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저널 이승환 기자] 대학 재정상황 악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위기가 날로 심화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학 정책 혁신이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대학 사회는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과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국립대‧지방대 육성, 불합리한 대학평가 제도의 개선과 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보 등을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대학 정책으로 줄곧 제안해 왔다.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고등교육 발전과 지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법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대 공멸 위기감 고조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정책 마련도 새 정부 과제 중 하나다. 인구 감소로 25년 뒤 국내 대학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연구 결과가 사회에 충격을 줬고, 이같은 결과가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해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결과 사실상 미달 위험이라 할 수 있는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이 전체 대학의 35%인 59개대에 달했다. 59개대의 83%인 49개대는 지방에 소재하고 있다.
지방대는 거점국립대나 특성화 대학 등을 제외하면 경쟁률이 하락했다. 평균 경쟁률 1대 1 미만 대학도 지난해 9개대에서 올해 18개대로 2배 늘었다.
지방대가 학생을 충원하지 못하면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재정 악화로 이어져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방대 위기는 지역 위기로 직결된다.
국립대학법 제정 등으로 지역 연구중심대학 육성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수도권 소재 대학에 비해 더욱 큰 상황에서 지방대를 대표하는 거점국립대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우수 인재의 지역 정주를 위해 지역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할 것을 대선 공약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 중 하나가 국립대학법 제정이다. 국립대학법안은 현재 서울대의 3분의 1 수준인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최소 국립대학법인 평균 수준으로 늘리는 등 지역에 위치한 국·공립대를 발전시키기 위한 법적근거를 담고 있다.
거점국립대는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도 제안했다. 지역 우수 인재들이 지역에 잔류해야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수도권 과밀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소재 지역의 학생 30% 선발을 의무화하는 현행 혁신도시법에 더해 공공기관 소재 지역 외 비수도권 출신 20% 선발을 추가하도록 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역 R&D 재정 강화와 관련법 정비를 통한 지역거점 연구중심대학 육성과 국·공립대 무상등록금제 시행 등도 당면 지방대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제안했다.
“대학을 지역혁신 거점으로”
‘중소도시형 상생혁신파크’ 추진 제안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연구중심대학 육성 관련 방안을 제시했다. 대교협은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의 ‘2021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13위가 최고 순위이며, 서울대가 18위까지 하락한 것이 국내 대학의 현실”이라며 “기초과학 투자 확대, 지역거점 연구인프라 구축,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을 통한 대학의 글로벌 연구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해외 대학들과 경쟁하며, 글로벌 지식을 선도할 수 있도록 권역별 ‘글로벌 한국 대학(GKU: Global Korean Universities)’을 집중 육성·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 특성을 살린 특화 분야를 육성,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과 연구로 지방대를 특성화함으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를 줄이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교협은 지방대가 지역혁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대학캠퍼스를 대학-기업-R&D기관-시민센터가 공존하고 연결되는 대학도시형 복합 공간으로 특화해 재창조하는 ‘중소도시형 상생혁신파크’ 추진도 제안했다.
대학 혁신 걸림돌 아날로그식 규제 타파
대학 혁신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대학 관련 규제 완화 또한 새 정부에 기대하는 정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비대면 교육이 자리를 잡아가며 대학 또한 이에 대비한 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아날로그식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대학 사회의 지적이다.
따라서 대학설립·운영 4대 요건을 개선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대학에는 규제를 혁신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캠퍼스 없는 대학, 찾아가는 대학, 개인 맞춤형 온라인 수업 등 혁신 모델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혁신에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교협은 “디지털 혁신 시대에 부합하는 다양한 교육 모델 창출과 혁신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의 포지티브 규제를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고등교육 관련 법령의 규제를 디지털 고등교육 시대에 부합하도록 과감히 혁파할 것도 주문했다.
지역 한계대학 종합관리 방안 마련돼야
지난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학 기본역량 진단 등 획일적인 대학평가의 전면 개편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학이 추구하는 특성화 발전 방향과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하지 못하는 대학평가를 개별 대학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대학평가로 전환하고, 대학 컨설팅 지원센터 설립을 통한 상시 컨설팅 체제 확립으로 대학의 평가부담을 완화하고, 혁신과 특성화를 지원하며 대학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평가 제도의 개선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각종 규제로 인해 엄청난 재원을 낭비한 대학 역량 강화 사업을 혁신한다는 공약을 내놨고, 대통령직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으로 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온 황홍규 전 대교협 사무총장이 참여함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새 정부에서는 대학평가 체제에 일정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 위기와 맞물려 증가하게 될 폐교 위기 대학의 효율적인 관리와 청산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과 경영 위기에 처한 한계대학을 대상으로 구조개혁을 실시하고 회생이 불가능한 경우 폐교도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폐교 위기 대학 증가가 향후 수년 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대 소멸은 지역 사회 소멸과 연결되고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은 지난 몇몇 대학의 폐교 상황에서 입증됐다.
한계대학 방치에 따른 지역 사회의 황폐화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유휴 잔여재산 활용과 구조개선을 적극 지원하고,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체계적 폐교와 청산을 지원하는 사립대학 퇴로 마련 등 지역 한계대학의 종합관리 방안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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