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뜨거운 씽어즈’라는 음악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기면서 종영했다. 대부분 연기자로 구성된 합창단이 연습을 통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성공적인 합창 축하공연을 마치면서 끝이 났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음악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자들의 뛰어난 노래나 춤 실력, 화려한 외모로 시선을 끌지 않았다. 김영옥, 나문희와 같이 팔순을 넘긴 유명 원로 배우들부터 드라마 조연 역할이나 연극 무대에 섰던 다소 낯선 중년의 배우들까지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하면서 무대 위에서 하나 되어 노래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주었다.
특히 생방송 축하공연의 초반 데뷔 57년, 나이 78살에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던 나문희 배우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나레이션은 공연의 감동을 더했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좌절하고 성장하면서 버티고 또 버텼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계신 여러분들 또한 저처럼 오랜 시간 버티면서 도전하고 또 도전했기에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오늘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저는 여기 나왔습니다. 여든 둘에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게 있다면 끊임없이 도전해 보세요. 확신만 있다면, 여러분이 가는 그 길이 맞을 것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인자한 얼굴로 담담하게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넸다.
오랜 세월 한 우물만 판다는 것은 요즘 같은 세상에 어리석은 이야기로 들린다. 그 길이 안정적이거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길일수록 오랜 시간 동안 한길을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인 것이다.
연기와 같이 그 어느 직업보다도 불안정한 분야에 주인공도 아닌 조연이나 단역의 위치에서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우직하게 버텨온 사람들의 모습은 앞길이 막막한 청년들이나 현재 고통의 순간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된다.
젊은 시절 주연보다는 조연의 자리에 만족해야만 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던 덕분에 팔순의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모습이 진정 아름답고 존경스러웠다.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로 데뷔하여 결혼 후 아이까지 생기면서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기를 포기하려 했지만 아내의 격려에 힘입어 연극과 드라마의 조연이나 단역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버텨내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오십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가 위대해 보였다.
오랜 세월 연극으로 다져진 경력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나이에도 드라마에서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조연 정도의 위치에 있어 흔들리는 자기 자신에게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라는 노래를 부르며 무대 위에 당당히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SNS 속 화려하고 잘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 모두 행복하고 잘나가는데 나만 무능하고 못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약해지지 말고 울지마! 뒤처지지 말고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라고!’라는 말 보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우리 다 똑같아. 버텨보는 거지 뭐’라는 공감과 위로의 말이 더 필요하다.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 내 삶의 고단함을 알아주고 공감해 줄 때 눈물 한번 훔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는다. 비록 지금 당장에 보여지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스스로 가는 길을 믿으면서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꾸준히 간다면 우리들도 언젠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서로 기댈 수 있는 공감의 버팀목이 되어 지금까지 걸어왔던 그 길을 같이 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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