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고교생 논문

백두산 | bds@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5-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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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불거진 자녀의 논문 논란을 보면서 젊은 세대가 ‘공정’이라는 이슈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학생부 종합 전형은 점수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 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비인간적 상황을 극복하고 교육에 있어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뭔가 대단하고 거창하고 멋진 활동이나 실적을 누가누가 더 많이 쌓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점수가 낮더라도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나 노력의 과정을 평가하여 인정해 줌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공정함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고교생들의 소논문 활동은 그러한 노력의 과정을 평가하는 하나의 도구였다. 하지만 조국부터 한동훈, 정호영 장관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입시에 있어 학생들의 소논문 활동은 그 취지를 잃고 각종 비리 전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특히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드러난 고교생 논문 현황을 보면 그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와 강동현(미국 시카고대 박사과정) 씨가 온라인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천년대 들어 우리나라 학계에 갑자기 고등학생 논문 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에 실린 고교생 논문 총 558건 가운데 72건(12.9%)이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에 실린 것으로 나타났고 해외논문을 작성한 고등학생 중 70%가 입시 후 추가 연구 이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고교 시절 작성한 논문을 대학입시에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전체적인 논문 건수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였다.


이는 대학 입학에 논문이 활용되기 시작한 입시 제도의 변화 과정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들 상당수는 교수인 부모가, 아니면 부모의 혈연, 학연, 지연이 도와줬고, 이마저도 아니면 입시 학원이 끼어들어 도와준 결과라 하였다.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대학 교수와 직접적인 인연이 닿지 않는 대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들만의 스펙 잔치가 입시에 활용되었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시험이 오히려 더 공정하고 정의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연구 부정이 우리 학계에 만연해있다고 한다. MBC 탐사보도에 의하면 생물과 의학 분야 연구자들에게 물은 한 설문조사에서, 셋 중 둘은 '저자 끼워넣기' 등 연구 부정을 직접 겪거나 봤다고 답했다.


또 심층 질문에선, 내 논문에는 대놓고 올리지 못하고 동료 교수에게 부탁해 내 아들, 딸을 논문 저자로 참여시키는 석연치 않은 상부상조의 논리가 작동한다고 한다. 교수간 의리나 약속 때문에 논문에 이름을 서로 넣어주거나 권위를 악용해 책임저자를 압박하고 돈을 받고 저자로 올리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정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되어도 징계마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연구 부정'을 저질러도 '징계 시효' 때문에 해당 교수를 징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니 학생부 종합 전형이 소위 금수저 전형이다, 현대판 음서제다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예전에 시험 점수만으로 대학을 갈 때는 교과목 학원비만 들이면 되던 것이 이제는 교과 학원비 뿐만 아니라 스펙을 위한 비용이 별도로 들어가는 형국이니, 학생부 종합 전형은 돈이 더 드는 전형이다.


그리고 부모의 학력, 소득, 문화 등에 의한 영향은 교과에도 미치지만 비교과가 더 크게 미친다. 입학사정관제 시절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여전히 대학 교수 자녀들에게 특히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비교과를 반영함으로써 부모의 영향력이 보다 크게 작용하게 되면 교육의 '공공성', '기회균등' 등의 원칙이 위협받는다. 공정한 입시를 위한 학생부 종합 전형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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