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주의 목요에세이] 함께 잘 사는 자본주의

이승환 | lsh@dhnews.co.kr | 기사승인 : 2022-02-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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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흔하게 하는 말은 부의 분배에 앞서 부를 창출하는데 주력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나눠가질 수 있는 부의 총량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여 부를 이루는 것은 부자들이므로 부자들에게 세금 감소와 규제 철폐 등으로 더 많은 부를 이루게 해 주면 투자와 고용이 증대되고, 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 역시 늘어난 부를 나눠가질 수 있어 경제 성장을 촉진 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정책에 의해 실제로 경제가 성장한 경우 거의 진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장하성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읽고 그러한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 의하면 이러한 주장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경제 성장을 가속화 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


첫째 실제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실패했으며, 둘째 윗부분에서 창출된 보다 큰 부가 아래로 흘러내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드는 트리클다운 현상 역시 조금씩 일어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시장에 맡겨 두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점은 경제 성장을 위해 부의 재분배보다 사회 전체적 부의 총량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것은 스탈린이 소련에 실행했던 극좌파 공산주의자들과 자유 시장론자들 모두 공통되게 주장했던 점이라는 것이다.


두 사상이 모두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극대화하려면 투자 가능한 잉여 생산물을 ‘투자자’의 손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 사이 다른 점은 ‘투자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 뿐인데, 극좌파 공산주의 경우는 계획 경제 당국이, 자유 시장론자의 경우는 자본가 계급이 투자자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계획 경제 당국이든 자본가 계급이든 이른바 ‘투자자’의 손에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가도 투자자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끝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에 소득을 몰아주는 것만으로는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없었다.


계획 경제 체제에서는 그나마 계획 당국에 소득을 집중시키면 투자된다는 보장은 있지만 계획 경제의 비효율, 노동자의 동기 부여 문제 등으로 투자의 생산성이 형편없다.


자본주의 경제는 이런 메커니즘이 없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부자에게 유리한 소득 재분배가 더 많은 부를 창출했을지라도 국민총생산 대비 투자 비율은 감소했으며, 경제 성장이 높아지는 경우에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가 아래로 분배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시장에 맡겨 두면 가난한 사람들이 그렇게 해서 늘어난 부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강력한 복지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의 경우 부자에게 유리한 재분배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세금과 소득 이전 정책이라는 강력한 기제가 있기 때문 성장의 혜택을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예를 들어 부자와 기업의 투자를 조건으로 감세 허용)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고, 복지 국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이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그리고 지금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복지를 위한 경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이 진실로 현실화 될수 있을 것인지 하나하나 잘 따져보고 신중하게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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