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갈짓자 행보에 '사면초가'

정성민 | jsm@dhnews.co.kr | 기사승인 : 2018-01-17 08: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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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 연기 이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금지 보류
'혼란 자초', '교육개혁 후퇴' 비판 여론 동시 확산

[대학저널 정성민 기자]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가 갈짓자 행보로 비판 여론에 휩싸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을 연기한 데 이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계획도 보류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는 무산됐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충분한 소통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과 여론에 떠밀려 교육개혁이 후퇴되고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부는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금지 보류···조기 영어교육 폐해 우선 해소
수능 개편 1년 연기···비정규직 제로 정책 후퇴

교육부는 "발달단계에 적합한 유아교육과 유아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아 영어학원 등 과열된 조기 영어교육 폐해를 우선 해소하고, 학교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당초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정하고 1월에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과정 운영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면 오히려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다.


영어교육 전문업체 '윤선생'이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학부모 2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8.9%(241명)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수업이 금지될 경우 영어 정규과정인 초등 3학년 이전까지 별도의 영어 사교육을 진행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를 촉구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교육부는 일보후퇴, 내년 초까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영어 적기교육이 가능하려면 과도한 영어 사교육, 불법 관행부터 우선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청을 즉시 반영하겠다"면서 "영어교육과 관련한 국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수능 개편도 1년 연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 즉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의 주요내용은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 신설 ▲탐구 영역 선택과목 수 축소(2개 과목→1개 과목) ▲과학Ⅱ 과목 출제 범위 제외 ▲직업탐구 영역 통합 출제 ▲절대평가 확대 등이다.


예상과 달리 교육부는 절대평가 확대 방안을 1안과 2안으로 제시했다. 1안은 기존 한국사 영역과 영어 영역을 포함,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신설)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까지 일부 영역(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2안은 전 영역(7개 과목)을 모두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시안을 발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8월 31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절대평가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대립과 갈등이 확산되자 2021 수능 개편 확정안 발표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고, 교육부는 수능 개편 연기를 선택했다.


또한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도 무산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대상에는 ▲교육부, 교육부 소속기관, 국립 특수학교의 기간제 근로자(89명) ▲학교회계직원(1만 2000여 명)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299명)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735명)가 포함됐다.


반면 기간제 교사(3만 2734명), 산학겸임교사(404명), 교과교실제 강사(1240명), 영어회화 전문강사(3255명), 초등 스포츠강사(1983명) 등은 제외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와 교·사대생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 무산은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과 대치된다.


일방통행에 혼란 자초···교육개혁 후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두고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교육부가 매번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충분한 소통과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개혁 시사 또는 교육개혁 정책 발표→교육계 반발·갈등 확산→보류·연기 또는 무산'의 과정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교총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여 동안 많은 교육개혁 정책들이 학교현장에 제시됐다. 어떤 정책은 우리 교육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냈지만 몇몇 정책은 여전히 학교현장의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며 "정권의 정책 기조, 교육공약 실천도 중요하지만 공약 중에는 학생, 학부모, 교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들도 많다. 교육적 타당성, 실현 가능성, 교육구성원의 여론 수렴 등을 통해 신중히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교육개혁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떠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유아 영어교육 금지 보류 발표를 계기로 교육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오늘 할 개혁을 번번이 내일로 미루는 바람에 교육 정상화라는 시대적 과업이 전반적으로 실종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과 개혁 조치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 우유부단하고 지지부진하다. 올해 지방자치 선거를 염두에 두고 여론 향배와 정권 지지율에 지나치게 목을 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갈짓자 행보로 사면초가에 빠진 교육부. 앞으로도 교육개혁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혼란 자초', '교육개혁 후퇴'의 소리를 동시에 들으며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과오를 전철 삼아 교육계와 국민들의 신뢰 회복에 성공할지, 계속되는 갈짓자 행보로 교육부의 신뢰가 더욱 추락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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