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명품이 뭐길래

백두산 | bds@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6-02 17: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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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과 함께 터키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자유여행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준비 없이 여행사가 정해준 코스를 따라 가이드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낯선 나라를 즐길 수 있어 편안하기 그지없는 여행이 바로 패키지 여행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의 대가로 원치 않는 쇼핑센터에 끌려 들어가 긴 시간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터키인의 강렬한 구매의 눈길을 어색한 미소로 요리조리 피해 가며 견뎌야만 한다.


내가 선택한 터키 패키지는 저렴한 편이라 거의 매일 쇼핑센터를 들러야 했다. 관절염을 비롯해 혈관 건강까지 거의 모든 질병을 다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은 건강보조식품, 터키에서 구매해야 진짜를 살 수 있다는 터키석, 서울 강남에만 납품한다는 양가죽 제품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매장을 들를 때마다 난 절대로 상술에 말리지 않으리라는 각오를 하면서 매장직원들이 사심 가득한 미소로 건네는 웰컴 드링크를 홀짝이며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쇼파에 푹 파묻힌 채 직원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소위 명품짝퉁 가게에서는 이러한 나의 결심이 크게 흔들렸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평소 너무 비싸서 백화점 매장 안 우리 벽 너머 그림처럼 감상만 했던 명품들을 50~60% 할인을 해 준다는 말에 우리 팀은 모두 흔들린 것이다.


터키 직원이 능숙한 한국어로 백화점에 기는 명품들과 같은 공정을 통해 만들어 졌지만 유통 과정이 다르다는 이유로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여기 제품들을 진품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일 뿐 명품과 그 품질면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터키인에게서 호부호형을 듣는 순간 모두 넋이 나간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건을 들고 지갑을 여는 것이었다.


명품이 뭐길래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인지. 솔직히 명품은 남들에게 굳이 말을 안해도 자신이 부자임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제격이다. 그렇기에 각종 모임에서 매번 똑같은 명품만 보여줘서는 뽐내기는커녕 오히려 더 초라해 보이기 쉽다. 늘 만나는 지인들에게는 매번 다른 명품을 보여줘야 할 것이고 나이가 들수록 가격대도 점점 더 비싼 제품들을 들어주고 걸쳐줘야 제대로 된 뽐내기가 된다.


내 형편으로는 그런 소비를 감당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아예 그쪽으로는 눈과 귀를 닫아버렸고 그 바람에 중년의 나이임에도 대중 매체에 잘 오르내리는 몇몇 브랜드들을 제외하고는 명품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게 되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 했던가 비싼 명품을 가지고 있는 행복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온 가족 패기지 어행을 하는 것에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된다.


물론 명품은 패션 산업을 이끌어가는 첨병으로서 명품사들은 브랜드가 주는 고유의 가치를 부각시켜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공급 제한과 꾸준한 가격 인상을 통해 그것을 소비욕과 소유욕 단계로 이어지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 된다.


그런데 최근 명품의 대명사였던 샤넬이 리셀러(재판매업자)들을 통해 물건이 리셀 시장에 풀리게 되면서 오픈런에 이어 아르바이트생들을 이용한 노숙런까지 명품의 ‘품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가격은 어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오르기만 한다.


단지 명품이라는 이름값으로 가격대만 올린다고 브랜드 급이 오르는 게 아니라 제품의 퓸격 유지를 위한 질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 VIP 고객들을 얼마나 시스템적으로 잘 관리하는지, 또 그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어떻게 개발하는지 등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오르는 것이다.


명품이 마케팅으로 그 가치가 좌우되는 것이란 생각을 하면 짝퉁의 유혹에 흔들렸던 나 자신이 창피해진다. 그냥 싸고 즐거운 여행이나 더 찾아보는 것이 더 많이 행복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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