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어른들에게

이승환 | lsh@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5-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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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0회를 맞는 어린이날이다.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 행사에서 어린이 권리공약 3장을 낭독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권리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


-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의 그들에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하라.


- 어린이에게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 만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라.


일제강점기 때 발표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시대를 앞서나간 내용이다. 그런데 이 공약을 보고 100년이 지난 지금 어린이들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는 현실이 오늘 어린이날을 더 씁쓸하게 한다.


스쿨존으로 불리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법규 위반에 대해 처벌법이 강화되었음에도 여전히 각종 다양한 어린이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정인이 사건과 같이 부모와 어린이집 교사 등에 의한 아동학대 및 폭력 사건들도 흔하게 뉴스로 접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어린이가 빈곤과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때로는 쓰레기장 같은 환경에 내팽개쳐진 채 방임되는 아이들의 소식도 종종 들린다.


더 심각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아동행복지수가 더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신적·신체적 건강 악화를 경험했으며 아동 삶의 만족도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7.27점, 10점 만점)보다 하락했다고 했다(6.93점).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년에 비해 아이들의 우울·불안과 공격성 수치가 증가했고, 외로움을 더 느끼며 심각하게 극단적 행동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아이들의 비율도 증가했다고 한다.


'회초리 같은 단단한 물건이나 맨손으로 나를 때렸다' '나에게 욕을 하거나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는 질문에 대해 '네'라는 응답이 각각 4.1%p, 4%p 증가해 2018년보다 가정 내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보호자가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답한 아이들도 2018년 대비 약 6%p 증가하여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돌봄의 질이 더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을 뿐입니다. 다 같이 내일을 살리기 위하여 이 몇 가지를 실행합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내 아들놈 내 딸년 하고 자기의 물건같이 여기지 말고 자기보다 한결 더 새로운 시대의 새 인물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굴리려 하지 말고 반드시 어린 사람의 뜻을 존중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어른은 뿌리라 하면 어린이는 싹입니다. 뿌리가 근본이라고 위에 올라 앉아 싹을 내리 누르면 그 나무는 죽어버립니다. 뿌리가 원칙상 그 싹을 위해야 그 나무(그 집 운수)는 뻗쳐 나갈 것입니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십시오, 항상 즐겁게 기쁘게 해 주어야 그 마음과 몸이 활짝 커가는 것입니다.……-(선언문 중에서)


오늘 같은 어린이날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나도 그렇지만 완벽한 어른은 없다. 어린이날을 맞아 권위적이고 절대적인 어른이 아닌 서툴지만 고쳐려는 노력의 모습을 아이들 앞에 솔직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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