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공약을 보면 새 정부 대학 정책은 ‘자율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대학발전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추상적인 내용을 보완하듯 대학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 규제는 완화하며, 사회변화에 발맞춰 미래 유망산업 학문분야를 육성한다는 방안도 공약에 담았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공약이 극히 원론적이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가 과학기술 분야에 치중된 인사로 구성되면서 새 정부의 교육, 특히 대학 정책과 관련한 약속이 과연 충실히 이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교육 정상화와 혁신 견인 위해
규제 완화, 자율성 확보 약속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14일 발표한 교육공약에서 ‘대학교육 정상화 – 대학 규제완화 및 거점대학 집중투자’를 제시했다.
단 네 문장으로 발표된 공약은 대학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 거점 대학 및 학과 중심 집중 투자를 실행 계획으로 제시했다. 각종 규제로 재원을 낭비한 대학 역량 강화 사업을 혁신하고, 지역 거점대 1인당 교육비 투자를 상위 국립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국가 장학금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이후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공약집’에서 대학 관련 공약을 일부 구체화했다.
공약집에 따르면 획일적인 대학 평가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대학별 특성을 살리는 평가로 전환, 자율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대학 발전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탠다. 대학 학위과정 편성과 운영도 완전 자율화하고 신산업 관련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에 우선 적용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학·석사, 학·석·박사 연계 등 패스트 러닝 트랙으로 신산업 첨단인재의 조기 양성에도 힘쓸 것도 공약에 담았다. 또한 미래 유망산업 10개 학문 분야를 지정해 10년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학 평가 방식의 전면 재검토, 대학 운영의 자율성 제고 등은 대선을 앞두고 대학가에서 줄곧 요구한 부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거점대 집중 지원으로 지역 성장동력 확보
지방대 위기 심화에 맞춰 지방대 육성을 통해 학령인구 급감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공약에 담았다.
특히 지방거점대를 집중 지원하는 ‘지방대학 GBK(Glocal Brain Korea) 사업’을 추진해 지역 연구‧개발(R&D) 및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문대의 역할 강화도 공약했다. 신산업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성인교육 수요를 반영해 전문대를 지역 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와 연계해 지역특화 분야 직업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시급한 대학 재정지원 확대는 단 한 줄 공약
구체적 실행방안 없이 원론적 방안만 제시
대학 관계자들은 현재 대학이 당면한 문제가 새 정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산적해 있고, 쉽게 풀어내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윤 당선인의 대학 관련 공약이 지나치게 원론적인 부분만 제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이 발간한 공약집에도 교육 관련 카테고리는 별도로 없다. 대학 관련 공약은 지역경제 활성화, 희망사다리교육 등의 카테고리에 분산, 수록돼 있을 정도로 빈약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미래 인재양성의 최전방에 있는 대학이 현재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당선인이 대선 당시 발표한 공약은 단순히 현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고치겠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대학입시 등 초·중등교육에 비해 대학 관련 공약이 미흡한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현재 대학가 초유의 관심사인 재정지원 확대 관련해서도 윤 당선인의 공약은 선언 수준이다. 2월 14일 발표한 교육공약에서는 ‘대학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라고 짧게 표현했고, 공약집에도 ‘고등교육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마련’이라고 단 한 줄로만 공약한 것은 과연 당선인과 새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 확대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지방 거점국립대 치중 지원 우려
지방 거점국립대 집중 지원을 통한 지방대 경쟁력 확보 공약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현재) 국립대와 사립대 비율이 2대 8인데, 예산 대부분이 지방 거점국립대로 돌아가면 지방 중소규모 대학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며 “지방 거점국립대 대부분이 지역 중심도시에 위치하고 있어 (목표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중소규모 대학을 위한 지원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지방 거점대 집중 투자도 좋지만 지역 안배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 지역 대학, 시민단체, 산업체가 함께하는 지역발전협의회를 설립하고, 각 지역발전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지역별로 예산을 분배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교학점제 시행과 상충되는 ‘정시 확대’ 재차 공언
‘공정’ 화두로 대입 비리 관련 강경한 입장 밝혀
한편 대학 입시와 관련, 윤 당선인은 ‘부모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겠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인원 비율 확대와 대입전형 단순화 계획을 밝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대선 당시 수시 전면 폐지와 수능 연 2회 시행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시·정시 형태의 현 대입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정부가 역점사항으로 추진해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될 고교학점제와 상충되는 정시 확대 공약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윤 당선인은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공약에 언급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대학입시 비리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입시비리신고센터를 통해 비리가 밝혀질 경우 대학 정원을 축소하고 관련자를 파면하는 등 입시비리 암행어사제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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