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대입설명회 요청이 늘어나고 있으며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중학교와 교육청 등에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시행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 또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야간 자율학습(이하 야자) 폐지 대안으로 예비대학을 제시하면서 대학가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학가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학이 봉이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입설명회 홍수 시대, 연간 수백 건 진행
이른바 대입설명회 홍수 시대다.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대입설명회 외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시·도교육청, 고교, 지방자치단체 주관의 대입설명회가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사교육 기관 주도의 대입설명회가 아닌 공교육 기관 주관의 대입설명회 증가는 바람직하다. 다만 요청 횟수와 기관이 늘어나면서 대학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례로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토요일 상설 대입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참가 대학은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전국 100여개 대학이다. 또한 인천시교육청 주관, 대교협 후원으로 지난 7월 23일 인하대에서 수시박람회가 개최됐다. 당시 수시박람회에는 가천대,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등 총 93개 대학이 참가했다.
이어 대교협 주관으로 지난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A홀에서 '2017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진행됐다.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는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등 140개 대학이 참가했다.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처럼 '토요일 상설 대입설명회'부터 '수시박람회'와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모두 참가한 대학들의 경우 인천시교육청과 대교협 주관 대입설명회에만 세 차례 참가한 셈이다. 다른 지역과 기관까지 합친다면 대입설명회 참가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대학저널> 취재 결과 서울 소재 A대학은 고교 방문 설명회(신청 고교 대상)의 경우 연간 700~800건, 기관 설명회(교육청 등)의 경우 연간 100건으로 확인됐다. 서울 소재 B대학은 지금까지 300회의 대입설명회를 진행했다. 정시모집까지 합치면 400회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B대학 입학처 과장은 "최근 입시설명회 요청이 너무 많다. 예산과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으니 고민이 크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요청 쇄도, 이재정 교육감 예비대학 협조 당부
자유학기제도 대학가의 피로도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 자유학기제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교육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시범 운영된 뒤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 ▲1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 중 자유학기를 정한 뒤 학생 참여·활동 중심의 교실 수업(오전)과 자유학기 활동(오후)을 진행한다.
문제는 중학교들이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에 중학교와 교육청은 대학가에 우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동국대 중앙도서관은 금호여중과 '자유학기제 운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남대와 전라남도교육청도 자유학기제 활성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대학가 입장에서 러브콜이 마냥 반갑지 않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 내에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소재 C대학 관계자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별도로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며 "교수들이 별도의 시간을 쪼개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정 또는 소수 중학교와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경기도 소재 D대학 관계자는 "모 중학교에서 단독으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시행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면서 "만일 특정 중학교와 단독으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지역 내 다른 중학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야자 폐지 대안으로 예비대학을 제안하며 대학가에 손을 내밀었다. 이 교육감은 지난 8월 31일 수원에서 경기도 소재 18개 전문대학 총장들과 만나 예비대학의 취지를 설명한 뒤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지난 2일 벨류하이엔드수원호텔에서 열린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에 참석, 예비대학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 교육감은 "학교가 아이들의 상상력과 잠재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예비대학은) 대학과 고등학교가 손잡고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E대학 관계자는 "야자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대학에서 운영해야 하는데 그에 수반되는 예산과 인력 등을 자체적으로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무 실현에 앞장, 예산 지원·대학 배려 필요
현재 대학가는 사회적 책무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 기관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입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대입설명회를 적극 개최하고 있다. 정부의 자유학기제 취지에도 동참,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시행과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이 교육감의 예비대학 취지에 근본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가 대입설명회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요청 등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예산 문제가 제일 크다. 대학가에 따르면 대입설명회 요청이 증가하고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시행이 확대되도, 예산이 증가되거나 추가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대학가가 자체 해결해야 한다.
F대학 교수는 "(자유학기제의 경우) 중학교로부터 프로그램 참가 문의와 신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신청을 모두 받아 줄 수 없어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특성화 사업에 자유학기제 예산이 반영되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현재 대학가는 구조개혁 압박을 받고 있다. 등록금 동결과 인하가 계속되면서 재정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취업 문제 해결도 이제 대학가의 몫이 돼버렸다. 일부 대형 및 유명 대학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학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대학가에 협조 요청만 증가할 경우 '플러스(+)' 요소보다 '마이너스(-)' 요소가 더욱 크다.
G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문제만 생각해도 버거운 현실"이라며 "외부에서는 대학을 마치 해결사처럼 바라보는데 대학 내부 사정을 정확히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대학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