사 5명을 대상으로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는 척하며 휴대전화를 이용, 여교사들의 치마 속을 촬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전 소재 한 중학교의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28명의 학생들에게 출석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학생들은 한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돌려봤고 다른 여교사도 몰래 촬영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학교 측은 실태조사 결과 몰카 촬영을 주도한 C군 등 3명을 찾아내 10일간 출석 정지 처분을 내렸다. 몰카를 돌려보거나 SNS를 통해 유포한 25명의 경우 각각 3일부터 10일까지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다.
'꼬리에 꼬리 무는' 교사에 의한 성추행
지난해 8월 교육계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소재 한 공립학교에서 교장을 포함, 5명의 남교사들이 1년여 동안 130여 명의 여교사와 여학생들을 성희롱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것. 심지어 남교사들이 여교사들의 점퍼가 찢어질 정도로 강압적인 성추행 행위를 한 것은 물론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조교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최근 전북도교육청은 상습적으로 여고생을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순창 소재 한 사립고 교사 D씨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 고발했다. 전북도교육청의 조사 결과 D씨는 취중 상태에서 상담시간에 여학생의 볼을 깨물고 민감한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학생들이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폭행과 폭언도 가했다.

이처럼 교사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 30일까지 60명의 교원(교장+교감+교사)가 성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특히 성비위 징계 건수는 2012년 60건, 2013년 54건, 2014년 40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15년 95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60건을 기록했다. 징계 사유는 강제추행이 33건으로 절반 이상(55%)을 차지했다. 16명의 교원은 동료 교사나 제자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 일부 교원은 유사강간, 준강간미수 등의 중대한 성범죄를 저질렀다.
또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전문산하기구 참교육연구소가 전국 유, 초, 중, 고 여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교사의 70.7%가 교직 생활 동안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피해 경험은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였고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 신체 접촉(31.9%)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2.1%는 키스 등의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었고 강간과 강간미수 등 성폭행 피해율도 0.6%(10명 응답)에 달했다. 성희롱·성폭력 가해자는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로 가장 많았다. 동료교사도 62.4%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교사와 제자 아닌 성적 대상, '쉬쉬' 관행과 솜방망이 처벌 여전
그렇다면 학교 등 교육계에서 몰카와 성추행 등 성범죄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여교사와 여학생을 교사와 제자 또는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교사의 36.9%가 '성폭력 발생의 원인이 무엇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교육계의 성범죄 근절을 위해 성범죄 교원의 교단 퇴출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지만 당장 교육부부터 '쉬쉬' 관행과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하다. 교육부 과장급 간부가 부하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뒤 지방 국립대로 발령났지만 교육부가 해당 국립대에 경징계 의견을 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소속 박홍근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이 정책기획관으로 옮기면서 빈 자리에 임명된 A 씨(과장)가 가해자"라면서 "부하 여직원 3명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성희롱을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A 과장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떡을 먹으면서 "못생긴 떡이 맛있다"는 말이 나오자 부하 여직원에게 "너도 못 생겨서 맛있겠다"고 말했다. 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에는 "'라면 먹고 갈래요?'(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가 무슨 뜻인 줄 아느냐"고 부하 여직원들에게 물었다. 심지어 노래방에서는 부하 여직원들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A 과장의 추태는 교육부 내부 성희롱 신고 창구를 통해 알려졌다. 교육부는 A 과장을 지난 1일자로 지방 국립대에 발령냈다.
박 의원은 "교육부는 (A 과장이 내려간) 국립대에 '경징계'로 중앙징계위에 올리라고 의견을 줬다. 담당 부서로서 책임을 져야지 책임을 국립대에 떠넘겼다"며 "나향욱 전 기획관의 문제로 얼마나 국민들에게 호되게 질책을 받았나. (A 과장의 성추행 사건을) 숨기고 갈 뻔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공론화와 강력한 처벌 필요
'성범죄'로 얼룩진 교육계.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교육계의 성범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교육계, 즉 교육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성범죄 사실의 공론화를 통한 대책 마련과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서울의 한 공립학교에서 발생한 교원 간, 교원에 의한 학생 성희롱 등 성범죄 사건과 마찬가지로 학생에 의한 여교원 대상 성희롱이나 학생 간 성범죄도 반드시 근절돼야 할 교육악이라는 점에서 교육계는 물론 사회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학교 내에서 성과 관련된 사건이 느는 만큼 덮어둘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거쳐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특히 학생에 의한 역(逆)성범죄 문제나 학생의 성개방·성범죄 문제는 공론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총은 "교직원들이나 학생들에 대해 실효성 있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져 왔는지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교직원의 경우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매년 1회 1시간 이상, 학생의 경우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6개월에 1회 이상, 연간 8시간 이상 성폭력 등의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실효성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범죄의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문이 재차 나오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지난해 G고교 연쇄 성폭력 사건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현장의 변화는 미미해 보인다"며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 근절을 위한 교육부의 솔선수범도 중요하다. 이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품위유지 의무 등 공무원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할 경우 징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성·금품·음주운전 등 3대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교육부 내부의 성범죄 퇴출 의지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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