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삼성 갤럭시 광고가 왜

백두산 | bds@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5-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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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새벽 2시. 한 여성이 갤럭시 버즈와 워치를 착용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달린다. 새벽에 분주한 사람들을 지나기도 하고 텅 빈 다리 위에서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여성을 지나치기도 한다. 이때 "남들은 밤에 잠을 자지만, 나는 빠르게 달린다. 나는 내 스케줄에 맞춰서 달릴 뿐이다"는 나레이션이 등장한다. 이것은 ‘올빼미족’이란 제목의 1분짜리 삼성 갤럭시의 영국 광고 내용이다. 우리가 보기엔 그저 바쁘니까 새벽에 운동하네 하고 지나쳤을 내용이지만 삼성의 이 광고가 BBC와 가디언지 등 영국 언론과 여성 단체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영국의 여성 안전 관련 단체 ‘거리를 되찾자’는 삼성이 여성 안전에 무신경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의 공동 설립자인 제이미 클링글러는 “광고를 만들 때 여성 의사결정권자가 없었음을 보여준다”며 “여성이 밤에 뛰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운동하는 동안 누군가 우리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광고는 형편없고 나쁘다”고 맹비난했다. ‘여성의 달리기’라는 매거진 에디터 에스더 뉴먼은 BBC 라디오에 “여성들은 그 시간에 달리지 않는다. 왜냐면 너무 무섭기 때문”이라며 “정말 충격적이다. 내 주변에 새벽 2시에 달리기를 할 여성은 없다. 더군다나 도시에서는 절대로 없다”고 지적했다.


현지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이 광고는 개인의 개성과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하며 해명한 뒤 공식 사과했다.


한국에서는 여자 연예인이 밤에 혼자 별을 보러간다든지 한강 공원에 나가는 등 새벽에 여성이 나가 돌아다니거나 활동하는 내용이 많이 방송이 된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안전 불감증이라든지 새벽은 무서운 시간이니 여성이 활동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삼성 광고 논란을 보면서 영국의 여성 단체들과 언론이 보인 반응에 놀랐다. 이들은 삼성의 광고 설정이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전혀 모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비현실적 상황 설정이라며 비판 일색이었던 것이다.


영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면 광고 속의 설정 상황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광고를 계기로 어떤 시스템과 제도를 통해 그러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공론화 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를 보면 치안에 있어서는 영국보다 한국이 단연코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경우 깜깜하고 어두운 밤, 혼자 집에 가는 길이 무서울 때 경찰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성 안심 귀갓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2014년 6월 3일부터 시행되었는데, 가까운 지구대의 경찰차를 타고 귀가를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2인 1조로 구성된 귀가 도우미들이 여성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위해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여성 안심 귀갓길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안심 귀가 수호천사 앱’을 검색해 앱을 다운받고 안심 귀가 도우미를 신청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안심 귀가 스카우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 120 다산콜센터나 해당 구청 상황실에 신청을 하면 스카우트의 이름과 도착 예정 시간이 핸드폰으로 발송되고 신분증을 확인한 뒤 집까지 동행하게 된다. ‘여성 안심 귀갓길 서비스’는 평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신청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는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남녀 모두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되어야 더 바람직하다. 새벽 2시에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마음 놓고 안전하게 조깅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한 수 배워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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